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이 제시한 휴전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휴전 협상과 무관하게 가자지구 최남부 도시 라파흐 지상전을 강행할 것이라는 강경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30일(현지시각) 예루살렘에서 가자지구에 억류돼 있는 이스라엘 인질 가족 대표들과 만나 “모든 목표를 달성하기 전에 전쟁을 중단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휴전 협상이) 타결되든 무산되든 우리는 라파흐에 들어가 하마스 부대를 모두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휴전 협상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그의 이런 강경 발언은 연립 정부 내 극우파를 의식한 발언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스라엘 사상 가장 우파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네타냐후 내각 내에서도 극우파에 속하는 베잘렐 스모트리치 재무장관은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안에 서명하고 라파흐 침공 작전을 거둘 경우 이스라엘이 “백기를 흔드는” 꼴이라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물론, 네타냐후 내각 내 온건파들은 인질 귀환이 우선이라며 가자 지구에 남아 있는 이스라엘 인질 133명 가운데 일부라도 돌아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이스라엘이 지난 27일 하마스에 전달했다는 타협안에는 40일 휴전과 함께 여성과 노약자 등 이스라엘 인질 약 30∼40명을 팔레스타인 수감자와 교환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문제는 지난 2022년 말 극우파 정당을 대거 끌어들여 출범한 네타냐후 연립 정부에서 극우파가 이탈하면 연정이 붕괴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으로 휴전이 가능할지에 대한 새로운 “불확실성”이 대두했다면서 이게 하마스가 휴전안을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한 전략인지 아니면 연정 내 극우 강경파를 달래기 위한 것인지 불분명하다고 했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전세계 대학을 중심으로 반이스라엘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국제사법재판소가 네타냐후 총리 전범 수배를 검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외부적으로는 고립을 피하려 휴전 검토 신호를 보내고, 내부적으로는 평화 협상에 녹록하게 응하진 않겠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줄타기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로이터 통신은 익명의 미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그의 발언이 “분명히 현시점에서 압력을 가하기 위한 것”이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라파흐 공격에) 진심인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전했다.

하마스도 이스라엘 쪽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졌지만 그동안 영구적 휴전 및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완전 철수를 주장해 온 만큼 이스라엘이 제시한 휴전안을 거부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가자지구 인구 230만명 중 피란민을 포함해 140만명 이상이 몰려 있는 라파흐를 본격 공격하는 문제는 네타냐후 총리에도 상당한 부담이다. 최우방국인 미국은 “신뢰할 만한 민간인 대피 계획” 없이 라파흐를 공격하지 말라고 요구해왔다. 라파흐는 이집트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역이라 휴전 협상을 중재 중인 이집트도 민감하다. 이집트 정부는 가자지구 주민을 이집트 쪽으로 몰아낼 경우 1979년 양국 수교 이후 40년 넘게 이어진 양국 관계가 위험해진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은 가자 중부에 피란민용 텐트를 설치하는 등 주민 대피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하지만 140만명 이상을 텐트촌 등에 대피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불투명하다. 지난해 10월 7일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군이 가자 지구를 공격하면서 주민에게 사전 대피 명령을 내렸어도 피해는 막대했다. 1일 팔레스타인 보건부 추산에 따르면 3만4568명이 숨지고 7만7765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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