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만해도 '콩나물' 조롱받던 에어팟 프로…"한국선 없어서 못산다"
24일 오전 서울 강남 신논현 프리스비 매장 앞에 '에어팟 프로'를 사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지난 24일 오전, 서울 강남 신논현 프리스비 매장 앞에 긴 줄이 늘어섰다. 판매 시간인 오전 11시가 다가올수록 줄서는 사람이 점점 늘어났다. 미세먼지 때문에 탁한 공기질도 '이 물건' 하나를 구하는 열정을 막지 못했다. 애플의 최신 무선 이어폰 '에어팟 프로' 얘기다.
지난달 말 국내에서 출시된 에어팟 프로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애플이 지난 2016년 에어팟을 첫 공개했을때 우스꽝스러운 디자인에 '콩나물' 모양이라며 조롱받은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재고가 부족한 상황에서 예약판매를 통한 구매가 쉽지 않다 보니 직접 매장을 찾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실제 이 방법이 에어팟 프로를 가장 빠르고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법이기도 하다.
특히 이날은 크리스마스이브와 맞물려 더 문전성시를 이뤘다. 한 대기자는 "저 자신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기 위해 에어팟 프로를 사려고 한다"며 "오전 10시쯤부터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오전 11시 에어팟 프로의 판매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준비된 물량은 모두 동이 났다. 매장 관계자는 "준비한 수량이 적어 오전에 모두 다 팔린다"며 "내일 오전에 줄을 서도 기약이 없다 보니 구매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장은 못 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온라인 해외 구매대행에서는 3만~6만원의 '웃돈'이 붙어 판매되는 상황이다. 현재 쿠팡에서는 에어팟 프로를 36만3000~38만원 등에 판매중이다. 이런 방식으로 제품을 받으려면 최소 열흘, 많게는 한 달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또 통관 과정에서 관세를 별도로 내야해 실제 구입금액은 40만원(국내 출고가 32만9000원)에 달하지만 구매 후기만 3500여건에 달하는 등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에어팟 프로의 인기는 수치로도 증명되고 있다. 이날 미국IT 매체 나인투파이브맥(9to5Mac)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60억달러(약 7조원) 어치의 에어팟 프로를 판매했다.
애플은 이번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 먼데이 기간에만 약 300만대의 에어팟 프로를 판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무선이어폰 시장 전망 보고서'(Hearables Market Forecast)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무선 이어폰 시장은 약 1억2000만대 규모인데, 애플은 이 가운데 5000만대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더 많은 판매고를 올릴 것이란 전망이다. 나인투파이브맥은 애플이 내년 약 8500만대의 에어팟 프로를 판매해 약 150억달러(한화 약 17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도 내년에는 올해 대비 90% 성장한 약 2억3000만대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며 애플의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터넷 해외구맹 대행을 통해 에어팟 프로를 사면 국내 출고가보다 몇 만원 더 지불해야 살 수 있다. (캡처: 쿠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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