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여년만에 승복 전통 깬 트럼프…극심한 대선후유증 예고
미국의 11·3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불복하면서 극심한 대선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대선이 새로운 리더십을 통해 미래의 비전을 만들기는커녕 오히려 사회 갈등을 키우고 지지층 분열을 심화하며 당분간 미국을 극심한 혼돈 상태로 밀어 넣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바이든은 승리 확정 언론 보도 후 당선인 명의로 내놓은 첫 성명에서 "분노와 거친 수사를 뒤로하고 국가로서 하나가 될 때"라며 통합과 화합을 간곡히 호소했다.
트윗에서는 한 가지 약속을 하겠다며 "나는 나를 뽑았든지 그렇지 않든지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거전 때 지지층 간 쌓인 앙금을 해소하고 분열된 사회의 통합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피력하며 단합을 주문한 것이다.
"치유 위해 하나 될 때" 대국민 연설하는 바이든
(윌밍턴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가 6일(현지시간)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체이스센터에서 부통령 러닝메이트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과 연단에 올라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바이든 후보는 자신이 승리할 것이라고 거듭 확언하면서 지금은 치유를 위해 하나가 돼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sungok@yna.co.kr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선거는 전혀 끝나지 않았다"며 바이든을 향해 "거짓 승자 행세를 한다"고 반발했다.
1896년 대선 이래 패자가 승복 메시지를 내오던 전통을 처음으로 깨고 불복 의사를 밝힌 것이다.
대권을 놓고 양보 없는 극한경쟁을 벌이더라도 결과가 나오면 승복하며 패배로 상처받은 지지층을 보듬어온 과정과는 정반대 행보인 셈이다.
당장 바이든으로선 트럼프의 불복이 이어질 경우 당선인 확정을 위한 관문을 넘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적법한 승자가 취임할 수 있도록 법원에서 소송 사건을 추진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소송 강행 의사를 재차 확인했다.
초박빙 대결을 벌인 일부 경합주에서는 재검표가 불가피해 '포스트 대선 정국'이 원활한 정권 인계인수 과정이 아니라 개표 과정을 둘러싼 공방전으로 점철될 공산이 커졌다.
2000년 대선 때 플로리다 재검표 논란의 경우 연방대법원의 판결과 승복 선언으로 마무리될 때까지 대선일로부터 36일이 걸렸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집요한 소송전에 나설 경우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있다.
'트럼프 당장 나가라' 피켓 든 바이든 지지자들
(필라델피아 AFP=연합뉴스) 11·3 미국 대선의 핵심 경합 주(州)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펜실베이니아 컨벤션센터'에 마련된 개표장 밖에서 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 지지자들이 '트럼프-펜스 당장 나가라!'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있다. sungok@yna.co.kr
더욱이 트럼프 캠프의 선거대책본부장이 전국에서 벌어질 시위나 집회에 지지층이 참여할 준비가 돼 있을 것을 촉구하고 소송에 필요한 모금을 독려했다는 보도까지 나온다.
재검표나 법률 논쟁 수준이 아니라 자칫 지지층 간 물리적 충돌 사태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이 비록 패배하긴 했지만 '트럼피즘'(트럼프 대통령의 정치행태)의 실패라고 보긴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그가 얻은 득표는 4년 전보다 오히려 약 730만표가 늘었고, 패배가 예상되던 하원 선거에서 공화당은 의석수를 더 늘렸다.
정치분석가인 스튜 로텐버그는 로이터통신에 이번 선거는 민주당 지지층이 원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패가 아니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경제 대응 실패에도 불구하고 4년 전과 그다지 차이가 없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비록 패배했지만 많은 백인 유권자에 대한 호소력과 농촌 지역에서의 강렬한 인기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끝났어' 팻말 든 백악관 인근 시위대
(워싱턴 EPA=연합뉴스) 미국 대선 개표 나흘째인 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인근 BLM(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광장에서 시위대와 활동가들이 개표 결과를 기다리며 '트럼프는 끝났어'(TRUMP IS OVER)라고 쓰인 팻말 등을 들고 집회를 벌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개표 막판 핵심 승부처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게 밀리면서 패색이 짙어지고 있다. sungok@yna.co.kr
가뜩이나 미국은 선거로 인한 갈등이 아니더라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코로나19 사태로 확진자, 사망자 세계 1위라는 전염병 대유행을 겪고 있고, 경기침체의 늪에 빠져 경제적 어려움마저 커진 상황이다. 인종차별 항의 시위 사태에서 보듯 인종 간 갈등도 해결 대상이다.
국제적으로 안보와 경제, 동맹과 적국을 가리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붙인 미국우선주의는 전통적 동맹관계를 훼손하고 미국의 국제사회 주도권을 약화했다는 평가가 많다.
바이든 후보로선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에서 비롯된 또 한 번의 일전이 불가피한 것은 물론 트럼프 지지층까지 껴안으며 통합을 일궈내고 당면 현안의 해법을 모색하는 이중 삼중의 과제에 직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로이터통신은 바이든 후보에 대해 "심각하게 양극화한 워싱턴에서 통치하는 매우 어려운 임무에 직면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도 바이든 당선인이 "치유와 통합의 메시지를 던지며 승리를 달성했지만 일련의 벅찬 위기에 직면한 채 워싱턴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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