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성 좋은 암세포 이제는 굶겨서 없애버린다
암세포의 전자현미경 모습 - 네이처 제공
우리 몸 속 세포는 새로 생기는 것도 있지만 수명을 다하고 사라지는 것들도 있다. 그런데 체내 세포조절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없어져야 하는 세포가 계속 살아 남게 된다. 이렇게 죽어야할 운명인 세포들이 모여 엉키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암이다.
과학기술이 끊임없이 발달하고 있지만 암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정확히 밝혀내지는 못한 상태이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다양한 암 생성 경로를 추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암세포를 없애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번에는 국내 연구진이 암세포의 보급로를 끊어 없애버리는 방법을 찾아냈다.
연세대 약학과, 연세대 의대 내과,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국립암센터,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공동연구팀은 암세포가 영양분으로 삼는 글루타민을 ‘세포 공장’ 미토콘드리아로 전달하는 물질과 경로를 찾아내고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셀 메타볼리즘’ 20일자에 발표했다.
암세포는 아미노산 중 글루타민을 식량으로 삼는다. 글루타민은 혈액에 가장 많은 아미노산으로 포도당과 함께 암세포 생존과 성장에 필수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글루타민이 암세포의 미토콘드리아 안으로 어떻게 들어가는지에 대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세포 공장인 미토콘드리아로 들어가는 경로만 차단하는 것은 전기를 만들어 내는 발전소나 식량공장을 막아버리는 것과 같기 때문에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LC1A5 유전자 변이체에 의한 미토콘드리아 글루타민 대사 메커니즘 - 연세대 약대 제공
연구팀은 ‘SLC1A5’라는 유전자에서 만들어진 변이체가 미토콘드리아 아미노산 수송체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지금까지 SLC1A5는 세포막까지 글루타민을 수송하는 것으로만 알려져 있었지만 직접 세포공장까지 이동시키는 운반수단이라는 것을 보인 것이다. 또 이 유전자는 저산소 환경에서 특히 활발히 움직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동물실험을 통해 해당 유전자가 활발히 활동을 하면 암세포의 에너지 호흡과 포도당 사용이 증가해 암세포가 커지고 쉽게 전이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췌장암의 경우 이 유전자가 활성화되면 항암제 저항성까지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해당 유전자 발현과 변이를 억제한 뒤 관찰한 결과 암 발생과 전이, 확대가 억제되는 것이 관찰됐다.
한정민 연세대 약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연구들은 암세포 신호전달 경로를 억제하는 측면에 주목해 왔는데 저항성이 생기기 쉽다는 한계가 있었다”라며 “이번 연구는 암세포 성장과 생존에 필요한 영양분 자체에 주목해 공략하는 대사적 측면에서 접근했다는데 의미가 크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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