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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텐트를 집이라 부르는 아이들, "빨리 자, 그러면 안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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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빈곤아동] 혹독한 겨울나기 <중> 비주택 민간임대 아동가구 4곳 르포
지난 6일 경기 양주시에 있는 컨테이너박스 주택에서 가영이(가명) 어머니가 얇은 패널조각으로 구분된 거실과 방 사이 통로를 걷고 있다. 윤성호 기자


가영(가명·19)이가 얇은 패널로 지어진 컨테이너박스를 ‘집’이라고 부른 건 초등학생 때부터였다. 세 들어 살던 집이 철거된 후 갈 곳이 없어진 부모님은 경기도 양주에 값싼 땅을 빌려 컨테이너박스를 세웠다. 낯설어하는 딸 셋에게 “다른 집을 구할 때까지 잠시 머물자”고 달랬다. 그렇게 10년이 흘렀다.

가영이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망막모세포종으로 시력을 잃었다. 어머니는 “다른 감각이 더 발달해서인지 가영이는 겨울에 한기를 유독 못 참는다”고 말했다. 집은 벽 이음새 사이로 찬바람이 그대로 들어왔다. 거실 중간에 폐유난로가 있었지만 온기가 방구석까지 퍼지기엔 역부족이었다.

화진(가명·13)이는 서울 구로구의 상가 건물 지하창고에 있는 텐트를 ‘집’이라고 부른다. 중국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화진이는 중국에서 살다 3년 전 어머니, 남동생과 한국에 왔다. 보증금 300만원에 어렵게 구한 지하창고는 난방이 되지 않는다. 찬 바닥엔 도저히 잘 수가 없어 텐트를 쳤다. 매일 밤 세 식구는 옷을 여러 겹 껴입고 텐트 안에 나란히 누워 잠을 청한다. 화진이 어머니는 “애들이 춥다고 하면 ‘빨리 자. 그러면 안 춥다’고 한다”고 말했다.

한파주의보가 발령된 지난 4~6일 기자는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비주택, 민간임대주택에서 사는 아동가구 4곳을 찾았다. 아이들은 텐트, 비닐, 손난로로 추위와 싸우고 있었다. 비주택 거주층은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쪽방 등 주택이 아닌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 가구를 말한다. 이들은 공공임대 입주 조건인 보증금, 공공임대 물량 부족 등을 이유로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휴식 공간이 아닌 집

비주택 거주자들은 정신적, 신체적으로 안전을 위협받고 있었다. 시각장애인인 가영이는 집이 더 위험하다. 컨테이너박스 벽엔 패널조각을 잇는 못들이 날카롭게 박혀 있다. 가영이가 언니 두 명과 함께 쓰는 방에서 거실로 이동하기 위해선 높은 문턱 두 개와 좁은 통로를 거쳐야 한다. 어머니는 가영이가 중학생 때 거실에 나오다가 폐유난로에 부딪혀 응급실에 실려 간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머니는 “아이가 뜨거워서 소리를 지르고 주저앉는데 심장이 철렁했다. 몸엔 화상 자국이 아직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의 방 세 개짜리 지하 월세방에서 여덟 식구가 사는 지은(가명·11)이는 집을 ‘감옥’이라고 부른다. 20평이 안 되는 공간에서 여러 명이 부대끼다 보니 신경이 예민해져 사소한 거로 싸우기 일쑤다. 지은이는 “왼쪽으로 다섯 발자국 가면 화장실이고 오른쪽으로 다섯 발자국 가면 거실이에요. 훌라후프를 하면 옆에서 티브이를 보던 언니가 머리를 때려요”라고 말했다. 어제저녁엔 남동생이 학교에서 배운 리코더를 불었는데 옆에서 공부하던 언니가 “조용히 해”라고 고함을 질러서 싸웠다.

집에서 편히 쉴 수 없어 무기력에 빠지기도 한다. 화진이는 중국에선 대회에서 상을 받을 정도로 바둑을 곧잘 뒀지만 ‘텐트 집’에 온 후엔 바둑판을 거들떠보지 않는다. 화진이는 “추워서 텐트 안으로 들어가면 너무 갑갑해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진다”고 했다.

경기 포천시의 상가 건물에 사는 주민이 문으로 들어가고 있다(왼쪽). 이 건물에 사는 11살 아이가 엄마, 동생과 함께 쓰는 방. 방한이 되지 않아 아이는 요즘 이불을 뒤집어쓰고 숙제를 한다. 윤성호 기자


“공공임대주택은 꿈의 집”

이들에게 공공임대주택은 ‘꿈의 집’이다. 화진이네는 한부모 가정이라 원래는 공공임대 선정 우선순위인데 어머니가 중국 국적이어서 지원 대상이 아니다. 어머니는 “연락이 끊긴 전 남편이 화진이 중국 국적 포기 각서를 써서 어쩔 수 없이 한국에 온 건데, 이제는 내 국적이 문제여서 화진이가 도움을 받을 수 없다니 모든 게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지은이 어머니는 다자녀가구 맞춤주택 물량과 지원금이 터무니없이 적다는 걸 알고 지난해 공공임대 신청을 포기했다. 식구 수가 여덟이라 최소 방 세 개짜리 집을 구해야 하는데 넓은 면적의 공공임대는 찾기 힘들었다. 어머니는 “작년만 해도 전세금 지원이 9000만원이 최대여서 절망했다. 방 세 개짜리 집은 아무리 열심히 찾아도 전세금이 2억은 된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만약 신혼부부거나 청년이면 오히려 전세금 지원이 더 많더라”며 “정부가 출산을 장려할 땐 언제고 아이가 많은 집은 지원을 적게 한다는 게 씁쓸했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자녀가 있는 가영이네는 공공임대 신청 제의가 많이 들어왔지만 비싼 보증금과 임대료가 문제다. 가영이 어머니는 “공공임대 보증금 500만원을 내려면 은행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이자와 관리비를 따지면 최소 매달 30만원은 내야 한다. 그걸 어떻게 감당하겠냐”고 말했다. 아버지가 일용직으로 일을 하지만 가영이의 망막모세포종 재발 예방치료 비용을 감당하기 빠듯하다.

요새 어머니는 가영이의 대학 등록금을 어떻게 마련할지 걱정하느라 잠을 못 이룬다. 글 쓰는 데 재능이 있는 가영이는 대학 여러 곳의 문학창작과에 합격했다. 어머니는 “집이 이래서 방 밖으로는 잘 나오지도 못하는 딸에게 조용히 글 쓸 제 공간이라도 만들어주고 싶다”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비주택에 사는 가구는 39만1000가구, 아동 수는 8만6000여명에 달한다. 김승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아동옹호센터 소장은 “주거지원 정책이 신혼부부, 청년 위주로 이뤄져 자녀가 있는 가정 대다수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정부가 다자녀가정을 위한 주거지원 대책을 내놨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김 소장은 “3년간 다자녀가정 1만1000가구에게 주택을 지원한다고 한다.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곳에서 사는 아동 가구가 50여만 가구인데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입주요건이 돼도 공공임대에 들어오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보증금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며 “불법개조한 비주택에서 살면서 40만~50만원을 월세로 내 빈곤이 악순환되는 사례도 많다. 불법 개조 주택 규제 및 단속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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