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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별한 애인 부모 운영 꽃집에 방화 지시해 영장
보험사기 자작극인 줄 알고 불 지른 공범도 구속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분, 연락 주세요."

지난달 22일 공군 하사 A(22)씨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이같은 게시글을 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함께 남겨놨던 메신저 계정으로 B(34)씨의 문의가 왔다.

어떤 일을 해야하는지 묻는 질문에 A씨는 "제가 운영하는 꽃집에 불을 내달라. 화재보험금이 나오면 수고비 450만 원을 주겠다"고 답했다.

생계난에 허덕이던 B씨는 고민 끝에 A씨의 제안에 응했다.

그러자 A씨는 광주에 위치한 자신의 꽃집 위치를 알려주며 "불을 지르는 데 필요한 준비물은 광주종합버스터미널 x번 물품보관함에 넣어놓겠다"고 전했다.

'보험 사기' 모의가 오간 다음날인 23일 B씨는광주를 찾아와 하룻밤을 묵은 뒤 24일 오전 1시30분께 터미널 물품보관함에서 A씨가 마련한 면장갑과 시너통(1ℓ) 3개를 챙겨 꽃집으로 향했다.

같은날 오전 2시45분께 서구 마륵동 화훼단지 내 한 꽃집에서 '펑'하는 폭발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 불을 지른 B씨는 황급히 달아난 뒤 들고있던 빈 시너통을 인근에 버렸다.

불은 인명피해 없이 비닐하우스 2개동을 태우고 소방당국에 의해 꺼졌다.

현장을 조사하던 경찰은 방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수사를 벌여 B씨를 붙잡았다

B씨는 일면식도 없는 A씨의 지시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실토했다.

그러면서 "약속받은 수고비도 못 받았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B씨가 A씨의 가게라고 여겨 불을 낸 꽃집은 실제 중년 부부가 운영하는 곳이었다. 부부는 A씨의 전 여자친구의 부모였다.

B씨 행적을 역추적한 경찰은 터미널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통해 A씨를 확인했다.

'A씨가 커뮤니티에 올렸다 지운 게시글을 봤다'는 익명의 제보도 수사에 도움이 됐다.

이를 토대로 경찰은 군 부사관인 A씨를 방화 교사범으로 특정, 군 헌병대와 공조해 지난 2일 A씨를 검거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최근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앙심을 품었다. B씨를 속여 불을 지르도록 시켰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일반건조물방화 교사 혐의로 공군 하사 A씨를 입건, 군 헌병대에 인계했다고 4일 밝혔다.

또 실제로 불을 지른 B씨를 일반건조물방화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군은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익명성을 기반으로 한 인터넷 상에서 범죄를 공모 또는 사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 '돈을 벌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절박한 심리를 이용한 인터넷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터넷 상 공모범죄의 경우 공범 간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없어 수사에 어려움이 많다"면서 "도덕적·법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글 또는 범죄 공모 대화를 발견하면 곧장 신고해달라. 범죄 예방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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