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일까, 속빈 강정일까…피아트크라이슬러-푸조 합병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PSA푸조가 18일(현지시간) 합병해 세계 4위 완성차 업체가 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두 회사에 따르면 지분 비율은 50:50으로 카를로스 타바레스 PSA 최고경영자가 합병회사를 이끌고, 존 엘칸 FCA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을 예정이다. 합병 회사의 명칭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번 합병으로 폴크스바겐그룹, 르노·닛산·미쓰비시 연합, 도요타에 이어 연간 870만대를 생산하는 거대 자동차 기업이 탄생했다. 두 회사에 따르면 합병회사의 연간 영업이익은 110억 유로(약 14조3017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양사는 “매년 37억 유로를 절감해 지속가능한 자동차 기술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합병은 2009년 피아트그룹이 미국 완성차 3위 업체 크라이슬러를 인수한 이후 10년 만의 대형 인수합병(M&A)이다.
FCA는 피아트·알파로메오·마세라티 등을 거느린 이탈리아 최대 완성차 업체다. 크라이슬러와 함께 지프·닷지 등의 브랜드도 있다. 엘칸 회장은 FCA 모기업인 엑소르그룹을 통해 슈퍼카 메이커 페라리도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크라이슬러 인수 뒤 경영상황이 나빠졌고 세계 시장 점유율도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했다. 지난 5월 프랑스 르노그룹과 합병을 추진했지만, 노조의 반대와 프랑스 정부의 미온적 태도로 한 달 만에 제안을 철회했다. 한때 현대차그룹이 FCA를 인수한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푸조·시트로엥·오펠·복스홀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PSA는 2014년 경영 위기 당시 프랑스 정부와 중국 둥펑 기차(東風汽車)로부터 각각 13%씩의 지분을 투자받았다. 둥펑 측은 최근 이 지분 일부를 매각할 움직임을 보여왔다. 이번 합병에 대한 미국 규제 당국의 승인이 용이해질 거란 전망도 있지만, 둥펑 측이 합병 회사의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실제로 두 회사에 대해선 프리미엄 브랜드가 부족하고, 중국 시장에서의 위상이 계속 약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두 회사는 주주와 규제 당국 승인을 거쳐 12~15개월 이내에 합병 작업을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이번 합병은 세계 자동차 업계 대변혁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도 지난 10월 타운홀 미팅에서 “자동차 시장은 공급 과잉 상태이고, 미래 자동차 업계에서 사라지는 회사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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