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힘든 80대도 운전대.. 잇단 교통 참사에 열도 '발칵' [세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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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4 21:14
日 고령운전자 사고 비상 / 2018년 75세 이상 운전자 564만명 '최다' / 80세 이상 26%가 "외출 때 자가 운전" / 2018년 사망사고 낸 75세 이상 460명 / 해마다 큰 폭 증가..12년 새 2배나 늘어 / 인지능력 저하로 페달조작 실수 주원인 / 운전면허 갱신 때 인지능력검사 의무화
지난 4월 도쿄 도심 이케부쿠로 폭주 사고 당시 일본 경찰이 마쓰나가 마나(당시 31)씨와 리코(〃3)양을 덮친 88세 운전자의 경승용차를 조사하고 있다. 횡단보도 위에는 마나씨가 썼던 것으로 보이는 모자가 떨어져 있다. 도쿄=EPA
지난 1일 오후 2시쯤 일본 군마현 시부카와시 간에쓰자동차도로. 80세 남성인 쓰쿠이 유타카씨가 운전하는 경승용차가 시속 100km가 넘는 맹렬한 속도로 역주행하다가 맞은편에서 오는 승용차와 정면 충돌했다. 사고로 이 남성이 숨지고 상대편 차에 타고 있던 70대 남녀가 중경상을 입었다.
이 사고는 초고령 시대를 맞은 일본의 사회문제로 부상한 고령운전자 문제가 다시 부각하는 계기가 됐다. 쓰쿠이씨는 8년 전 심장수술 중 뇌경색으로 인해 오른쪽 다리에 마비가 왔음에도 “다른 사람의 신세를 지고 싶지 않다”며 운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는 초고령 시대를 맞은 일본의 사회문제로 부상한 고령운전자 문제가 다시 부각하는 계기가 됐다. 쓰쿠이씨는 8년 전 심장수술 중 뇌경색으로 인해 오른쪽 다리에 마비가 왔음에도 “다른 사람의 신세를 지고 싶지 않다”며 운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단란한 가정, 한순간에 풍비박산
지난 4월에는 일본 사회 전반에 고령운전자 문제가 도로 위의 시한폭탄으로 인식되는 결정적 참사가 발생했다. 도쿄 도심 도시마구 이케부쿠로 교차로에서 녹색 보행자 신호에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31세 엄마와 3세 딸이 신호를 무시하고 시속 90km로 폭주해온 88세 남성 운전자의 승용차에 치여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며칠 후 방송 카메라에 잡힌 피의자 이즈카 고지 전 통상산업성(현 경제산업성) 공업기술원 원장은 양팔에 지팡이를 하고 제 한 몸도 가누기 쉽지 않은 충격적 모습이었다. 경찰은 지난달 수사 결과 이즈카 전 원장이 브레이크 페달 대신에 가속 페달을 잘못 밟는 운전 실수로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보고 자동차운전처벌법 위반(과실운전치사상)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이즈카 용의자는 취재진에게 “교만함이 있었나 싶어 반성하고 있다. 내 체력에 당시엔 자신이 있었다. (피해자에게) 사죄의 마음을 계속 가지고 살아가겠다는 것을 전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순간에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잃은 마쓰나가(32)씨는 기자회견을 통해 “매일 아침 일어나면 두 사람이 이제는 없다고 하는 현실에 생지옥 같은 삶을 살고 있다”며 “핸들을 잡을 때는 피해자를 낳지 않도록 주의해서 안전하게 운전해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이즈카 용의자의 엄벌을 요구하는 시민 서명 39만장이 검찰에 제출됐으나 불구속 송치되자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전체평균 상회
지난해 말 기준 일본에서 75세 이상 운전자는 564만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 내각부 조사에 따르면 외출 수단으로 ‘자신이 운전하는 자동차’라고 응답한 비율은 70세 후반(75∼79세) 45.7%, 80세 이상 26.4%였다. 80세 이상의 4분 1이 운전을 하고 다닌다는 이야기다.
고령자 교통사고도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사망사고를 낸 75세 이상 운전자는 전년 대비 42명이 증가한 460명(14.8%)로 역대 최고 비율을 기록했다. 2006년만 해도 고령운전자의 사고비율은 7.4%에 불과했다.
지난해 10만명당 교통사망사고 건수의 경우 75세 미만 운전자는 3.4건이었다. 그에 비해 75세 이상 운전자는 그 두 배가 넘는 8.2건, 80세 이상 운전자는 세 배가 넘는 11.1명이었다.
도쿄에서는 4월 발생한 이케부쿠로 모녀 참사에 영향으로 65세 이상 운전자의 사고 건수가 5월 이후 줄기도 했다. 도쿄를 관할하는 경시청에 따르면 1∼4월의 사고 건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7건 증가한 1979건이었으나 5∼7월에는 90건 감소한1281건을 기록했다. 사망사고는 5건 감소한 2건이었다.
양팔에 지팡이를 하고 경찰에 출석한 용의자 이즈카 고지 전 통상산업청(현 경제산업성) 공업기술원 원장. MBC 뉴스 캡처◆인지능력 저하로 인한 조작실수 주원인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는 인지능력 저하로 인한 가속·브레이크 페달 조작 실수 등이 주원인으로 분석된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에서 교통사망사고를 일으킨 75세 이상 운전자의 절반(49.3%)이 사고 전 인지기능검사에서 인지증(認知症·치매)이나 인지기능 저하 판명을 받았다. 일본에서는 75세 이상 운전자가 운전면허를 갱신할 때나 역주행 등 특정 교통법규를 위반했을 때 인지기능검사를 받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인지기능검사는 △인지증 우려가 있음(1분류) △인지기능 저하의 우려가 있음(2분류) △기능 저하 우려가 있음(3분류)이라는 3가지 분류로 판정되며 1분류의 경우 의사 진단이 필요하다.
지난해 사망사고를 유발한 75세 이상 운전자 460명 중 운전면허증 갱신 시 74세 이하여서 검사를 받지 않은 사람을 제외한 414명을 분석한 결과, 1분류 20명(4.8%), 2분류 184명(44.5%), 3분류 210명(50.7%)으로 1·2분류가 49.3%에 달했다. 이에 비해 전체 75세 이상 운전자(216만5000명) 중에서는 1분류 2.5%, 2분류 24.5%, 3분류 73.0%로 1·2분류는 27.1%였다. 사망사고 유발 고령자의 1·2분류 비율이 전체 평균의 두 배에 가까운 셈이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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