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등급 장학금 2억" 한 국립대의 파격 조건, 수험생 움직일까
등록금에 유학비까지...중간에 관둬도 환불 없어
충남대 이진숙 총장 공약...입시 전문가 "효과 글쎄"
"파격 장학금, 지방대 위기 그대로 보여주는 것"
대전 유성구 소재 충남대 대덕캠퍼스 정문. 충남대 홈페이지 캡처
"신입생 시절부터 박사 과정까지 등록금과 생활비, 기숙사비 등 모든 것을 지원합니다.”
충남대가 우수 학생에게 학사부터 박사까지 등록금과 학업 장려금 등 1인당 총 2억원을 지급한다는 파격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국어ㆍ수학ㆍ영어ㆍ탐구영역에서 전부 1등급을 받은 신입생에게 적용되는 장학금 프로그램(CNU Honor Scholarship)을 새로 만들었는데요.
대학 측은 학사, 석사, 박사 모든 과정 등록금은 물론 학기마다 학업 장려금 750만원도 주고 기숙사는 공짜로 이용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졸업 후 해외 유학을 가면 석사 과정 4,000만원, 박사과정 6,000만원의 특별 장려금도 줍니다.
이 정도면 역대 국내 국립대, 사립대를 통틀어 최고 대접을 해주는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혹시 학부 1학년만 다니고 중도에 학교를 그만두더라도 학교는 1년 동안 해당 학생을 위해 들인 비용을 돌려받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전폭적 지원 내세워 '슈퍼 엘리트' 유치"
게티이미지뱅크
충남대가 이렇듯 파격 대우를 앞세운 '당근 정책'을 펼치기로 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충남대 관계자는 23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우수한 인재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라며 "1차 목표는 지역 인재지만 지역 바깥의 인재도 당연히 노린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로 시험이나 면접 없이, 수능 전 과목에서 1등급을 얻으면 자동으로 뽑힙니다. 해당 장학생에게는 학교에서 운영하는 글로벌 파견 프로그램 우선 선발의 특혜도 주어지는데요.
이진숙 총장은 “좋은 학생들이 지역의 거점 국립대에서 학업에만 전념하면서 꿈을 키워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고 싶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같은 파격 지원은 충남대 첫 여성 총장으로 3월 취임한 이 총장의 공약이었다고 합니다.
이 총장은 특히 충남대에 입학한 인재가 충남대는 물론 해외 대학에서 석사, 박사 과정을 공부하더라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그는 "그 학생이 다시 충남대로 돌아와 후학 양성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단 학문의 균형 발전을 위해서 의예, 수의예, 약학 전공 학생은 비록 '올 1등급'의 조건이 되더라도 지원 대상에서 빼기로 했습니다.
"그 성적이면 서울의 스카이도 갈 수 있는데"... 효과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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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의 파격 실험 소식이 알려지자 당장 인터넷 커뮤니티상에는 그 효과를 놓고 갑론을박이 펼쳐졌습니다. 일부는 "최상위권 학생이라면 스카이(서울대ㆍ고려대ㆍ연세대)에 가지 않을까" "돈을 많이 주긴 하지만, 막상 가면 저 성적이 많이 아까울 것 같다"라며 냉소적으로 반응했습니다. 반면 다른 이들은 "저런 제도라도 있어야 수도권 '몰방(쏠림)' 현상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줄 수 있다" "저 장학금 받은 걸 취업 자기소개서에 쓰면 어디든 취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긍정적으로 기대하고 있는데요.
최해승 입시 컨설턴트는 충남대의 시도가 성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는 "학생들은 갈수록 '인(in) 서울' 하려고 하는 상황에서 수능으로 올 1등급을 받은 학생은 스카이 대학과 의, 치, 약학대 중 어느 곳이든 골라갈 수 있다"라며 "당장 입학 때 손에 2억원을 쥐어 준다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학생들이나 학부모의 선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는데요.
이어 그는 "수시 모집에서는 2등급 선의 훌륭한 학생들도 충남대에 많이 분포돼 있는데, 정시가 아니라 수시에서 유인책을 마련하는 게 인재 유치에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덧붙였습니다.
"지방대 위기 가속화 현실 드러내... 장학금보다 더 중요한 건"
수도권 대학으로 학생들의 지원이 몰리는 반면 지방대 및 전문대의 지원은 줄어 전문대 등은 학생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2017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전문대 수시 2학기 공동 접수 및 정보박람회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방대 중심으로 '파격 장학금'이 등장하는 건 그만큼 생존 문제가 절박해 졌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주를 이뤄요.
대학에 갈 수 있는 학령 인구가 전국적으로 빠르게 줄어들고 있고, 특히나 그 타격은 지방대에 더 크게 가해지기 때문입니다. '신입생 전원에게 장학금을 주겠다'라고 공약하는가 하면, 아이폰을 내세워 수시 응시생을 모집한 학교도 있었습니다. 이번 '2억원 장학금' 역시 우수한 학생을 유치해 학교의 인지도를 올리지 않으면 안된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는 해석입니다.
지방대가 고사 위기에 빠진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에요. 대학교육연구소가 7월 발간한 '대학 위기 극복을 위한 지방대학 육성 방안' 보고서를 보면, 만 18세 학령 인구는 2020년 51만 명에서 2024년 43만 명으로 8만 명 가량 급감해요. 2020년 대학 입학정원이 50만 명이니, 학령 인구가 모두 대학에 들어간다 해도 대학 곳곳이 텅텅 비게 되는 것이죠.
학령 인구 감소에 따른 타격은 지방으로 갈수록 심해집니다. 2018년 4년제 대학 기준 1인당 재정 규모는 수도권 1,506만 원으로 수도권(2,176만 원)의 69.2%에 불과합니다. 학생 선호도를 보면, 2019년 신입생 경쟁률이 7.0대 1로, 수도권 13.6대 1의 절반 밖에 안 됩니다. 지방대는 신입생 충원율이 낮은데 중도 탈락률은 높았습니다. 이번 파격 장학금 신설을 두고 "그나마 사정이 좋은 충남대가 이런 파격 제안을 할 정도로 지방대 상황이 어렵다는 걸 보여준다"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지방대가 위기를 벗어나려면 지원 받은 장학생이 해당 지역에 계속해서 남는 선순환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여태 대학이 제시한 수많은 당근책에서 그런 성과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지방 국립대가 인재를 지원한다는 면에선 일단 긍정적"이라면서도 "지역에 인재가 남는 구조가 되려면 소수 인원에 대한 지원 보다는 학벌 문제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정책적 변화가 있어야 하고 지역에서 터를 잡고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마련돼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입시 업계에서는 취업 연계형 학과를 두는 것이 좀 더 현실성 있는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해승 컨설턴트는 "지방의 학생과 학부모들이 가장 관심 가지는 주제가 취업"이라며 "2011년 삼성전자와 취업 연계형 모바일공학과를 새로 만들어 수능 1등급 학생들을 많이 유치한 경북대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임 연구원은 "지방대를 안 가려는 가장 큰 이유가 취업이기 때문에 대학이 취업과 연계하는건 긍정적이지만 대학의 목적이 오로지 취업이 되지 않도록 경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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