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유통시장 1%에 다 걸었다…전쟁터 된 '새벽 배송'
1인 가구·워킹맘 열광하는 신시장
2015년 마켓컬리가 포문 열고
쿠팡·신세계·롯데 등 줄줄이 가세
과도한 투자, 적자 탈출이 과제
[SPECIAL REPORT] 새벽배송 시장 달구는 콜드 체인
새벽배송이 유통업체들의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쿠팡 프레시 물류센터는 신선식품을 배송하기 위한 콜드체인 시스템을 갖췄다. [사진 쿠팡]
1%의 새벽배송이 유통업계를 흔들고 있다. 꼬리가 개를 흔드는(왝더독, The tail wags the dog) 셈이다. 증권시장에서는 선물이 현물 가격을 휘두를 때, 마케팅에서는 사은품이 본 상품 매출을 좌우할 때를 의미한다. 한마디로 주객전도다. 이같은 현상이 전세계 유통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13조7000억원에 달해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여행·교통·문화·쿠폰 등을 제외한 상품 거래액은 87조원 수준이다. 지난해 오프라인까지 포함한 총소매판매 금액(464조원)의 18.8%다. 올들어 총소매판매 증가율은 3% 안팎에 불과한데 반해 온라인 매출은 지난해보다 20% 이상 늘어나고 있다. 온라인쇼핑 상품 거래액도 올해 1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급성장하는 온라인쇼핑 시장에서 콜드체인을 활용한 신선식품 새벽배송 분야가 유통업체들의 최대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더 빠르게, 더 신선하게, 더 싸게 고객들의 식탁에 식품을 올려놓겠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새벽배송 서비스를 처음 시도한 곳은 마켓컬리다. 2015년 29억원이던 이 회사의 매출은 오후 11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7시 전에 배송하는 ‘샛별배송’을 시작하면서 지난해 1571억원까지 늘었다. 현재 취급하는 상품 1만여개 품목 가운데 80%가 식품이다. 쿠팡도 지난해 10월 ‘로켓프레시’를 선보이며 새벽배송에 뛰어들었다.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판매를 전담하는 SSG닷컴도 지난 6월 이 대열에 합류했다. 롯데와 현대도 서비스를 시작했다.
신선식품을 배송하려면 콜드체인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콜드체인은 농·축·수산물을 낮은 온도로 운송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생산지로부터 냉동·냉장차, 냉장 컨테이너 등을 활용해 유통업체의 매장까지 운반하는 물류산업의 핵심이었다. 최근에는 매장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의 식탁까지 직접 배송하는 데까지 확장되고 있다. 미국의 시장분석업체 마켓앤마켓은 “각국의 중산층 인구 증가로 신선식품 수요가 늘면서 글로벌 콜드체인 시장이 2017년 이후 연평균 7% 성장해 2020년에는 2713억 달러(3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식품의 새벽배송에는 돈이 많이 든다. 쿠팡은 100여개의 물류센터를 만들고 배송직원을 고용하느라 3조원이 넘는 누적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SSG닷컴도 2021년까지 1조원 이상을 물류망 강화에 투자할 예정이다. 해외에서는 아마존이 식품 배송에 적극적이다. 2017년 유기농식품 유통업체 홀푸드를 인수하면서 2시간 이내에 식품·생활필수품 등을 배달하는 프라임 나우 서비스 지역을 넓히고 있다. 여기에 투자하다가 올 3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감소하는 어닝쇼크를 겪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새벽배송 시장규모는 2015년 100억원에서 지난해 4000억원으로 커졌다. 올해는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온라인 시장의 1%에 불과한 규모지만 4년만에 100배로 성장하는 시장을 놓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은형 국민대 교수는 “최근 급증한 1인 가구나 워킹맘들은 바쁜 아침에 먹거리 고민을 덜어주는 새벽배송에 열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1인가구 수는 2015년 300만가구 수준에서 내년에는 600만가구로 늘어날 전망이다.
새벽배송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유통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유통업체들이 적자를 감수하고 투자하는 이유다. 어느 지역의 어떤 고객이 어떤 물건을 언제 주문하는지를 아는 것 자체가 힘이 된다는 것이다. 송상화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는 “미래에 1000조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글로벌 식품산업에서 식품을 얼마나 신선하게 유지하는지가 유통업체들의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점점 더 많이 모이는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희비가 갈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창우·이창균 기자 changwoo.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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