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시바신 현신" 약사·병원장도 속았다, 30억 황당사기
검찰이 자신을 ‘시바 신의 현신’이라고 속여 난치병 환자 등 11명으로부터 30여억원을 뜯어낸 권모(49)씨 등 3명을 사기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겼다. 시바는 힌두교의 3대 신 중 하나로, 파괴의 신이다. 권씨와 함께 사기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임모(49)씨와 황모(59)씨는 한의사다. 검찰은 임씨를 주범으로 봤다.
대전지검은 지난달 29일 임씨 등 2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황씨를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1차로 수사한 대전둔산경찰서가 신청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도 구속을 시도했으나 법원이 구속영장을 재차 기각하면서 불구속 기소가 이뤄졌다. 피해자가 영장심사에 나와 증언하겠다 했으나 법원은 이를 거부했다고 한다.
A씨는 2012년 지인으부터 권씨를 소개받았다. 권씨는 A씨를 포함해 3명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흔들리는 추를 이용해 ‘선업 지수’를 측정해줬다. 권씨의 종교 논리에 따르면 신이 보기에 선한 일을 많이 하면 선업 지수가 쌓이고 60%를 넘어가면 추를 이용해 난치병 등을 치료할 수 있다.
A씨 등은 처음엔 믿지 않았지만 권씨의 진지한 말투와 손을 움직이지 않아도 흔들리는 추 때문에 빠져들었다. 특히 권씨가 이들과 만날 때마다 “선업 지수가 1% 올랐다” “전혀 오르지 않았다”는 등 얘기를 하면서 A씨 등은 경쟁적으로 선업 지수 올리기에 매달렸다.
권씨는 다른 사람을 시바의 화신인 자신에게 인도하면 선업 지수를 가장 빠르게 올릴 수 있다고 속여 다른 사람들을 소개받았다. 피해자 중에는 약사·병원장 등 전문직 종사자들까지 포함됐다.
2014년 중순쯤 권씨를 전적으로 믿는 사람은 10명이 넘어갔다. 2014년 7월 권씨는 여성 한의사 임모(49)씨를 ‘두르가 신의 화신’으로 소개한다. 두르가 신은 힌두교의 여신 중 하나로 신화에 따르면 시바의 아내다. 권씨와 임씨가 “부부 신의 현신이다”고 밝히면서 사기 행각은 본격화한다.
권씨와 임씨는 A씨 등 수십명이 자신들을 따르자 “추를 이용한 치료법을 알려주겠다”, “카르마(업보)가 쌓여 가정의 화를 입을 수 있으니 신의 힘으로 씻겨주겠다”는 명목으로 한번에 100만원부터 수천만원까지 돈을 뜯어낸 것으로 조사됐다. 권씨는 돈을 내기 꺼리는 사람은 “영혼을 소멸시키겠다”고 협박하거나 아예 모임에서 쫓아냈다고 한다.
경찰 등에 따르면 권씨와 임씨는 2014년 7월 10여명을 불러 모아 “2014년 말쯤 세계 종말이 시작되기 때문에 함께 살 마을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법인을 설립하고 부지를 매입하는 등 여기에 드는 돈을 신의 뜻이라는 명목으로 각출했다. A씨 등은 경찰 조사에서 “‘협조하지 않으면 가족들까지 다치고 환생할 수 없다’는 등 협박성 발언으로 세뇌를 당했다”고 진술했다.
집과 병원 등 재산을 팔아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씩의 돈을 내는 과정에서 배우자와 이혼하는 등 10여명의 피해자가 나왔다. A씨의 피해액은 16억원에 달한다. 수십억원의 돈이 들어간 법인의 주인은 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임씨와 권씨다. A씨와 그 동료 B씨는 지난해 11월 고소장을 냈고 이후 고소인은 11명까지 늘었다. 수억원대 피해자 중 “스스로 부끄럽다”는 이유로 고소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도 다수다.
고소인에 이름을 올린 사람 중엔 환자도 다수다. 난치병 환자인 C씨는 “악귀 때문에 몸이 아프다”는 말을 믿고 1회 치료 비용으로 500만원을 지불하는 등 권씨와 임씨에게 2년 동안 2000여만원을 지불했으나 건강은 더 나빠지기만 했다. 임씨는 카르마를 해소하기 위해 신에게 제물을 바쳐야 한다며 명품 목걸이를 요구하기도 했다.
또 다른 환자인 D씨는 5년 가까이 '두르가의 화신'이라는 임씨로부터 추를 이용한 치료만 받다가 건강이 악화돼 체중이 25kg까지 줄었다. 사기 당한 것을 뒤늦게 깨달은 B씨가 D씨를 찾아갔을 때 처음 들은 말은 “임씨로부터 치료를 계속 받아야 하는데 더는 낼 돈이 없어 큰일이다”였다. D씨는 장시간 앉아있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자택에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수년간 임씨에게 치료를 맡긴 E씨는 신부전증이 악화돼 실명 직전이지만 “임씨의 추 치료로 투석을 안 하고 버티고 있다”며 고소를 거부했다고 한다.
수사기관은 권씨와 임씨가 증거인멸까지 치밀하게 진행해 수사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들은 A씨 등으로부터 수억원씩을 각출하기 전에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모두 망치로 훼손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자메시지 내용 등 증거를 없앤 것이다. 지난 4월 한 피해자가 부수지 않고 보관했던 휴대전화가 나오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피해자 중엔 권씨와 임씨의 이야기를 모두 메모한 사람도 있어 검찰은 이를 증거로 법원에 제출했다. 이 메모엔 추를 이용해 신과 어떻게 소통하고 치료를 하는지 등 피해자 진술과 일치하는 내용이 빼곡하게 적혀있다고 한다.
사기 혐의로 기소된 권씨·임씨 등 3명은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지금도 지방에서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피해자가 계속 나오고 있는 셈이다. 검찰은 추가 기소를 검토하고 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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