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고 죽은 아기야….속죄하고 싶었는데….”
6일 오전 서울남부지법 306호 중법정. 법정을 나선 조모 씨(40·여)가 말을 잇지 못하고 흐느꼈다. 두 차례 심호흡한 조 씨는 이렇게 말했다. “죽은 아기한테 해줄 수 있는 건 벌 받는 것뿐인데…. (재판이) 끝나질 않네요.”
조 씨는 2010년 12월 생후 2개월 된 딸 하은이(가명)가 사흘 동안 고열에 시달리는데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유기치사)로 올 1월부터 재판을 받아왔다. 조 씨가 2017년 3월 경찰에 자수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조 씨가 자수할 때까지 7년 동안 이웃과 당국은 하은이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 하은이는 출생신고가 안 돼 있었다.
6일은 조 씨가 1심 판결을 선고받는 날이었다. 하은이가 사라진지 9년 째 되는 날이기도 했다. 하지만 판결은 선고되지 않았다. 불구속 상태로 함께 재판을 받았던 전 남편 김모 씨(42)가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판 과정에서 “조 씨가 기차역에 아기를 버렸다”며 혐의를 부인하던 김 씨는 지난달 22일 선고공판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 씨를 법정에 강제로 데려오라며 구인영장을 발부하고 판결 선고 날짜를 6일로 미뤘다. 하지만 수사기관은 김 씨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했다. 경찰은 서울 강서구 김 씨 자택을 여러 차례 찾아갔지만 만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음 달 31일 선고하겠다고 밝혔다. 재판이 끝나고 20분이 지나도록 조 씨는 법정 방청석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법정 출입문을 바라보던 조 씨는 “이제라도 김 씨가 법정에 나와서 내게 아기를 어디에 묻었는지 알려줬으면 좋겠다”며 “죽은 아기의 보금자리를 늦게나마 만들어주고 싶다”고 울먹였다.
법무부는 출생신고조차 하지 못한 채 숨진 아이가 다시 나오지 않도록 가족관계등록법을 고치기로 했다. 법무부 산하 포용적 가족문화를 위한 법제개선위원회는 올 9월 병원이 아이가 태어날 때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출생 사실을 알릴 수 있도록 현행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법무부는 불법체류 이주여성에게도 이 같은 내용의 ‘출생통보제’를 적용해야 하는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도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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