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한파로, 기대수명 증가세 처음 멈췄다

ㆍ2018년생 82.7년…혹한에 노인 사망 늘며 전년과 같아
ㆍOECD 평균 상회…건강하게 사는 기간은 감소세 계속



매년 늘던 출생아 기대수명이 지난해 처음으로 정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초 ‘역대급’ 한파로 노인 등의 사망자가 크게 늘어난 결과로 분석된다. 일생 중 질병이나 사고로 인한 상해를 경험하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기간은 감소세가 계속됐다. 복지제도의 발달로 병을 미리 알게 되고 관리하는 기간이 늘었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4일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2018년 생명표’를 발표했다. 지난해 출생아 전체의 기대수명은 82.7년으로 2017년과 같았다. 기대수명이 전년 대비 증가하지 않은 것은 197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남자 출생아(79.7년)와 여자 출생아(85.7년) 모두 2017년과 같은 수치를 유지했다.

통계청은 지난해 한파의 영향으로 사망자가 많아져 기대수명이 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기대수명은 해당 연도의 사망신고 자료를 토대로 추정된다.

김진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지난해 1~2월 기온이 1973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는 등 겨울 한파가 심했다”며 “고령화로 사망률이 높아지는 추세에다 지난해는 특히 한파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사망자 수는 2017년보다 4.7% 증가해 다른 해보다 크게 늘었는데, 그중 1~2월 사망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21.8%와 9.3% 증가했다.

지난해 출생아 기대수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상회했다. 남자 출생아는 1.7년, 여자 출생아는 2.4년 높았다.

지난해 태어난 아이가 일생 중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기간(건강기간)은 64.4년으로 2016년보다 0.5년 줄었다. 남자(64.0년)는 0.7년, 여자(64.9년)는 0.3년 감소했다. 건강기간은 기대수명에서 일생 중 질병이나 상해를 겪는 기간(유병기간)을 제외한 수치로, 2012년부터 격년으로 집계되고 있다.

최근 건강기간은 계속 감소하고 있는 추세인데, 이는 유병기간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유병기간은 남자(15.7년)와 여자(20.9년)가 2016년에 비해 각각 1.1년, 0.7년 증가했다.

김진 과장은 “병원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고 건강보험과 건강검진 범위가 확대되면서 만성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경향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복지제도의 발달로 병을 일찍 파악해 오랜 기간 관리할 수 있게 되면서 통계상 유병기간이 늘었다는 것이다. 기대수명에서 건강기간이 차지하는 비율은 남자(80.3%)가 여자(75.6%)보다 높았다. 해당 비율은 남녀 모두 유럽연합(EU) 평균보다는 낮았다.

지난해 출생아가 향후 사망 시 원인이 되는 질환은 암(20.7%)일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암이 제거되면 기대수명은 남자와 여자가 각각 4.6년과 2.7년 증가한다. 암 다음으로는 심장질환(11.8%), 폐렴(10.0%), 뇌혈관 질환(7.9%) 때문에 사망할 확률이 높았다. 노인성 질환으로 분류되는 폐렴으로 인한 사망률은 남녀 모두 늘었는데 이는 급격한 고령화의 결과로 통계청은 분석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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