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내려도 높아지는 은행 대출 문턱

연합뉴스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주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금리는 계속 오르면서 오히려 대출 문턱은 높아지고 있다. 시장금리 상승과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때문으로 풀이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5개 시중은행의 고정금리형(혼합형) 주담대 금리(11일 기준)가 일주일 전(4일)보다 모두 올랐다. 상승폭은 국민은행(11일 2.64∼4.14%)이 0.09%포인트로 가장 컸고, 농협은행(3.22∼4.32%) 0.08%포인트, 신한은행(3.00∼4.01%)과 우리은행(2.85∼3.85%)이 각각 0.06%포인트, 하나은행(2.876∼4.086%) 0.035%포인트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10월16일) 직전인 지난달 14일과 비교하면 이들 은행의 금리는 4주 사이 0.29∼0.55%포인트 올랐다.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도 상승 가능성이 있다. 변동형 주담대는 국내 은행이 자금을 조달한 수신상품의 금리를 가중평균한 코픽스(COFIXㆍ자금조달비용지수)와 연동된다. 지난달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주요 은행들이 아직 예금금리를 내리지 않은 터라, 상대적으로 시장금리 변동을 빨리 반영하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이달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예금금리는 내려가지 않고 대출금리는 되레 오르는 것은 기준금리 인하가 은행을 통한 유동성 추가 공급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예금ㆍ대출금리가 기준금리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이유로는 우선 시장금리가 꼽힌다.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AAA등급 금융채 5년물 금리는 지난달 초부터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8일 기준 AAA등급 금융채 5년물 금리는 1.836%로 4주 전보다 약 0.3%포인트 올랐다.

당국의 규제도 한몫했다. 은행들은 내년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예대율(예수금 대비 대출금 비율) 규제에 대비해야 한다. 가계대출에 15% 가중치를 두고 기업대출은 15% 하향 조정하는 방식이라, 은행들은 예금금리를 높게 가져가면서 예금을 유지하거나 추가 유치하고 가계대출 금리를 높여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은행들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5%대로 제한하라는 금융당국의 총량 규제도 준수해야 한다. 10월 말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과 비교해 5.9% 늘어 사실상 총량 규제 한도를 거의 다 채웠다. 따라서 은행들이 고객에 제공해온 우대금리 축소 등의 방법으로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새로운 예대율 규제와 대출 총량 규제를 맞추기 위해서 연말로 갈수록 가계대출 증가세를 조정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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