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브로커 접촉해보니…동아일보 취재팀이 운전면허가 없는 10대라고 소개하고 불법 차량을 렌트하는 브로커와 나눈 모바일 메신저 대화 내용. 브로커들은 추적이 어려운 텔레그램,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철저히 익명으로 거래를 알선했다.“혹시 몇 살이세요?”
“고3, 열아홉 살요.”
“에이, 거짓말 안 하셔도 돼요. 06년생도 가능해요.”
8일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으로 접촉한 브로커 A 씨는 속전속결이었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 차량 렌트 광고를 보고 메신저로 말을 거니 곧바로 “통화 되느냐”는 답이 돌아왔다. 텔레그램 무료통화로 전화를 걸어와서는 “나이는 몇 살이냐. 사는 곳이 어디냐”며 인적사항을 물어봤다. 10대라고 하니 “열네 살도 상관없다. 바로 차량 렌트를 도와주겠다”며 거래를 밀어붙였다.
1일 전남 화순에서는 10대 무리들이 무면허로 렌터카를 몰다가 20대 대학생을 치어 숨지게 만든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차량에 타고 있던 가해 청소년들은 소셜미디어에서 알게 된 불법 렌터카 브로커에게 차를 빌렸다.
실제로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접촉해 봤더니 면허가 없거나 미성년자라도 너무 쉽게 렌터카를 빌릴 수 있었다. 이들은 익명으로 소통하는 텔레그램이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청소년들을 유혹했다.
또 다른 브로커 B 씨는 전화가 연결되자 대뜸 나이와 출생연도, 띠까지 캐물었다. 대답을 얼버무리자 “지금 차량이 다 나가서 대기가 별로 없다. 언제 돈을 보낼 수 있느냐”며 능수능란하게 유도했다. 거주지 가까이에서 어떻게 차를 빌리는지도 일사천리로 설명하며 정신을 빼놓았다. “면허가 없는데 정말 되냐”고 묻자 “그런 분들을 위한 서비스다. 염려 마라. 한두 번 하는 게 아니다”며 안심시켰다.
브로커들은 묘한 공통점도 지녔다. 재빨리 상대가 어리다는 걸 파악하고도 ‘선생님’이나 ‘사장님’이란 호칭을 빼놓지 않았다. “믿고 맡기시면 편안하게 이용하실 수 있어요” “이렇게 쉽게 차 빌리기 어려워요”라며 극존칭을 썼다. 경찰 관계자는 “어린 10대들은 이렇게 대접받는다는 기분에 혹해 쉽사리 거래에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고가 났을 때 대처하는 요령을 설명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무조건 도망가라’고 했다. A 씨는 “혹시 접촉사고가 나면 그냥 내버려 둬라. 화장실 다녀온다고 하고 얼른 도망가라. 요새 남의 차를 타는
×× 없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C 씨도 10대들이 사고가 많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이렇게 설명했다.
“사고 나면요? 걱정 마세요. 어차피 신용불량자 명의를 구해 쓰는 거라 괜찮아요. 어디 박으면 그냥 튀면 돼요. 다들 그렇게 해요.”
경찰청에 따르면 면허가 없는 10대가 렌터카를 몰다가 저지른 사고는 해마다 늘고 있다. 2015년 55건에서 지난해 90건으로 증가했다. 그로 인해 8명이 목숨을 잃고 722명이 다쳤다. 하지만 해외에 본사가 있는 소셜미디어 등을 이용하는 브로커들은 추적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화순 교통사고 때 돈을 받고 자신의 명의를 제공한 30대는 경찰에 붙잡혔지만 브로커는 아직 신원도 파악되지 않았다.
이런 범죄들은 대다수 차량 공유 서비스를 악용하고 있지만 관련 업계에선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그렇다고 업체가 실시간으로 모든 운전자의 신원을 확인하도록 하면 너무 과도한 책임인 데다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운전면허의 진위를 판별하는 시스템을 이용해 범죄를 예방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개인정보를 사고파는 행위나 차량 불법 렌트에 대한 처벌도 강화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전채은 기자
chan2@
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