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 뚜껑 열자 '와르르'…대박 노린 개미들 '멘붕'
빅히트 22%↓
공모주 광풍 한풀 꺾일 듯16일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주가가 22% 급락했다. 추가 하락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빅히트 상장 기념식에서 북을 치고 있는 방시혁 의장.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의 마지막 대어(大魚)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상장 이틀째인 16일 20% 넘게 급락했다. 장중 20만원 밑으로 떨어져 상장 직후 대박을 노리고 뛰어든 개인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로 이어진 과도한 공모주 열풍이 식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빅히트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22.29%(5만7500원) 하락한 20만500원에 장을 마쳤다. 상장 첫날 상한가를 기록할 것이란 기대가 무너지면서 투자자들이 급격히 빠져나간 탓이다. 공모가(13만5000원)에 비해선 여전히 높지만, 대박을 노리고 상장 직후 따라붙은 개인들은 큰 손실을 봤다.
외국인과 기타법인이 주가를 끌어내렸다. 이틀간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은 각각 961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대부분 공모가에 주식을 받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빅히트의 기존 주주로 더 낮은 가격에 주식을 산 기타법인은 이틀간 3000억원어치를 매도했다. 상장 첫날 81만8068주(2435억원어치)를 사들였던 개인은 이날도 약 1603억원어치를 매입했다.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상장 때보다 차가워진 시장 분위기도 빅히트 급락에 영향을 미쳤다.
전문가들은 공모주에 대한 인기는 지속되겠지만 투기적인 수요는 잦아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의무보유' 없는 기타법인·외국인 이틀새 150만주 이상 매도
빌보드 차트와 주식시장은 달랐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상장 전날인 지난 14일 방탄소년단(BTS)의 ‘새비지 러브 리믹스’와 ‘다이너마이트’가 각각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핫 100’의 1, 2위에 올랐다. 마치 빅히트 상장을 축하하는 듯했다. 투자자들은 빅히트 주가도 BTS 노래 순위처럼 올라갈 것으로 기대했다. 그 희망은 15일 오전 9시 상장 후 3분 만에 상한가가 풀리며 깨졌다. 다음날인 16일은 더 참혹했다. 22% 넘게 추락했다. 전날 상한가 대비 42.8% 낮은 가격이다. 빅히트 추격에 나섰던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봤다. 공모주 시장의 과열을 반영해 과도하게 높게 책정된 공모가, 식고 있는 전체 시장의 분위기 속에 먼저 빠져나오려는 ‘탈출 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빅히트의 추락은 표면적으로는 기타법인과 외국인 매도 때문이었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틀에 걸쳐 31만5000주를 내던졌다. 기타법인은 119만6200주를 쏟아냈다. BTS의 팬클럽(아미)을 비롯해 개인들이 이 매도 물량을 받아냈지만 주가를 방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주식을 내다판 기타법인은 빅히트 기존 주주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상장 한참 전 투자에 참여해 공모가(13만5000원)보다 훨씬 싼 가격에 주식을 샀을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들의 탈출심리를 자극한 것은 그 몇 배 되는 매도 물량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빅히트는 청약 과정에서 최대주주인 방시혁 대표, 2대주주인 넷마블과 스틱인베스트먼트가 모두 6개월의 의무보유확약을 걸었다. 하지만 4대주주인 메인스톤(외국인으로 분류)과 5대주주 웰블링크를 비롯해 여러 법인이 빅히트 지분을 의무보유확약 없이 들고 있다. 아무 때나 팔 수 있다는 얘기다.
빅히트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애초에 과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빅히트는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경쟁사인 SM엔터테인먼트를 제외하고, 네이버와 카카오 등 기존 엔터업체보다 EV/EBITDA(시장가치/세전영업이익)가 높게 형성된 기업들과 비교해 공모가를 산출했다. 그 결과 빅히트의 15일 종가 기준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65.13배로 JYP엔터(30.36배)와 SM엔터(23.56배)보다 높았다.
주가가 하락한 15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도 올해 2조4000억원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 하나금융지주보다 높았다. 빅히트 올해 순이익 전망치는 890억원이다.
달라진 시장 분위기도 주가를 끌어내린 요인으로 꼽힌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는 시장이 상승할 때 상장해 한동안 높은 주가를 유지할 수 있었다”며 “시장 조정기에 상장한 빅히트는 이런 도움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낙관적 전망은 많지 않다. 호재는 적고, 악재는 많다. 당장 오는 30일 기관 의무보유 물량 20만 주가 시장에 풀릴 수 있게 된다. 향후 1개월 동안 시장에 풀릴 예정인 기관배정 물량은 152만 주다. 상장 후 이틀간 기관 매도물량의 약 5배에 달한다. 앞서 상장한 카카오게임즈와 SK바이오팜도 기관들의 의무보유가 풀릴 때마다 주가는 떨어졌다.
이 같은 수급 요인을 뛰어넘으려면 성장성을 보여줘야 한다. 이 대목에서 의문이 제기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빅히트의 연도별 매출 증가율은 2021년 70.37%에서 2022년 37.53%로 감소한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BTS 재계약 및 군입대 이슈를 고려하면 빅히트의 이익 급증은 내년을 기점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BTS의 뒤를 이을 대형 신인들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 펀드매니저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등 ‘BTS 동생그룹’들은 아직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모주를 받지 않고, 상장 후 추격 매수에 나섰던 개인투자자들은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서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일부 투자자는 “빅히트가 아니라 빅쇼트다” “주식도 환불이 가능한가” 등의 반응을 보였다. 개인투자자는 상장 당일 빅히트 주식을 243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들은 하루 사이 30% 가까운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재원/전범진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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