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30년간 거들떠보지 않던 태백산맥, 첫 정독…마지막 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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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30년간 거들떠보지 않던 태백산맥, 첫 정독…마지막 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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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 50주년을 맞아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 ‘대하소설 3부작’의 개정판과 산문집 <홀로 쓰고, 함께 살다>를 펴낸 소설가 조정래(77)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새로 쓸 작품에 영향 줄까봐
일부러 잊어버리려고 애써”

간담회서 ‘친일 청산’ 강조
‘반일종족주의’ 쓴 이영훈엔
“신종 매국노·민족 반역자”

소설가 조정래(77)가 등단 50주년을 맞아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 대하소설 3부작의 개정판(해냄출판사)을 펴냈다. 집필 기간 20년, 원고지 분량으로 5만1500장, 등장인물만 1200여명에 이르는 이 대하 3부작은 1500만부 넘게 팔리며 한국 출판역사상 초유의 기록을 세웠다. 20세기 한국 근현대사의 혼돈과 격랑을 담아낸 대하 3부작 개정을 위해 조 작가는 초판 출간 이후 처음으로 32권에 달하는 원고를 다시 읽었다고 한다. 개정판 출간은 작가가 밝힌 “마지막 퇴고”로, 일종의 최종 ‘정본(定本)’을 완성한 것이다.

조 작가는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태백산맥> 완간 후 30여년의 세월이 흘렀는데 처음으로 정독을 했다”며 “제가 게을러서가 아니라 예술의 숙명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모든 예술가들에게 자기가 만들어낸 예술품은 새로 만들 작품의 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야 새것이 나온다. <태백산맥>이 <아리랑>의 적이었고, 두 작품이 <한강>의 적이었다. 잔인무도할 정도로 이전 작품들을 전혀 거들떠보지 않았고, 빨리 잊어버리려고 애썼다.” 기존 작품의 인물을 연상시키는 특성은 다음 작품에서 쓰지 않았고, 심지어는 인물의 성(姓)조차도 완전히 다르게 쓰려고 애썼다는 설명이다.

개정 작업은 일부 문장을 손보고 몇몇 장면은 묘사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조 작가는 “인간은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에 모든 예술품은 미완성이다. 완벽을 향해 가는 몸부림이 있을 뿐”이라며 “이번에 제가 한 퇴고 역시 완벽을 향해 가고자 하는 작가의 진지한 노력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세기 동안 글쓰기를 멈추지 않아온 작가는 향후 집필 계획도 밝혔다. 그는 “인간 본질, 존재의 문제를 다룬 장편 3권이 2년 후에 나올 듯하고 (그로부터) 3년 후에는 현실에서 내세까지 아우르는, 불교적 세계관에 입각해 쓴 소설 3권을 내고 장편소설 인생을 마감하려고 한다”며 “단편소설과 결별했던 시간이 40년쯤 됐는데 단편소설을 50편쯤, 명상적인 수필을 대여섯편 쓰고 인생의 문을 닫을까 한다”고 말했다.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힌 그는 “박정희 정권을 굉장히 싫어하지만 유일하게 좋아하는 (그 시대의) 단어가 ‘초과달성’ ”이라며 “계속해서 초과달성하는 삶을 살아왔다. 그 치열함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의 등단 50주년 소회 역시 작가로서의 ‘치열함’과 맞닿아 있었다. “30대 때부터 소망이 뭐냐고 물으면, 글을 쓰다가 책상에 엎드려 죽는 것이라고 했다. 그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마지막까지 글을 쓰다 죽는 것, 그것처럼 아름다운 작가의 삶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 작가는 대하 3부작 개정판과 함께 문학인생 반세기를 돌아본 신작 산문집 <홀로 쓰고, 함께 살다>도 펴냈다. 독자의 질문 100여개를 받아 답변 형식으로 정리한 책이다. 책에는 작가의 문학론, 인생론뿐만 아니라 친일 청산·한반도 평화 등 역사와 사회에 대한 생각도 담겼다.

조 작가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친일 청산’을 강조하며 “반민특위는 민족정기를 위해,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고자 반드시 부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반일종족주의>를 쓴 이영훈 이승만학당 이사장이 자신의 소설 <아리랑>의 일부 내용이 ‘왜곡과 조작’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서도 “그 사람은 한마디로 말하면 신종 매국노이고 민족 반역자”라며 “<태백산맥>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해 무혐의를 받았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아리랑>은 더 철저히 자료 조사를 했다. 제가 쓴 역사적인 자료는 객관적인 것이고, 그걸 짊어지고 가는 주인공들은 허구의 인물”이라고 맞받았다.

조 작가는 산문집에서 한국 민주주의를 일군 1980년대부터의 시대를 다루는 대하소설이 나오지 않는 데 대해 아쉬움을 표하며 후배 작가들에 대해서도 “단편이든 장편이든 하나같이 ‘1인칭 소설’이다. ‘3인칭 소설’을 못 쓰는 그 불구적 능력으로는 ‘대하소설’은 써낼 수 없다”고 질책했다.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 “소설이 그리는 것은 인간 삶의 희로애락이며 그러기 위해서 많은 인물을 그릴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면서 “1인칭 소설에서 ‘나’가 빠져버리면 등장인물이 열명이 나오든, 백명이 나오든 그 인물들은 죽어버린다. 피동적인데, 인간 삶은 능동이지 피동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후배 작가들이) 좀 더 치열한 고민을 하길 바란다. 문단을 위해서가 아니라 소설을 읽어야 하는 독자들을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가 빚어낸 전 세계적 위기에 대해선 “인간의 끝없는 탐욕이 인류를 망치는 증거가 코로나19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이 기회에 인류가 좀 더 겸손해지고, 조금 불편하고 가난해도 괜찮다고 하는 철학적 존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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