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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청춘 메카' 강촌…"몇 달째 텅텅" 보릿고개에 한숨


"펜션이 우리의 마지막 희망이었는데 끝까지 지켜낼 수 있을지 걱정돼요. 대출금도 많은데 갚을 수는 있을지 막막하네요…"

강원 춘천시 강촌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손모(62)씨는 텅 빈 펜션을 보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관광객 발길이 뚝 끊기면서 매출이 90% 이상 줄었기 때문이다.

손씨는 "한 달에 한두 팀 올까 말까 할 정도로 손님이 없다"며 "요새는 문 열어 두기도 싫을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펜션 업주 이모(60)씨도 "주말이면 큰방은 항상 다 나갔었는데, 요샌 몇 달째 방이 비어있다"고 했다.

그는 언제 예약전화가 걸려올지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몇 달째 비어있는 방을 틈틈이 청소하고 있으나 텅 빈 방을 볼 때마다 씁쓸하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모아둔 돈은 이미 바닥났고, 대출로 생활을 이어간다는 이씨는 "부동산 경기도 안 좋아서 펜션을 내놓을 수도 없다. 숨만 쉬고 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근 기자가 찾은 강촌은 을씨년스러웠다. 비수기라곤 하지만 불황이 어제오늘 일이 아님을 보여주듯 곳곳에 건물임대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코로나19로 인해 휴업한 가게도 눈에 띄었다.

이맘때쯤이면 OT나 MT를 위한 문의가 한창일 때지만 감감무소식인 데다 찾는 이가 줄면서 카페나 식당 등 가게들도 도미노처럼 문 닫을 위기에 놓여 있었다.

텅 빈 닭갈빗집
[촬영 여의주 인턴기자]


한 닭갈빗집 사장은 "3일에 한 테이블 겨우 받을 정도로 장사가 안된다"며 "청춘들의 메카라고 불리던 강촌도 다 옛말"이라고 탄식했다.

그는 "식자재비에 각종 공과금까지 나갈 돈은 산더미인데 들어오는 돈은 없어 마이너스 통장으로 연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60대도 "손님은 없고, 유통기한이 짧은 신선식품이 많아 재고 처리에 곤란을 겪고 있다"며 "그냥 버리기 아까워 상하기 전에 지인들에게 나눠주고 있다"고 신세를 한탄했다.

직원들을 내칠 수도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게 문을 열고 있지만, 대출금도 바닥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북한강을 끼고 주변 구곡폭포, 문배마을, 검봉산과 연계된 천연 관광자원이 풍부한 강촌마을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서울과 수도권 젊은이들이 완행열차를 타고 온 유명 관광지였다.

그러나 2010년 12월 경춘선 복선전철 개통으로 방문객이 급감했다.

경춘선 전철은 도시를 수도권과 가깝게 만들었지만, 기차 낭만이 덜하고 강변을 끼고 있던 강촌역사의 이전 영향이 컸다.

2015년 레일바이크 옛 강촌역 탑승장 폐쇄와 2017년 강촌 상가 관통 도로의 외곽 이전으로 공동화는 더 심해졌다.

강촌 유원지 일대 메밀꽃밭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에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마을 조합을 결성해 남이섬 성공 신화의 주인공인 강우현 대표를 초청해 마을 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고, 춘천시는 광역 관광특구 지정과 출렁다리 건설로 옛 명성의 회복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 주민들 스스로 만든 3만3천㎡ 규모의 메밀꽃밭은 수해 탓에 망가졌지만, 주민들은 다시금 같은 자리에 청보리를 심으며 희망의 씨앗을 뿌렸다.

춘천과 경기 가평을 잇는 관광특구 조성 사업도 빠르면 7월께 지정 신청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내년 말 완공을 목표로 구곡폭포 일대에 높이 150m, 길이 350m에 달하는 국내 최장 출렁다리도 현재 실시설계 용역 절차를 밟고 있다.

유명수 강촌권역 상공인엽합회장은 "상인들이 적자에도 가게 문을 안 닫고 버티고 있는 이유는 관광특구와 출렁다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라며 "방문객이 조금이라도 늘어나서 숨통이 트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강촌유원지 출렁다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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