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9월 9일, 충북 청주 우암동에서 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됐다. 나체 상태로 신체 일부가 훼손된 채 덤프트럭 아래에 유기된 시신은 청주의 한 미용 상사에서 강사로 일했던 배진영(가명) 씨였다. 추석 명절을 앞둔 그날 밤,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23일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는 청주 미용강사 살인사건에 대해서 알아본다.
진영 씨의 친언니 배순영(가명) 씨는 19년간 외면하고 싶었던 동생의 죽음을 이번 기회에 꼭 밝히고 싶다면서 사건을 제보했다.
생전 마지막 통화 후 6시간, 그는 집에서 3
km 떨어진 한적한 도로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사건의 단서가 될 만한 단서는 피해자의 시신과 유류품, 그리고 마지막 발신 기록뿐. 배순영 씨는 제작진과 함께 동생 핸드폰에 남겨진 연락처를 토대로 사건 당시 동생의 주변인들을 만나보았다.
# 그날의 마지막 발신 기록
전날 저녁 함께 회식했다는 직장동료들의 기억에 따르면, 진영 씨는 취할 정도로 술을 먹다 회식 중간에 울면서 먼저 나갔다고 한다. 걱정되어 따라 나간 동료를 뿌리치고 홀로 거리로 나선 것이 그들이 기억하는 진영 씨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자정이 넘은 시각,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배진영 씨는 고향 친구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한 명의 친구만이 그의 전화를 받았다.
진영 씨와 마지막으로 통화를 나눈 친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누군가를 만난 것 같은...지나가다가 누군가를 만난 것 같았어요. 진영이가 ‘나중에 전화할게’하고 다급하게 끊긴 했거든요"라고 당시 기적을 전했다.
‘나중에 전화하겠다’라는 말과 함께 다급하게 끊긴 통화를 끝으로 묘연해진 진영 씨의 행적. 그가 전화를 끊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 미궁 속의 살인사건, 찾을 수 없는 범인의 흔적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진영 씨 친구로부터 사건이 있기 전, 진영 씨 전 남자친구가 집 앞으로 찾아와 소란을 피운 사실을 확인했다. 교제가 끝난 뒤에도 미련이 남아 피해자와 갈등 관계였다는 그는 사건 당시 경찰 수사 대상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수소문 끝에 만난 전 남자친구는 사건 당일 집에서 잠을 잤다고 진술했지만, 아무도 확인해 줄 수 없어 당시 범인으로 몰려 억울했다고 진술했다. 그의 알리바이가 입증되진 않았지만, 사건 기록을 살펴본 범죄 심리학자들은 가까운 지인의 범행이라고 보기에 앞뒤가 맞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전했다.
한 범죄심리학자는 “훼손이라는 아주 과도한 가학행위가 있는 반면에...폭력적인 공격행위는 전혀 발견되지 않고 있어요. 아무래도 면식범에 의한 행위이기보다는 이상심리를 가진 범죄자에 의해서 행해진 범행일 가능성에 무게가 더 실립니다”라고 분석했다.
# 비면식의 가능성... 용의자는 누구인가?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청주 시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은 일명 택시연쇄살인마 안남기. 그의 범행 수법은 기묘하게 진영 씨의 죽음과 닮아있었다. 그가 벌인 사건의 시신유기 장소와 매우 가까운 곳에서 일어난 진영 씨 살해사건. 이는 그저 우연의 일치인 걸까? 합리적 의심이 가능한 공통된 시그니처인 걸까?
23일 밤 11시 10분에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장기 미제사건인 청주 미용강사 살인사건을 재조명하고, 택시 연쇄살인마 안남기 범행 수법과 유사성을 분석하면서 19년이 지나도 풀리지 않는 그녀의 죽음에 대해 다시 짚어본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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