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곳 모르고 시중에 풀린돈 2700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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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곳 모르고 시중에 풀린돈 2700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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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의 1.5배, 美보다 높은 비율

대내외 불확실성 장기화 여파

은행예금 등 안전자산에 쏠림




우리나라에 국내총생산(GDP)의 1.5배가 넘는 돈이 시중에 풀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화량은 홍콩, 일본, 중국 다음으로 많았다.

27일 세계은행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말 우리나라의 명목 GDP 대비 광의통화(M2)는 2700조4000억원으로 명목 GDP 1782조3000억원의 1.5배 수준이다.

광의통화(M2)는 현금에 요구불예금, 만기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머니마켓펀드 등을 합친 통화를 말한다.

경제 규모에 비교한 통화량은 2011년 GDP 대비 131.4%에서 2016년 146.6%로 빠르게 상승했다. 이후 2017년 146.2%로 잠시 둔화했다 지난해 다시 높아졌다.

이는 시중에 풀린 돈은 많아지는데 자금이 투자나 소비 같은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 아니라 부동산 등 투기에 쏠리고, 경기 불안에 따른 안정적 금융자산 선호현상에 따라 은행 예금 등에 묶인 결과로 해석된다.

세계 주요국과 비교해 보면 한국의 GDP 대비 광의통화 비율은 홍콩, 일본, 중국보다는 낮지만 미국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는 높았다.

금융산업 위주의 경제구조를 가진 홍콩은 GDP 대비 광의통화량 비율이 384.8%로 통계가 집계된 128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다만 이 비율은 1년 전보다 10.9%포인트 하락했다.

중국은 인민은행이 시중에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한 2016년 209.5%로 높아졌다가 2017년 204.2%, 2018년 199.1%로 낮아졌다.

일본은 한국처럼 경제 규모에 비해 통화량 비율이 오르고 있다. 일본 GDP 대비 광의통화량 비율은 2016년 243.5%에서 2017년 247.9%, 2018년 252.1%로 높아졌다. 일본은 그간 경기침체와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해 저금리 기조를 이어왔으나 경제 성장률을 회복하지 못해 이런 추세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지난해 말 비율이 89.5%로 GDP 대비 시중에 풀린 돈이 더 적었다. 미국은 예금 대신 주식투자를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하고, 세계 속 '나홀로 호황'으로 투자와 소비가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기준 OECD 회원국의 GDP 대비 광의통화 비율은 평균 116.2%였다. 전 세계를 기준으로 보면 124.7%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요구불예금, 만기가 짧은 금융상품에 돈이 몰린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불안하다는 걸 의미한다"며 "우리나라는 시중에 풀린 돈에 비해 경제활동이 부진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김승룡기자 sr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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