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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올린 쇼핑몰 후기가 '음란물'이 됐다

그래그래 0 437 0 0


온라인 커뮤니티 통해 촬영자 동의 없이 퍼지는 후기 사진들.."법적 처벌 가능"


"엉덩이랑 허벅지 라인은 탈아시안급."
"몸매들이 대체로 너무 일반인스럽네요. 기대한 내 눈 돌리도ㅠㅠ"
"두 번째 사진처럼 뱃살 잡히는 거 너무 좋아."

온라인 쇼핑몰 후기 사진들이 '음란물'로 소비되고 있다. 일부 남성들이 여성 의류 쇼핑몰 후기 사진들을 온라인 커뮤니티 등으로 퍼 나르면서다. 주로 가슴, 다리 등 특정 부위가 부각된 사진이나 노출이 있는 사진이 타깃이 된다. 쇼핑몰 후기 사진을 두고 온라인상에서는 성적 희롱이 서슴없이 벌어지고 있다.

23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각종 온라인 게시판에는 쇼핑몰 후기 사진들이 '불펌'(불법 퍼가기)돼 게시글로 올라와 있다. '쇼핑몰 후기녀' '아찔한 쇼핑몰 후기 모음' '레전드 후기' 등의 제목이 붙은 글만 수백건. 몸에 달라붙는 원피스, 짧은 치마, 깊게 파인 상의, 속옷 등 노출이 있는 사진이 주를 이룬다. 출처는 일반 의류 쇼핑몰부터 여성 속옷 쇼핑몰까지 다양하다. 이 글들은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이같은 게시물을 본 누리꾼들은 후기 사진 속 여성의 얼굴과 몸매를 품평하는 등 성희롱을 일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남초 커뮤니티에 올라온 후기 모음글에는 "죽인다" "사진만 보고도 XX다" "팔뚝 말랐는데 저런 몸매라면 100% 수술이다" 등의 댓글이 달려있다. 또 다른 게시글에는 "15평형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친구 같다. 현관문 색깔보니 완전 신축은 아니고 3~4년 된 건물인 듯"이라는 신상털기에 가까운 댓글도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는 쇼핑몰 후기 사진들은 다른 게시글에 비해 조회수가 2배 이상 높은 편. 댓글 수가 150개에 달하는 글도 있다. 하지만 이를 문제 삼거나 비판하는 댓글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해당 쇼핑몰 링크 공유를 요청하거나 "내 여자도 아닌데 보기 좋으면 장땡"이라고 말하는 누리꾼도 있다.

여성들은 쇼핑몰 후기가 이처럼 도용되고 악용되는 상황에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대학원생 정모씨(28)는 "후기를 목적으로 올린 사진을 보고 몸매 품평, 성희롱하는 게 상식적으로 옳은 일인가. 후기 사진은 상품을 구매하는 사람끼리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찍어 올리는 거다. 남자들 보라고 올리는 사진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적립금을 받기 위해서 혹은 다른 소비자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서 남긴 후기 사진이 음란물로 둔갑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직장인 박모씨(24)는 "쇼핑몰 후기 사진이 각종 사이트에 퍼지는 걸 처음 알았다"며 "나를 비롯해 후기를 올리는 여성들 대부분이 자신의 사진이 음란물로 쓰일 줄은 전혀 생각 못했을 것이다. 끔찍하다"고 말했다.

이에 억울함을 표하는 남성들도 있다. 후기 사진을 불펌한 것이 옳은 것은 아니지만 필터링 없이 후기를 게재하는 여성과 쇼핑몰도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한 누리꾼(jaye****)은 "쇼핑몰들은 별다른 인증절차 없이 후기를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여성들은 후기를 올리면 누구나 볼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올리는 것"이라며 "누구를 탓하겠냐. 애초에 안 올려야지"라고 지적했다. 현재 오픈마켓을 비롯한 온라인 쇼핑몰 대부분은 로그인 없이 후기 게시판 접근이 가능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구책을 마련한 쇼핑몰들도 있다. 상품을 구매한 고객들에게 노출이 많은 사진이나 얼굴이 보이는 사진 게재를 자제해줄 것을 요청하고, 회원에게만 후기 게시판을 오픈하기도 한다. 여성 의류를 판매하는 L 쇼핑몰 관계자는 "고객분들이 후기를 등록하면 담당 직원이 검토한 후 게시판에 공개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상에서 쇼핑몰 후기 사진을 두고 벌어지는 성희롱도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장윤미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2항에선 촬영대상자의 동의 없이 유포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발적으로 쇼핑몰에 사진을 올렸더라도 제3자가 불특정 다수가 보게끔 게시하고 희롱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면 처벌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가 폐지돼 제3자도 고발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이런 온라인상 성희롱의 경우 물리력을 행사하는 성범죄가 아니라서 실형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가영 기자 park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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