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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 물러선 금융위…“은행 일자리 못 늘려”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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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은행권의 직·간접 고용 상황이 굉장히 좋지 않습니다. 정부의 인위적 개입을 통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이세훈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지난 15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업 일자리 대응 방향’ 브리핑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초 금융회사가 일자리 창출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평가하겠다고 나서 “정부가 민간 금융사의 고용 창출을 압박한다”는 관치 논란을 초래했던 금융 당국이 한발 물러선 것이다.

이날 금융위가 공개한 금융권 일자리 현황 통계에 따르면 국내 금융권 취업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83만1000명으로 3년 전인 2015년 말(87만2000명)보다 4.7%(4만1000명) 줄었다. 금융권 일자리는 은행·비은행 직원, 보험 설계사, 카드·대출 모집인 등 모든 유형에서 감소하고 있다. 금융회사 임직원은 2015년 40만 명에서 2018년 38만4000명으로, 설계사·모집인은 같은 기간 47만2000명에서 44만7000명으로 3년 새 1만 명 이상 급감했다.

업종별로 특히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은행 취업자 수가 작년 말 12만4000명으로 2015년 말(13만8000명) 대비 10.1%(1만4000명) 줄었다. 보험 설계사와 모집인도 각각 1만5000명, 1만 명 감소했다. 금융회사 지점과 창구를 직접 찾지 않고 인터넷·휴대전화 등 비대면으로 금융 거래를 하는 소비자가 많아지며 금융사의 인력 수요도 줄어든 여파다. 마케팅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사람에게 의존했던 보험·카드·대출 상품 판매 등도 일자리 수요가 많이 감소했다.

금융 업종 중에선 금융 투자 부문만 유일하게 이 기간 일자리가 4000명 늘었다. 정부의 규제 완화에 힘입어 신규 설립한 자산운용사가 많아지면서 채용도 증가한 것이다.

자료=금융위원회
국내 은행(국책은행·인터넷 전문은행 제외)의 직접 고용 인원은 작년 말 기준 10만1000명, 파견·외주 계약 등 연관 산업 고용 인력은 3만1000명으로 조사됐다. 직접 고용 인원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1만2000명을 정점으로 계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위는 그나마 은행의 신규 기업 대출이 지난해 206조1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약 14%(25조2000억원) 늘며 제조업·부동산업 등에서 약 1만3000명의 추가 고용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3월 올해 업무 계획을 통해 “금융회사의 일자리 창출 기여도와 업권별 실적을 평가해 경영 공시, 경영 실태 평가에 반영하겠다”고 예고했다. 이 때문에 금융 당국이 정부의 일자리 우선 정책 기조에 맞춰 민간 회사에 고용 창출을 압박한다는 논란을 불렀다. 그러나 금융위는 정책 추진 계획을 발표한 지 8개월 만인 이날 금융권 일자리 현황을 공개하며 대폭 후퇴한 모습을 보였다.

이세훈 국장은 “일자리 창출이 금융 정책의 직접적인 목표가 되긴 어렵다”면서 “금융 본연의 역할인 실물 경제 지원, 양질의 금융 서비스 등을 위한 기반을 만들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일자리가 늘 여건을 만드는 데 정책의 중점을 둘 것”이라고 했다.

향후 정책 대응도 금융회사 압박보다 금융권 진입 규제 완화, 핀테크(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금융 서비스) 활성화 및 금융회사 해외 진출 지원, 기존 금융회사 임직원의 재교육과 전직·이직 지원 확대, 퇴직자 재취업 지원 등에 맞추기로 했다. 정보·기술(IT)과 결합하는 금융권의 새로운 변화에 맞춰 새로운 인력 수요를 적극 창출하도록 돕고, 금융업 환경 변화로 인해 기존 일자리에서 밀려나는 사람을 수용할 보완 대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 국장은 “당초 금융회사의 일자리 창출 노력을 적극적으로 독려한다는 차원에서 정책 추진 계획을 발표했지만, 실제 자료를 확보해 분석해보니 개별 은행 등의 직·간접 고용 기여도를 파악하기엔 방법론상의 한계가 있었다”며 “민간 전문가 등 여러 의견을 고려했을 때 이번엔 전체적인 분석 결과만 정책에 참고하고 개별 기여도 등은 따로 측정하지 않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자료=금융위원회


박종오 (pjo2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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