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보루' 뚫린 홍콩 시위대..퇴로마저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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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보루' 뚫린 홍콩 시위대..퇴로마저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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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경찰, 18일 오전 이공대 진입..탈출 학생 봉쇄 나서
저체온증에 탈수증 겪는 600여명 시위대 학교에 갇혀
홍콩 고등法, 복면금지법 '위헌'..시위대 손들어줬지만
中, 홍콩 인근서 대테러 훈련..美에는 '개입 말아야' 강조

홍콩 경찰은 18일 오후 시위대가 모여있던 홍콩 이공대로 들어와 교내에 남아있던 학생들을 체포했다. [AFP제공]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홍콩 시위가 24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시위대의 마지막 보루인 홍콩 이공대 저지선이 결국 경찰에 의해 뚫렸다. 전날부터 바리케이드를 쌓고 농성에 들어갔던 시위대는 퇴로마저 막힌 채 담을 넘어 도망가다가 연행되거나 교내 곳곳에 숨어든 상태다.

◇시위대 ‘최후의 보루’ 이공대 뚫려

18일(이하 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이날 아침 8시께 홍콩 이공대 진입작전을 시작했다. 시위대는 경찰의 캠퍼스 진입을 막기 위해 바리케이드를 치고 화살을 쏘고 투석기를 던졌다. 시위대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교문 앞 도로에 차를 지그재그로 세워두기도 했지만 경찰 진입을 막지는 못했다.

이날 오전 중재에 나섰던 이공대 총장은 시위대가 캠퍼스 밖으로 나가는 동안은 경찰이 폭력을 행사하지 않기로 약속했다고 밝한 바 있다. 그러나 막상 일부 학생들이 캠퍼스를 나가자 경찰은 체포에 나섰다. 경찰이 대학에서 나오려던 시위대에게 최루탄을 쏘면서 압박하자 시위대가 다시 담장을 넘어 학교 안으로 피신하기도 했다.

또 이공대 교문 앞에서는 시위에 가담한 한 여학생의 어머니가 생리대 등 생필품을 딸에게 건네고 싶다며 경찰에 호소했지만 제지당하기도 했다. SCMP는 교내 곳곳에 학생들이 숨어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홍콩 경찰은 이미 전날 오후 9시께 응급 구조요원과 언론인을 포함해 이공대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떠날 것을 명령한 만큼, 교내에 남아 있던 시위대는 엄벌한다는 방침이다. 홍콩 경찰은 전날 시위대에 해산을 요구하며 불응하는 사람은 모두 체포할 것이며 폭동 혐의 적용할 것이라고도 경고한 바 있다. 홍콩에서 폭동죄는 최고 10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켄 우 이공대 학생회장은 교내에 약 600여 명의 학생이 있다고 밝혔다.

시위대는 결사항전을 다짐하며 전날부터 시위를 이어갔지만 물과 비상식량 등 교내에 비축한 물품들이 떨어지며 곤란을 겪었다. 또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저체온증과 탈수증을 겪은 학생들도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홍콩 몽콕과 침사추이 등 번화가 곳곳에서는 이공대 시위대를 지지하기 위한 게릴라식 집회가 열었다. 이들은 우산을 겹치게 들고 방패로 사용하며 행진하다 경찰이 진압을 시작하면 골목으로 흩어지는 시위를 이어갔다. 홍콩 정부는 휴교령을 19일까지 연장했다.
홍콩 경찰이 18일 오후 이공대 내 남아있던 시위대를 강제로 연행하고 있다.[AFP제공]
◇홍콩 고등법원, 복면금지법 ‘위헌’ 판결

이날 홍콩 고등법원은 람 장관이 지난달 발표한 ‘복면금지법’을 위헌이라 판단했다. 고등법원은 “복면금지법은 홍콩의 실질적인 헌법인 ‘기본법’과 양립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사법부가 행정수장인 람 장관이 아닌 시위대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람 장관은 비상 상황 시 행정장관이 홍콩 의회인 입법회 동의 없이 시위 금지 등의 법규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한 ‘긴급법’을 바탕으로 복면금지법을 공표했다. 이후 홍콩 경찰은 한 달 여 동안 남성 247명, 여성 120명 등 총 365명을 ‘복면금지법’ 위반으로 체포했지만 시위대는 아랑곳 않고 마스크를 썼다. 아이언맨 가면, 가이포크스 가면 등을 쓰며 정부를 조롱하기도 했다.

홍콩 사법부의 ‘반기’에도 불구하고 홍콩 정부는 시위 진압의 강도를 계속 높이고 있다. 중국 정부의 인민해방군 투입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광저우 공안국은 17일 1000명을 동원해 대규모 대테러 훈련을 펼쳤다. 훈련에는 대테러 특수대응팀을 비롯해 중국석유화공그룹(中國石化·시노펙) 등 11개 단체가 참가했으며 참가자들은 5개의 테러 상황에 맞춰 훈련을 진행했다. 광저우 공안은 테러가 잦아지는 환경 탓에 알맞은 대처능력을 키우기 위해 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지만, 광저우가 중국 본토 중 홍콩과 가장 가까운 지역임을 감안하면 홍콩에 무력개입 경고를 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미 16일에도 중국 인민해방군 수십명이 홍콩 시내로 나와 시위대가 차량의 통행을 막으려고 도로에 뿌려놓은 유리나 못 등을 치우고 바리케이드를 해제하는 작업을 했다.

중국은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의 표결을 앞둔 미국을 향해 내정 간섭을 중단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행정부 한 고위관계자는 “(홍콩 시위 현장에서) 정당하지 않은 무력 사용을 규탄하고 폭력을 자제하고 건설적인 대화에 참여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내정 간섭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우첸 중국 국방부 대변인에 따르면 웨이펑허 중국 국무위원겸 국방부장(장관급)은 이날 방콕에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무부 장관을 만나 미국이 홍콩이나 대만 이슈에 개입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웨이 부장은 “미국이 홍콩과 대만 분리주의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홍콩 시위대가 17일(현지시간) 집회에서 미국 국기인 성조기와 영국 국기인 유니언 잭을 들고 국제사회의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인스타그램 캡처]

김인경 (5too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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