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교통법 위반 혐의 등…1심 무죄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공소기각
"뇌전증의한 의식소실 볼 여지 충분"[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뇌전증에 의한 일시적 기억소실로 교통사고를 일으키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은 50대가 뺑소니 혐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변민선 부장판사는 최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도주치상) 및 도로교통법 위반(사고 후 미조치) 혐의로 기소된 A(56)씨의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또 특가법상 도주치상 혐의도 무죄로 판단했으나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의 공소를 기각함에 따라 주문으로 이를 선고하지는 않았다.
A씨는 지난 2018년 9월 서울 서초구 일대 도로에서 2차로에서 3차로로 차선을 변경하려다 다른 차량을 들이받고, 다시 2차로로 방향을 틀다가 또다른 차량을 들이받은 채 도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고로 피해차량의 운전자들은 각 전치 2주의 상해를 입고, 각 180만원 이상의 수리비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사고발생 후에도 별다른 반응 없이 그대로 직진해 오히려 피해자들이 뒤쫓아와 차를 막아 세웠으며, 당시 출동한 경찰에 오히려 "무슨 사고가 났냐"고 반문했다. 다만 "사고가 난 줄 몰랐다"면서도 경찰의 음주측정 등 여러 조치에는 별다른 이의 없이 따른 것으로 조사됐다.
변 부장판사는 "당시 경찰은 전화 통화를 통해 A씨의 남편으로부터 '기억상실 증상이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남편이 책임회피를 위해 허위진술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A씨는 이 사고 당시 뇌전증으로 인한 의식소실이 발생해 이 사건 사고를 기억하지 못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조사결과 A씨의 남편은 지난 2016년께부터 이미 A씨에게 의식소실이 발생한다는 점을 알아 병원진료를 권유한 바 있고, 실제로 사건 발생 후인 지난해 10월 A씨는 뇌전증 진단을 받았다.
변 부장판사는 "A씨의 차량은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고 음주운전이나 무면허운전도 아니었으며, 통행차량이 많은 시간과 장소에서 도주할 동기나 유인을 찾기 어렵다"며 "도주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 이상, 피해자들이 입은 상해가 형법상 상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따로 판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교통사고를 일으킨 자가 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된 경우에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데, A씨 차량은 사고 당시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었다"며 공소를 기각했다.
아울러 "특가법상 도주치상 혐의 역시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무죄를 선고해야하나, 일죄 관계에 있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의 공소를 기각하는 이상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