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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줄줄이 특강".. 1조 사기극 도우미된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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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0억대 사기 혐의 VIK 대표, 범여권·참여정부 고위급과 끈끈한 친분

지난 6일 찾은 서울 논현동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사무실 내부는 출입구를 제외한 모든 벽면에 책장이 놓여 있었다. VIK 대표 이철(54)씨가 7,000억원대 다단계 금융사기 혐의로 수감된 뒤 사무실 규모가 대폭 축소됐지만 책장만큼은 사라지지 않았다. 책장엔 미시경제학 교과서부터 마르크스의 자본론, 세계문학 전집 등이 빼곡히 꽂혀 있었다. VIK 직원은 “독서 경영과 인문학 경영을 강조했던 이철씨는 회사에 장서가 많다는 점을 자랑으로 삼았다. 유명인사들을 초청해 직원들을 상대로 한 강연 자리도 자주 마련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VIK는 ‘저자 초청 강연회’ ‘명사 초청특강’이란 이름으로 주기적으로 유명 정치인과 전문가들을 불렀다. 이들 초청 인사들은 투자자들을 끌어 모으는 회사 모집책들과 직원들을 상대로 자신의 전문분야에 대해 강의를 했다. 2012년에는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과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당시 대학교수), 2013년에는 이재정 경기도교육감(당시 대학교수)과 변양균 전 기획예산처 장관, 2014년에는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유시민 작가 등이 강사였다. 대부분 범여권 정치인이거나 참여정부 당시 관료를 지낸 인사다. 이는 VIK를 만든 이철씨 경력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씨는 친노 인사들이 주축이 돼 2010년 창당한 국민참여당 출신으로, 평소 여권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웠다. VIK 설립 후에는 범여권 정당 소속 인사들이 회사에 제법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와 정치권과의 끈끈한 관계는 이씨 측근들에게서도 확인된다. VIK에서 이철씨 측근으로 일하다가 수감 중인 전직 간부 A씨는 최근 한 변호사와 만나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꺼냈다. 자신의 변호를 맡아주면 이철씨와 관련한 중요한 제보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A씨는 이씨와 정치인들과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밝혔지만, 해당 변호사는 여건상 A씨를 변호할 수 없는 상황이라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다고 했다. 변호사는 “뭔가 중요한 결심을 한 것 같았다”고 전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서울 강남구 논현동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사무실에서 지난 6일 직원이 책장을 바라보고 있다. 이철 대표는 독서 경영을 강조하고 저자 초청 강연을 자주 열었다. 이성택 기자

정치인 강연으로 ‘사업인증’

정치인들이 VIK 초청으로 강연을 하던 시기, VIK에서는 이미 돌려 막기를 통한 금융사기 범행이 이뤄지고 있었다. 더구나 VIK는 태생적으로 금융당국 허가를 받지 않은 미인가 투자업체였다. VIK 전직 인사는 “한번 만나기도 힘든 정치인과 전직 관료들이 줄줄이 회사를 찾아오는데, VIK를 금융사기업체라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어디 있겠나. 그들의 얼굴은 사업이 제대로 가고 있다는 보증서와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연했던 인사들은 회사 업무에 대해선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다. 김수현 전 실장은 “이철은 모르는 사람이고 지인의 추천을 받아 강의했다. 그런 사기범죄가 있었다니 놀랍다”고 밝혔다. 국민참여당 대표를 지낸 이재정 교육감은 “참여당에서 함께 했던 이철이 요청해서 수락했을 뿐”이라고 했고, 도종환 의원은 “김창호 전 처장의 부탁을 받았다”고 전했다. 김창호 전 처장은 2015년 이씨에게 불법정치자금 6억2,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된 적이 있다.

국회에서 VIK 대표를 토론회 패널로 초청해 감독기관 인사들과 얼굴을 맞댄 일도 있었다. 2015년 2월 국회에서는 민병두 의원 등 여야 의원들 주최로 ‘바람직한 크라우드 펀딩 제도 도입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이철씨는 민간분야를 대표하는 패널로 참석했는데, 단속기관인 금융감독원 간부까지 참석했었다. 이씨가 구속되기 불과 7개월 전 상황이다. 민 의원 측은 이씨를 토론회 자리에 부른 경위에 대해 “인터넷으로 검색하다가 토론회에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섭외했다. 개인적으론 모르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저작권 한국일보] 1조원-다단계-금융사기-사건-일지/ 강준구 기자

IDS홀딩스는 로비스트 고용

IDS홀딩스는 김성훈(49)씨가 정치권 로비를 담당할 인물을 직접 영입해 활용했다. 한국일보가 사기방조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IDS홀딩스 전 회장 유모(63)씨 공소장을 확인한 결과 유씨는 정치권 인맥을 사기범죄에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4년 3월 14일에 열린 IDS 아카데미 7주년 행사에 앞서 평소 알고 지내던 경대수 자유한국당 의원과 변웅전 전 의원에게 축사를 부탁했다. 두 사람은 동영상 축사를 통해 ‘IDS 창립 7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앞으로 IDS가 성장하기를 기원한다’고 전했다. IDS에 투자해 10억원 이상을 날린 50대 남성은 “전ㆍ현직 의원들이 앞장서서 ‘IDS’라는 이름을 언급하며 띄워주는데, 누가 IDS 사업을 안 믿을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씨 인맥은 여야에 걸쳐 있었다. 유씨의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석유사업을 하던 그는 2000년쯤 김종필 의원이 자유민주연합 총재로 있을 당시 후원회장을 지냈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는 새천년민주당에 가입해 선거운동을 했고, 이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들과도 인연을 맺었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현재까지 교류하는 정치권 인사로 변웅전 전 의원과 고향 친구인 경대수 의원 등을 거론했다. 그는 자유한국당 이우현 전 의원에게는 20대 총선 직전인 2016년 초 1,000만원을 건네기도 했다.

IDS 피해자들은 김성훈씨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672억원 사기사건의 변호를 맡았던 조모(49) 변호사도 IDS의 도우미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경대수 의원의 보좌관 출신으로 IDS홀딩스의 고문 변호사 역할까지 하면서 투자자들에게 IDS 사업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점을 알리기도 했다. 조 변호사는 2016년 5월 투자자들을 상대로 ‘IDS사업과 다른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 사건과의 차이점’이란 설명회를 열고, IDS사업이 합법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적지 않은 피해자들이 당시 조 변호사의 설명을 듣고 투자를 결심했다고 한다. 그러나 IDS 대표 김성훈씨는 설명회가 열린 지 불과 5개월 후에 1조1,000억원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분노한 IDS 투자자가 조 변호사를 사기방조 혐의로 고소했지만 검찰은 무혐의 처리했다.

조 변호사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김씨가 구속되기 전까진 IDS사업이 사기라는 걸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김성훈과 인연을 맺고 IDS 사건을 맡은 게 너무 후회된다”고 말했다. “나도 피해자”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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