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도 웃는게 아니야…’ 한국車 미국서 잘 나가도 불안한 이유?
현대차의 신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펠리세이드'는 올해 6월부터 미국에서 판매가 시작됐습니다. 첫 달에는 판매량이 383대에 그쳤는데 7월 4,464대, 8월 5,115대로 '쑥쑥' 늘었습니다. 현대차의 미국 수출 실적은 지난달 4만 5천 대로 올 들어 최고치를 찍었고, 전달 대비 약 두 배를 기록했습니다. 최근 미국 시장에서 한국차가 선전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일까요?
미국에서 잘 나가는 한국차… 수출 4년 만의 '상승' 반전
한국무역협회가 집계한 1∼9월 한국의 대(對)미국 자동차 수출액은 111억 74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8.7%나 증가했습니다. 최근 한국차의 대미 수출은 2016년 -10.9%, 2017년 -6.4%, 2018년 -6.9%로 3년 연속 마이너스였습니다. 올해 이대로 가면 한국산 차의 대미 수출은 2015년 이후 4년 만에 증가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유는 뭘까요?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지역별 수출현황을 보면 1~9월 한국차의 글로벌 수출량은 지난해 대비 1% 증가에 그쳤습니다. 중국을 중심으로 자동차 수요가 감소했고, 신흥국 수출이 부진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유럽과 특히 미국에서는 SUV와 친환경차가 인기를 끌며 한국산 차의 판매량이 늘었습니다.
수출 증가가 '관세 부과' 빌미될까?...정부 "중요한 건 한미 FTA 합의 이행"
수출 호조는 기뻐할 일이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불안의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통해 관세를 부과하는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수입 제품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미국 긴급히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매기도록 한 조항입니다. 미국은 EU와 일본, 그 외 한국 등의 국가를 놓고 이 조항을 적용할지 저울질하고 있습니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한국 정부는 최근의 한국차 수출 증가가 관세 부과의 이유가 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습니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1일 기자들과의 티타임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최근의 수출 호조는)아직 연간 통계도 아니고, 끝에까지 다 봐야 한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약속하거나 합의했던 사안들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시장 상황이 일시적인 변화가 있을 수는 있지만 중요한 것은 한미FTA에서 합의한 정신과 내용을 충분히 이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은 수출 호조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는 일이고, 이미 FTA 재협상을 마친 한국에 미국이 또 고율 관세를 매길 가능성은 적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미 정부도 관세 부과 결정에서 한미 FTA 개정을 감안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관세부과 유예의 이유로 "재협상이 이뤄진 한미 협정도 고려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은 한미 FTA 개정에서 픽업트럭 수출 시 관세(25%) 20년 연장 등 미 자동차업계의 요구사항을 일부 받아들였습니다.
늦어지는 미국의 결정...유예? 부과? 제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외신들도 미국 정부가 당장 외국산 자동차에 고율 관세 부과를 결정하지는 않으리라고 예상했습니다. 문제는 그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 5월 백악관 포고문에서 "관세부과 결정을 180일(11월 13일까지)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는데, 정작 지난 13일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조만간 결정을 내리겠다"고만 답했습니다. 이날 "관세부과 결정 유예"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예측이 빗나갔습니다.
만약 미국이 수입차에 관세를 부과하는 결정을 한다면, 우리 자동차 산업과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클 것입니다. 이 시점에서, 지난 한미FTA 개정을 통해 관세 부과가 확정된 '픽업트럭' 시장의 경우 어떤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직까지 국산 차 업체들은 픽업트럭을 거의 생산하지도, 수출하지도 않고 있습니다. 다만 현대차는 2021년 픽업트럭을 북미 시장에 내놓기로 했습니다.
현대차 ‘싼타크루즈’ 콘셉트카
이 픽업트럭은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입니다.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판매한다면 한미 FTA에 따라 25%의 관세가 부과되기 때문입니다. 다른 차종으로 고율 관세가 확대된다면, 자동차업체들은 현지생산을 늘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국내 생산이 줄면 일자리 감소와 국내 차 부품 업계의 생산 감소 등이 우려됩니다. 자동차 업체들뿐 아니라, 자동차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국내 노동자들이 더욱 미국 트럼프의 입을 불안한 마음으로 쳐다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서재희 기자 (seoj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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