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TV 김주리 기자]달리는 차에서 술에 취해 뛰어내린 남편을 내버려 두고 가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50대 여성이 2심에서 유기치사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유기죄가 인정돼 실형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5부(김형두 부장판사)는 7일 유기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A씨(53)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차에서 뛰어내린 뒤) 지나가던 시민의 신고로 금방 병원에 옮겨졌지만, 도착 당시에도 상당히 위중한 상태였다"며 "피고인이 피해자가 뛰어내린 뒤 바로 차를 멈추고 병원에 데려가 구호 조치를 해도 살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1심에서 인정된 유기치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유기죄는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A씨 측은 "달리던 차에서 남편 B씨가 뛰어내린 것이 아니라, A씨가 공원 주차장 입구에 정차해 B씨를 내려준 것"이라며 "시속 60㎞ 이상으로 주행하면 차 문이 자동으로 잠기기 때문에 B씨가 달리던 차에서 뛰어내리는 것은 불가능했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CCTV 영상을 보면 차가 정차해서 사람이 내리는 모습이나 피해자가 내려서 걸어가는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자동차 제조업체에 문의해 자체적 현장검증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도어록 옆 보조 장치를 조작하면 주행 중에도 문을 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객관적 증거를 종합했을 때 B씨가 달리는 차에서 내렸는데도 피고인은 그대로 운전한 것으로 보인다"며 유기죄가 성립한다고 봤다.
A씨는 2017년 7월 남편 B씨와 김포시의 한 주점에서 함께 술을 마신 뒤 차를 운전해 집으로 돌아가던 중 남편과 다퉜고, 주행 중 남편이 "집에 가지 않겠다"며 내리자 그대로 두고 가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차에서 내리는 과정에서 뒤로 넘어져 두개골이 깨지는 등 중상을 입은 채로 도로에 쓰러져있어 시민의 신고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일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운전면허 취소 수치인 0.15%였다.
1심 재판부는 "운전자이자 아내로서 남편을 구호할 의무가 있는데도, 주행 중인 승용차 문을 열고 차도로 뛰어내리는 B씨를 방치해 유기함으로써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사망에 대해서 피고인에게 법적 책임은 물을 수 없으나 남편의 사망을 감안할 때 집행유예는 도저히 선고할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주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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