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을 복역한 뒤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윤모(52)씨가 4일 오전 경기도 수원 장안구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참고인 조사를 위해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 범인으로 검거됐던 윤모(52)씨가 “당시 경찰은 신뢰하지 않지만, 지금 경찰은 100% 신뢰한다”고 말했다.

윤씨는 4일 재심을 돕는 박준영 변호사와 함께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대에 4차 참고인 조사를 받으러 출석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윤씨는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나를 조사한 수사관들도 최면 조사를 받으면 좋겠다”고 덧붙인 뒤 광수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을 복역한 윤모(52) 씨의 변호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가 4일 오전 경기도 수원 장안구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변호사는 “당시 수사관들은 ‘그때 윤씨가 범인으로 검거돼 자백한 상황 등에 대해 잘 기억이 안난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그들도 (최면 조사를) 받으라는 게 우리의 요구”라고 주장했다. 윤씨는 30년 전 검사가 주도한 당시 현장 검증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어 4일 법최면 조사를 받게 됐다. “윤씨뿐만 아니라 당시 수사관들도 최면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게 윤씨 측 주장이다.

박 변호사는 이어 “(윤씨가) 범인이 아닌데도 데리고 다니며 이것저것 시켰다는데, 현장 검증 과정에서 이런 문제가 확인됐다면 바로잡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변호사는 윤씨가 당초 이날 법최면 조사와 거짓말 탐지기 조사도 받을 예정이었으나 거짓말 탐지기 조사는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너무 오래전 발생한 사안이고 윤씨가 기계에 대한 불신이 잠재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윤씨가 범인이 아니라는 근거도 재차 전했다. 박 변호사는 “사건 현장 방 창문 너머에 놓인 책상과 책꽃이를 윤씨가 불편한 다리로 넘을 수 없는 노릇”이라며 “검사는 책상에서 발자국이 발견됐다고 하는데 윤씨가 밟았다면 책상이 뒤집혀 소음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했다.

박 변호사는 조만간 경찰에 현장검증 조서를 비롯한 윤씨에 대한 수사 자료 정보공개청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장검증 조서를 이제 와서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검사가 검증을 주도한 사진 등은 공개해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박 변호사의 정보공개 청구를 받아들여 사건 당시 윤 씨의 자술서 3건, 진술조서 2건, 피의자 신문조서 3건 등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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