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cm 알약 로봇 '꿀꺽'…내시경 진단·치료 한번에 끝낸다
알약처럼 '꿀꺽' 삼켜 치료하는 캡슐 내시경 [한국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 제공]
'속을 들여다보는 거울' 내시경(內視鏡)은 소화기관 내부를 살펴보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하지만 검사할 때 고통이 심하고 반복 사용으로 인한 교차감염 우려가 있어 꺼리는 사람이 많다.
이런 단점을 개선한 캡슐 내시경이 개발됐다. 캡슐 내시경은 지름 11㎜, 길이 28~32㎜로 검지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마이크로 로봇이다. 로봇 몸체에는 카메라가 달려 있어 입으로 삼키면 소화기관을 지나며 내부를 촬영한다. 특히 로봇 내부에는 칼날과 주사기 바늘이 있어 몸속에서 조직을 채취하고 약물 주입까지 가능하다.
개발 책임을 맡은 김창세 연구부장(전남대 기계공학부 교수)을 지난달 31일 광주시 북구 한국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에서 만났다. 그는 "현재 캡슐 내시경은 검사에 국한돼 쓰이지만, 개발된 캡슐 내시경은 검사와 치료를 원스톱으로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소장 검사에만 유일하게 쓰이고 있는 캡슐 내시경은 지난 2014년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
김 교수는 "그동안 의료진은 내시경으로 병이 난 부위를 확인하고도 나중에 수술할 때 해당 위치를 다시 찾아야 한다는 점을 번거로워했다"며 "개발 초기 단계부터 의료진의 의견을 반영해 치료까지 가능한 의료 로봇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캡슐 내시경은 3가지 모듈로 구성됐다. 카메라를 장착한 진단 모듈, 소화기관 내 조직을 채취하는 생검 모듈, 병이 난 부위에 약물을 분사하는 약물주입 모듈이다. 약물주입 모듈의 경우 약물 대신 잉크를 주입해 추후 수술이 필요한 부위에 표시가 가능하다.
좀 더 주목되는 점은 캡슐 내시경이 작동되는 방식이다. 현재 병원에서 사용되는 캡슐 내시경은 장운동에만 의지해 몸 안을 촬영한다. 하지만 이번에 개발된 캡슐 내시경 내부에는 전자기장 장치가 있다. 김 교수는 "배터리 없이도 신체 외부에서 조이스틱으로 전자기장을 조종해 캡슐 내시경을 움직이며 소화기관 내부를 정밀 진단할 수 있다"라며 "전자기장이 자석을 움직이는 원리와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런 캡슐 내시경과 같은 마이크로 의료 로봇은 한국의 세계경쟁력이 높아 고부가가치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해외에서도 다양한 캡슐 내시경 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은 지난 2014~2015년 마이크로 의료 로봇 특허 출원 수와 논문 발표 건수에서 세계 1위다. 그는 "소화기관 발병률이 높은 중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해외 수요가 크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오는 2022년까지 캡슐 내시경의 세계 시장 규모는 약 1조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해당 기술은 우영메디칼에 이전됐다. 다만 이들 캡슐 내시경을 임상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채취할 조직을 고정하고 이 조직을 제대로 회수해야 하는 등 해결해야 할 기술적 과제가 남아 있다. 캡슐 내시경이 실용화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수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김창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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