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홍범도 흉상, 공산당 활동 지적 나와 이전 검토” vs 野 “반역사적 폭거”

국방부는 육군사관학교 교내와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의 흉상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야당에서는 ‘반역사적 결정’이라고 거세게 반발하며 국방장관의 사퇴까지 거론하고 있어 논란이 증폭될 전망이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국방부 앞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현재 검토하고 있으나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흉상 검토 이유에 대해서는 “홍범도 장군과 관련돼 지난해부터 공산당 입당 또는 그와 관련된 활동이 지적되고 있어서 검토하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이어 흉상 이전 시 그 자리에 백선엽 장군의 흉상을 세울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런 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국방부 앞에 설치된 홍범도 흉상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홍범도 흉상(오른쪽)의 모습.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에 세워진 홍범도 흉상 이전을 검토하고 나섬에 따라 이 흉상도 국방부에서 철거돼 다른 곳으로 옮겨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연합뉴스

육사는 교내 충무관 앞에 설치된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의 흉상을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 대변인은 “육사가 지난해부터 자체적으로 기념물 재정비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누구를 남기고 누구를 옮기고 하는 것은 세부적인 방안이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만약 육사에 있는 흉상이 다른 곳으로 이전된다고 하더라도 독립군과 광복군의 역사를 국군의 뿌리에서 배제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전 대변인은 해군 잠수함인 ‘홍범도함’ 명칭 변경도 “필요하다면 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해군 측은 “홍범도함 함명 제정 변경 등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부연했다.

역사 재평가 논란이 불거지는 가운데 여당에서도 흉상 이전에 힘을 실었다. 국민의힘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와 관련해 “철거가 아니라 독립기념관 이전 문제로 안다. 홍범도 장군 관련 부분은 봉오동전투에서 대승한 독립전쟁 영웅”이라면서도 “한편 여러 논란도 있었던 분이다. 국방부에서 육사와 함께 국민적 여론을 감안해 합리적이고 올바른 결정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이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3성 장군 출신의 신원식 의원도 흉상 이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권은 출범하자마자 육사 정체성의 으뜸인 6·25전쟁을 지우기 위해 조직적으로 노력했다”며 “문 전 대통령은 2019년 현충일 추념사에서 6·25 남침의 주역인 김원봉을 국군의 뿌리라고 했고, 2018년 3·1절에 육사에 홍범도 흉상이 설치됐다”고 했다. 그는 “소련 군인으로서 소련 군복을 착용하고 군모까지 쓴 홍범도 흉상을 육사에 설치하는 게 말이 되나”라며 “생도들에게 공산주의자를 롤모델로 삼으란 소리냐”라고 비판했다.

야당은 이날도 육사의 흉상 철거 방침에 대해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논란에 대해 “박근혜 정권 때 국정교과서 논란이 생각난다”며 “어쩌면 이리 똑같냐. 윤석열 정권이 참 걱정된다. 국민과 역사를 두려워하라는 말을 다시 한 번 상기하길 바란다”고 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도 “반역사적, 반민족적 폭거”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나서서 흉상 이전 계획을 취소하기 바란다”며 “어처구니없는 일을 벌인 국방장관에겐 반드시 합당한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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