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제재에···희비 갈린 하이닉스·삼성
하이닉스, 3분기 영업익 급감에
메모리 주요 고객마저 흔들려 고민
삼성, 5G 장비수주 등 반사이익
중저가폰 점유율 높여 '깜짝실적'
[서울경제]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로 코스피 시가총액 1위와 2위를 자랑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두 기업 모두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신음하고 있지만 서로 다른 사업 포트폴리오로 화웨이 관련 영향이 상반된 탓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화웨이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던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을 벌릴 시간을 확보하고 화웨이가 앞서 가던 5세대(5G)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서도 기술력을 따라잡을 시간을 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반도체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향후 실적이 중국 내 메모리반도체 최대 수요처 중 하나인 화웨이의 영향을 크게 받을 전망이다. 화웨이의 올 3·4분기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4% 증가한 6,108억위안(약 100조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미국 제재에 반발한 중국 내 ‘화웨이 지키기’ 움직임과 ‘재고 밀어내기’ 등이 실적을 끌어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올 2·4분기 화웨이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도 전년 동기 대비 10.2%포인트 오른 37.3%를 기록했으며 3·4분기에도 높은 점유율이 예상된다.
하지만 화웨이의 실적은 내년부터 본격 내리막길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화웨이 장비 도입 시 정보유출 등의 우려가 있다며 동맹국들에 “화웨이의 5G 장비를 도입하지 말라”고 압박하고 있고 구글은 화웨이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업데이트 기능 제공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은 지난 6월 미국 정부 제재로 “당초 계획보다 300억달러가량 매출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으며 전략 스마트폰인 ‘메이트 30’은 해외 출시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 화웨이 스마트폰 등에 D램 등을 공급하며 전체 매출의 10~12%를 의존하고 있는 SK하이닉스로서는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화웨이 제재를 내심 반기는 눈치다. 삼성전자는 올 3·4분기에 시장 예상치를 10%가량 상회하는 7조7,8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으며 스마트폰과 네트워크 장비 등을 담당하는 IM 부문이 2조9,200억원의 이익을 기록하며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
이 같은 IM 부문의 선전은 화웨이의 부진과 관련이 깊다. 화웨이는 지난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19%)보다 5%포인트 낮은 점유율을 기록했으며 높은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올해나 내년에는 삼성전자의 점유율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이런 전망은 미국의 제재가 본격화된 올 상반기부터 뒤집혔다. 30% 내외였던 화웨이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올 6월 9%로 급락했고 중남미 시장에서도 2·4분기 점유율 12.2%로 삼성전자(42.8%)와의 격차가 되레 벌어졌다. 안방인 중국과 동남아시아 일부 시장을 제외하고는 미국의 제재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는 셈이다.
화웨이는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에 주도권을 내주는 모습이다. 화웨이는 지난해 전체 통신장비 시장에서 31%의 점유율로 삼성전자(6.6%)와의 차이가 컸다. 반면 지난해 4·4분기부터 올 1·4분기까지 장비 업체의 미래 핵심 먹거리로 분류되는 5G 장비 시장만 놓고 보면 점유율 28%로 삼성전자(37%)에 못 미쳤다. 특히 삼성전자는 중국 시장 매출 의존도가 지난해 17.7%에서 올 상반기 15.7%로 떨어진데다 화웨이 매출 의존도는 전체 매출의 2% 안팎 정도에 불과해 화웨이 제재에 따른 피해가 적은 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화웨이 제재에 따른 업체별 영향이 다른 것은 종합 정보기술(IT) 기업인 삼성전자와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 간 포트폴리오가 다르기 때문”이라며 “SK하이닉스도 최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강화에 나서는데다 소재나 부품 등에서 SK그룹사의 지원이 가능한 만큼 특정 업체 의존도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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