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 컨테이너 시신 일부, 중국인 아닌 베트남인 가능성 커"
영국에서 발생한 '냉동 컨테이너 집단 사망 사건'의 피해자 중 일부가 베트남 출신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당초 영국 경찰은 피해자들의 국적을 중국으로 추정했다.
26일(현지시간)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컨테이너에서 사망한 피해자 중 상당수가 베트남 출신일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베트남에 본부를 둔 시민 네트워크인 '휴먼 라이츠 스페이스'의 호아 응히엠은 컨테이너가 벨기에에서 영국으로 향하던 시기에 베트남 26세 여성인 팜 티 트라 마이(Pham Thi Tra My)가 숨을 쉴 수 없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어머니에게 보냈다고 밝혔다.
트라 마이는 "엄마 미안해. 외국으로 가는 것은 성공하지 못할 것 같아. 사랑해 엄마. 숨을 쉴 수가 없어 죽을 것 같아. 미안해 엄마"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호아는 밝혔다.
이어 트라 마이가 당초 베트남에서 중국으로 건너갔으며 이후 프랑스를 통해 영국에 들어가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밀입국 알선 조직에 3만 파운드(약 4500만원)를 지불했다는 게 트라 마이 가족의 얘기다.
한 베트남 남성은 자신의 여동생(19)이 지난 22일 마지막으로 전화를 걸어와 컨테이너 안에 들어가야 해 휴대전화를 끌 예정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 이후 동생으로부터 연락이 끊겼고 밀입국 알선조직이 비용을 돌려줬다고 주장했다.
호아 응히엠은 피해자 중 7명은 베트남 출신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BBC 방송은 냉동 컨테이너가 발견된 이후 영국 내 베트남 커뮤니티를 대표하는 기관인 '비엣홈'(VietHome)에 20명 가까운 베트남인들의 실종신고가 접수됐다고 보도했다.
이들의 나이는 15∼45세로 다양하며 이 중에는 20세 남성 응우옌 딘 르엉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더타임스는 프랑스 검찰을 인용해 냉동 컨테이너에 밀입국자들을 실어나르는 것은 베트남 조직이 자주 사용하는 수법이라고 전했다.
이들 조직은 밀입국을 시도하려는 이들에게 냉동 컨테이너 내 온도는 영하 4도 정도로 몸을 따뜻하게 감싸면 견딜 수 있는 정도라고 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컨테이너가 항구에 도착하면 경찰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온도를 영하 20도까지 낮추면서 밀입국자들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경찰은 이번 사건에 인신매매 및 밀입국 등을 알선하는 범죄조직이 연루됐을 것으로 보고 이들을 쫓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앞서 지난 23일 오전 1시 40분쯤 런던에서 동쪽으로 20마일(약 32km)가량 떨어진 잉글랜드 남동부 에식스주 그레이스의 워터글레이드 산업단지에서 39구의 시신이 담긴 화물 트럭 컨테이너가 발견됐다.
시신은 남성 31명, 여성 8명으로 최저 영하 25도까지 내려가는 냉동 컨테이너 안에서 동사했거나 질식사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이 중국인인 것으로 추정되면서 런던 주재 중국 대사관은 에식스 현장에 직원들을 파견하기도 했다.
다만 중국 정부는 영국 경찰이 아직 사망자들의 국적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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