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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손 자체만으로 성적 수치심 일으킨다고 보기 어려워”
ㆍ법원 판단에 비판 잇따라

“손 자체는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신체부위로 보기 어렵다”는 법원 판단에 대해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판결은 기존 대법원 판례에도 어긋난다.

수원지법 형사12부(재판장 김병찬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ㄱ씨(36)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ㄱ씨는 가라오케에서 여성 부하 직원 ㄴ씨의 손을 주무른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손 자체만으로는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신체부위라고 보기 어렵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21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손 역시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부위라고 본 대법원 판례가 있다. 대법원은 2017년 여고생의 허리를 감싸안거나 손을 잡고 만지작거리는 등 행위를 한 담임교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이 잘못됐다며 파기환송했다. 2심은 피고인이 접촉한 피해자들의 손, 손목, 팔 등 신체부위가 통념상 성적으로 민감한 신체부위라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비록 접촉한 부위가 손이나 손목으로 성적으로 민감한 부위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접촉의 경위나 방법,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등을 고려하면 이러한 행위를 단순히 친근감의 표현이라거나 피해자들을 격려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예원 변호사는 “재판부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평상시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성적 수치심 여부를 판단했을 것”이라면서도 “대법원은 성인지 감수성을 고려해 가해자의 주장만이 아니라 피해자의 감정, 상황에도 좀 더 귀를 기울여 판단을 하라는 입장인데, 그에 배치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법원은 불법촬영 범죄에서도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신체부위를 좁게 판단해왔다. 전신, 얼굴 등은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신체부위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 판결을 내린 것이다. 여성단체는 법원이 ‘남성의 시선’을 기준으로 성적 수치심 여부를 판단한다고 비판해왔다.

천정아 변호사는 “성적 자기결정권이란 원치 않는 신체접촉을 받지 않을 권리”라며 “모든 부위가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부위가 될 수 있다. 특정 신체부위만이 성적 자기결정권의 보호 범위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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