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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자증 남편이 친자확인소송…1·2심은 청구기각
'동거안한 경우만 친자부정' 판례 36년만에 바뀔지 관심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다른 사람의 정자로 인공수정해 낳은 자녀를 남편의 친자식으로 추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 이번 주 나온다.

부부가 같이 살지 않아서, 아내가 남편의 자녀를 임신할 수 없다는 사정이 외관상 명백한 경우에만 친자식으로 추정할 수 없다는 예외를 인정한 1983년 7월 전합 판례가 36년만에 바뀔지 주목된다.

20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3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A씨가 자녀들을 상대로 낸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소송 상고심 판결을 내린다.

A씨 부부는 A씨의 무정자증으로 자녀가 생기지 않자 1993년 타인 정자를 제공받아 시험관시술로 첫 아이를 낳고 친자식으로 출생신고를 했다. 이후 1997년 둘째 아이가 태어나자 A씨는 무정자증이 나은 것으로 착각해 친자식으로 출생신고를 마쳤다.

그러나 2013년 부부갈등으로 협의이혼신청을 밟으며 둘째 아이가 친자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A씨는 두 자녀를 상대로 친생자관계가 없음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법원이 병원에 맡긴 유전자 감정 결과, A씨와 두 자녀는 유전학적으로 친자관계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1심과 2심은 A씨가 낸 소송이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이나 청구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재판부가 더는 심리하지 않고 재판절차를 끝내는 결정이다.

하급심 법원은 "A씨가 무정자증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아내가 A씨 자식을 임신할 수 없는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는 1983년 7월1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에 따른 것이다. 당시엔 유전자 확인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증명 곤란 문제가 있는 점이 고려됐다.

하지만 현재는 과학기술 발전으로 유전자형의 배치를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됐고, 사회 인식도 변화해 친생추정 예외의 인정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견해가 제기돼왔다.

다만 이미 형성된 사회적 친자관계를 중시하는 입장에서 기존 법리가 타당하다는 견해도 많다. 종전 판례를 변경하면 가족관계와 이를 바탕으로 한 부양·상속에도 파급력이 적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대법원은 A씨 사건을 전합에 회부해 심리하기로 하고 공개변론을 열었다.

당시 차선자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원고측)는 "자녀의 경우에는 자칫하면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부모가 친생부인을 하지 않음으로 인해 자신의 생부와 친자관계를 형성할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차 교수는 또 "사회적 친자관계가 파탄됐다고 한다면 이들 사이에 친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통해 친생부인을 인정해주는 것이 자녀의 복리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현소혜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피고측)는 "AID(비배우자간 인공수정) 방식의 인공수정에 의해 출생한 자녀의 경우에는 그 인공수정에 동의한 부모의 경우 친생부인이나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에 따라 그 친생추정을 번복하는 것은 금반언의 원칙에 따라 허용돼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아울러 현 교수는 "모와 그의 남편이 친생부인의 소를 통해 친생추정을 번복할 수 있는 것처럼 생부와 자녀 역시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통해 손쉽게 친생추정을 번복할 수 있도록 대법원 판례를 변경해야 한다"고 말했다.

par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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