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와 닮아가는 아이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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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와 닮아가는 아이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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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다음 컴퓨터는 컴퓨터가 아니다."


'아이패드 프로 4세대' 출시 이후 애플은 다시 차세대 컴퓨터를 언급하고 있다. 애플은 2015년 아이패드 프로 모델을 처음 선보이면서 아이패드에 차세대 컴퓨터라는 의미 부여를 시작했다. 이와 함께 PC 대체 가능성에 대한 논쟁이 아이패드에 꼬리표처럼 따라붙었지만, 애플은 지속해서 차세대 컴퓨터 마케팅과 함께 아이패드를 팔고 있다. 아이패드 경험에 크고 작은 변화를 주면서. 스마트폰과 PC의 경계에서 차세대 컴퓨터를 만드는 과정이 올해 출시된 '아이패드 프로 4세대'에도 고스란히 담겼다.

아이패드 프로 4세대(12.9형)와 매직 키보드

사실 스펙만 따졌을 때 큰 변화는 없다. 3세대가 보여준 변화의 틀 안에서 변주된 제품이기에 카메라를 제외하고 외형적인 차이점도 느끼기 어렵다. 가장 큰 변화는 사용자 경험에 있다. 마우스를 OS 차원에서 정식으로 지원하면서 좀 더 PC에 가까운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트랙패드가 들어간 매직 키보드 액세서리를 부착하면 맥북에 가까운 형태가 된다. 마우스 지원은 아이패드 전체에 적용되고, 매직 키보드는 '아이패드 프로 3세대'도 지원하지만, 이 둘을 빼놓고 4세대 제품을 이야기하기는 힘들다. 나머지는 3세대 리뷰를 보면 된다. 소소한 스펙 옆그레이드 외 변화의 폭이 좁은 탓이다.
 

'틀린 그림 찾기' 디자인


디자인은 전작과 같다. 베젤과 홈버튼을 걷어내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은 그대로 유지됐고, 여기에 '아이폰11'과 비슷한 '인덕션' 카메라가 혹처럼 붙었다. 폼팩터 재활용에 능한 애플다운 모습이다. 후면 케이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액세서리도 전작과 공유 가능하다. 아이패드 프로 3세대에서 다시 시작된 네모반듯한 깻잎 통조림 디자인은 애플 모바일 기기의 패밀리 룩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추후 출시될 '아이폰12', '아이패드 에어 4세대' 등이 이 디자인을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동안 사골국처럼 우려먹을 거라는 얘기다.




 

모난 카메라 실험


모난 카메라는 3세대와 4세대를 눈으로 구분하는 기준이다. 두 개의 카메라와 ToF 센서가 사각형 모듈 위에 툭, 툭 배치됐다. 카메라는 1200만 화소(F1.8) 메인 카메라와 1000만 화소(F2.4) 125도 초광각 카메라 둘로 구성됐다. 프로 2세대에 적용됐던 광학식 손 떨림 보정 기술(OIS)은 이번에도 탑재되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괜찮은 결과물을 보여주지만, 저조도에서 뛰어난 '아이폰11 프로'보다는 못하며, 굳이 아이패드로 사진을 찍지 않게 된다. 폰 배터리가 방전된 게 아니라면 말이다. 아이패드는 사진을 찍기에 편한 도구는 아니다.



아이패드 프로 4세대의 ‘카툭튀’

카메라에서 큰 변화는 애플 제품 처음으로 ToF 센서가 탑재됐다는 점이다. ToF(Time of Flight) 센서는 3D 카메라를 구현하는 방식 중 하나다. 빛의 비행시간을 측정해 거리를 재는 기술이다. 신호를 방출했다 물체에 부딪쳐 돌아오면 그 시간차를 측정해 사물과의 거리를 알아낸다. 특히 애플은 일반적으로 스마트폰에 사용하는 간접 ToF 대신 직접 ToF 방식을 적용했고, 이를 라이다(LiDAR) 스캐너라고 명명했다. 직접 ToF 방식은 부품 가격이 비싼 대신 측정 거리가 간접 ToF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에 따르면 최대 라이다 스캐너는 5m 거리에서 반사된 빛을 측정할 수 있다.

애플은 이를 증강현실(AR) 콘텐츠에 활용하려 한다. 직접 ToF 센서는 정교한 거리·깊이 측정이 가능한 만큼 본격적인 AR 콘텐츠 제작에 활용할 수 있다. 실제 '이케아 플레이스' 등 몇몇 앱 서비스는 라이다 스캐너를 활용한 AR 기능을 준비 중이다.



문제는 활용성이 낮다는 점이다.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통해 AR 콘텐츠를 밀고 있지만, 시장은 아직 기대만큼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아이패드는 장시간 AR 콘텐츠를 즐기기엔 무겁고 불편하다. 애플은 AR의 미래에 걸고 이번 아이패드 프로에 라이다 스캐너를 선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실험적 성격이다. 애플이 ToF 센서를 아이폰에 적용할 거라는 전망은 지속해서 쏟아지고 있다. 아이폰12에도 라이다 센서가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맥북 닮은 트랙패드 경험


이전에 애플은 고집스럽게 터치 중심의 인터페이스와 키보드, 애플펜슬로 이어지는 아이패드만의 워크플로우를 강조해왔다. 마우스는 철저히 배제됐다. 마우스 지원에 대한 루머가 떠돌았지만, 애플은 지난해 6월 '아이패드OS'를 발표하면서 접근성 차원에서 마우스를 기능을 추가하며 본격적인 마우스 지원과는 선을 그었다. 해당 기능은 보편적인 기능이 아닌 화면 터치가 힘든 일부 사용자들을 위한 기능으로 설계됐다.

이 같은 점에 비춰봤을 때 마우스 지원은 '생산성'을 강조하는 아이패드 프로 시리즈에 있어 가장 큰 변화다. 그동안 마우스 지원에 대해 미온적이었던 애플의 태도가 무색하게 '이거 보여주려고 어그로 끌었다' 식의 반전이다. OS 차원에서 마우스를 지원하다 보니 터치 없이 마우스나 트랙패드만으로 전반적인 조작이 가능하다.

(왼쪽부터) 아이패드 프로 4세대(매직 키보드), 아이패드 프로 2세대(스마트 키보드)

마우스 포인터는 일반 PC처럼 화살표 모양으로 고정된 형태는 아니다. 상황에 따라 모양이 변화는 적응형으로 설계됐다. 애플답게 디테일한 부분이다. 앱 아이콘에 가져다 대면 해당 모양으로 변하면서 클릭하기 쉽도록 자동으로 달라붙는다. 사파리에서는 여러 탭 선택이 쉽도록 탭 모양으로 변해서 붙는다. 아쉬운 점은 이를 적용한 앱이 아직은 부족하다는 점이다. 아직은 마우스 조작에 대한 선택지를 넓힌 느낌이지 손에 달라붙지는 않고, 조금 겉돈다.

트랙패드가 추가된 매직 키보드를 사용할 경우 완결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트랙패드 제스처는 맥북과 비슷하다. 손가락 몇 개를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앱이 바뀌고, 화면이 확대되고, 스크롤 된다. 트랙패드 사용에 익숙하지 않다면 총 18종의 제스처를 복무신조처럼 외워야 한다.



매직 키보드는 아이맥과 비슷한 모습으로 디자인됐다. 자석 방식으로 아이패드 본체를 상판에 붙이고 화면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 각도는 기존에 두 가지 각도만 제공했던 스마트 키보드보다는 자유로운 편이지만, 한정된 범위 안에서만 움직인다. 무게 중심을 고려한 제한으로 보인다. 어두운 환경에서 키보드에 백라이트도 들어온다. 키보드 판이 얇기 때문에 키를 누르는 타건감도 얕지만, 꾹꾹 눌러야 했던 스마트 키보드 시절에 비하면 세계관 최강자급이다. 물론 가격(11인치용 38만9천원, 12.9인치용 44만9천원)도 무게(11인치용 601g, 12.9인치용 701g)도 그렇다. 매직 키보드와 합치면 140~200만원을 오가는 가격과 1kg이 넘는 무게는 요즘 랩톱 컴퓨터(노트북)를 뛰어넘는다.





매직 키보드 화면 각도 범위
 

스펙 '옆그레이드'


스펙은 '옆그레이드' 수준이다. 특히 프로세서는 기대에 못 미쳤다. 아이폰11 시리즈에 탑재된 'A13 바이오닉' 대신 '아이폰XS' 시리즈의 'A12 바이오닉'을 변형한 'A12Z 바이오닉'이 적용된 탓이다. GPU 코어가 8코어로 전작보다 하나 늘었지만, 체감 성능 차이는 미미하다. A13이 싱글 코어 성능에 무게를 둔 만큼 멀티코어 성능과 배터리가 중요한 아이패드에는 A12 기반의 프로세서를 탑재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만한 성능을 제대로 활용할 콘텐츠도 부족하다.
 

아이패드는 여전히 아이패드


아이패드는 여전히 아이패드다. 많은 부분 PC를 닮아가고 있지만 스마트폰과 PC의 경계에서 아직은 답을 찾는 과정에 있다. 이는 개개인의 아이패드 활용도가 천차만별이라는 점에서 드러난다. 누군가는 PC를 대신해 생산성 도구로 활용하지만, 누군가는 방구석 유튜브 머신으로만 쓰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업무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아이패드만의 사용법을 익혀야 한다는 점이다. 애플은 iOS에서 아이패드OS로 이름을 바꿀 정도로 아이패드의 멀티태스킹 기능을 지속해서 강화하고 있지만, iOS 특유의 샌드박스 구조와 폐쇄성은 생산성을 위해 PC와 다른 워크플로우, 새로운 사용법을 강요한다. 이는 아이패드를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로 쓰는 데 진입장벽이 된다. PC에 익숙한 이용자들이 비싼 아이패드 프로를 콘텐츠 소비용으로만 쓰는 이유다. 마우스 지원은 이 같은 이용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고민의 결과물이다.

올가을 출시될 ‘아이패드OS14’도 이런 고민의 연장선에 있다. 앱 내 탐색을 쉽게 하는 ‘사이드바’ 기능, 맥OS의 ‘스포트라이트(Spotlight)’와 유사한 새로운 ‘검색’ 기능 등이 추가될 예정이다. 이러한 고민이 멈춘다면 아이패드는 그냥 옆에 두면 기분이 좋은 힙스터를 위한 비싼 기기로 남을 것이다. 애플이 지속해서 차세대 컴퓨터를 언급하는 이유도 아이패드의 변화를 추동하기 위한 자신들의 동기 부여 아닐까.



장점

탁월한 디스플레이

매직 키보드로 완성된 사용자 경험

마우스 및 트랙패드 지원

향상된 AR 경험

단점

차세대 컴퓨터급 가격

전작에서 미미한 변화

활용도 낮은 AR 경험

이름을 바꿔도 여전한 OS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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