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수십억 투자해 만든 검증 시스템… 무임승차 막는게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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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수십억 투자해 만든 검증 시스템… 무임승차 막는게 잘못?”

보헤미안 0 389 0 0

네이버 직접 구축한 부동산 허위매물 검증 시스템
상생 위해 중소업체들과 공유하자 카카오 물밑접촉
‘제3자제공 금지’ 조항 넣어 단… 공정위 "지배력 남용"
네이버 "무임승차 방지와 재산권 보호 위한 조치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에 대해 시장지배력 남용과 불공정거래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과징금 10억여원을 부과한 부동산 매물정보 유통 제한 사건의 발단은 약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3년 3월 부동산 정보제공 서비스를 처음 출시한 네이버는 당시 부동산114, 부동산뱅크 등과 같은 부동산 정보업체(CP)로부터 매물 정보를 받아 이를 포털에 올리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실제 매물과 섞여 나오는 허위매물들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며 네이버는 기존 방식으로는 서비스를 계속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 국회, 정부 규제기관에서 플랫폼 사업자로서 손 놓지 말고 책임을 다하라는 주문이 잇따른 것이다.

이에 네이버는 공인중개사들을 일일이 설득해 검증된 확인매물만 올릴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비용으로는 수십억원의 금액이 투입됐다고 한다. 관련 특허도 받고 2009년 CP 없이 네이버가 직접 중개사들로부터 매물 정보를 받아 이용자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정식 출시했다. 네이버는 "새로운 시스템은 차별화된 경쟁력이 되어 성장의 기폭제가 됐다"며 "신뢰도 높은 정보를 제공한다는 입소문을 타며 업계 1위에 올라섰다"고 했다.

하지만 이내 부동산 CP들을 중심으로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일었고 네이버는 이를 수용, 2014년 상생안을 내놓는다. 기존 ‘중개사→네이버’를 통하던 직접 방식에서 ‘중개사→CP→네이버’와 같이 중간에 CP를 거치는 간접 형태로 바꾼 것이다. 구조상 허위매물 문제가 발생했던 처음 방식으로 돌아간 것이지만 네이버는 대신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CP들이 정보 전달에 앞서 반드시 검증 시스템을 거치도록 했다. 검증 업무는 네이버가 앞서 구축한 시스템을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에서 운영, 관리하도록 위탁했다. 또 검증시스템을 통해 확인된 매물 정보는 네이버 부동산과 CP 플랫폼상에서만 쓴다는 전제조건도 달았다.

문제는 2015년 2월 카카오가 이들 부동산 CP로부터 검증된 확인매물을 제공받는 제휴를 추진하려다가 불거졌다. 네이버는 이를 막기 위해 매물 정보의 제3자 제공금지 조항을 넣어 CP들과 재계약을 맺었다. 비슷한 일이 2017년 초 카카오와 부동산114간의 재추진으로 다시 벌어졌다가 네이버가 막아서며 제휴는 물거품이 됐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 CP들이 어려움을 호소해서 상생 모델로 전환한 것인데 네이버 입장에서 괘씸하지 않겠느냐"며 "CP들이 처음 약속은 잊고 다른 플랫폼에 정보를 넘기려 한 건 ‘물에 빠진 사람 구해주고 나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이라고 했다.

 

네이버는 중소 부동산정보업체들과의 상생을 위해 2013년 자체 부동산 서비스를 철수하기로 결정하고 이듬해 이들 업체와 연계한 새로운 플랫폼 서비스를 내놓았다. /네이버 다이어리 캡처



공정위는 부동산 CP들이 카카오와 제휴를 맺지 못하도록 한 것이 네이버의 불법적인 경쟁제한이라고 봤다. 하지만 네이버는 "무임승차를 막고 지식재산권의 권리를 보호받기 위해 계약서에 제3자 제공 금지 조항을 넣게 됐다"고 주장했다. 네이버는 카카오가 CP와 제휴하려 한 것에 대해 "아무런 비용이나 노력없이 이용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카카오가 CP들과 만나기에 앞서 우리에게 직접 확인매물 정보를 제공받고 싶다고 접촉했었다"며 "이에 기존 네이버로만 연결된 검증센터를 카카오와도 연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고 이후 (비용 부담을 피하고자) CP들과 접촉해 직접 정보를 제공받으려 한 것"이라고 했다.

네이버는 그러면서 "우리 부동산 서비스는 자체적인 정보를 구축하다 광고 수익도 포기한 채 중소 부동산 CP와의 상생을 위해 개편했다"며 "공정위 판단처럼 경쟁을 배제할 의도가 있었다면 자체 구축 모델을 포기할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또 공정위와 네이버는 두 번째 사건이 일어난 2017년 초에 대해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당시 네이버는 확인매물뿐만 아니라 확인을 의뢰한 매물에 대해서도 제3자 정보 제공을 금지하도록 계약을 변경했다. 카카오가 부동산114로부터 ‘확인매물’ 대신 ‘확인을 의뢰한 매물’을 받는 등 우회적인 방법으로 정보를 취하려 하자 이를 차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확인매물 검증절차를 마치기 전의 단계에 있는 정보 자체를 아예 못 주도록 한 것이라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네이버는 "검증을 맡길 때 CP에서 건당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데 허위매물을 넘기겠느냐"며 "의뢰한 것 자체가 확인매물의 성격을 갖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린 (검증 안 된) 날것의 정보까지 제한한 적이 없다"며 "그러한 일반 매물 정보는 카카오 스스로 충분히 구하고도 남는데 왜 굳이 우리 검증센터를 거친 정보를 원했겠느냐"고 했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CP들이 검증을 맡길 때마다 일정 비용이 들었다는 점을 들어 네이버에게 확인매물 정보에 대한 재산권이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네이버는 "처음 확인매물 서비스를 구축하고, 검증센터를 운영, 관리하는 데 막대한 금액이 투자됐고 결국 CP가 내는 비용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그 일부를 부담한다고 시스템의 산출물이 CP에 귀속된다는 공정위 주장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는 네이버가 구축한 부동산 매물검증 시스템을 위탁받아 관련 사무를 대신하고 있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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