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서 선수 무더기 쓰러지자.."도쿄올림픽 마라톤 삿포로로"
40도 넘나드는 도쿄 무더위 우려 커져
도하 육상대회 여자 마라토너 40% 기권
삿포로는 한여름 최고 25도 선..최적지
일본은 부정적..야구장 등 변경 선례 있어
경기 장소 변경의 가장 큰 이유는 도쿄의 무더위다. 한여름 40도를 넘나드는 땡볕에서 장시간 육상경기를 치를 경우 선수들에게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IOC는 지난 6일 막을 내린 카타르 도하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피해 사례가 속출하는 것을 보고 긴급 처방책을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하 육상대회에선 여자마라톤과 50㎞ 경보 경기 도중 약 40%의 선수가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기권하는 참극이 벌어졌다. 선수들이나 관계자들 사이에선 “선수 우선 정신과는 거리가 멀다” “대회를 결정한 사람들은 (아마) 시원한 곳에서 자고 있을 것이다”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고 NHK는 전했다.
앞서 도쿄도는 최대한 이른 새벽에 경기를 시작해 피해를 막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하지만 IOC 입장에선 이마저도 선수들에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반면 피서지로 익숙한 삿포로는 7~8월 최고기온이 25도 안팎으로 선수들이 경기를 치르기에 최적의 환경으로 보고 있다.
도하 육상대회 이후 도쿄올림픽 운영위원회 측도 IOC의 기류 변화를 감지했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NHK에 “국제육상연맹도 처음엔 (도쿄에서 경기를) 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도하 육상대회를 보고 난 뒤 역시 어렵게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일본 측은 일단 부정적이다. 특히 마라톤 경기는 올림픽 폐회 직전에 열리는 '휘날레' 성격이 있는 데다가, 올림픽까지 9달 정도 남아 준비가 촉박한 상황에서 삿포로 개최안을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비용 감축 등을 위해 야구경기장 등을 변경한 선례가 있어, IOC가 세게 밀어 부칠 경우 일본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IOC 측은 오는 30일부터 도쿄에서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도쿄도 등과 조정위원회를 열어 경기 장소 변경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는 17일 기자회견에서 "IOC 메디컬 위원회의 권고 등을 들어보겠다"며 "조정위에서 어떤 형태가 최선인지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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