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1까지 '엄빠 찬스'… 미성년자 '공저자 끼워넣기' 논문 무더기 적발
교육부 특감… 245건 추가 확인 / 입시에 활용 이병천 교수 아들 / 강원대 수의학과 편입학 취소 / 부정청탁 여부 검찰 수사 의뢰 / 15개大 미성년 공저자 감사결과 / 7개교서 연구부정 판정 논문 적발 / 대입에 활용 여부 계속 조사키로 / 부산대·전남대 등 조사·검증 부실 / 교수 소명만 듣고 솜방망이 징계 / 징계 시효 3→5년 연장 법개정 추진
서울대학교 이병천 수의대 교수가 자신의 아들을 공저자로 올린 논문이 2015학년도 강원대 수의학과 편입학에 활용된 것으로 드러나 교육부가 강원대에 편입학 취소를 통보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미성년자 논문 끼워넣기 사례 245건이 새롭게 밝혀지면서 2007년 이후 10년간 대학교수가 미성년자를 공저자로 등재한 논문은 모두 794건으로 파악됐다.
교육부는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4차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미성년 공저자 논문 관련 15개 대학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교육부 실태조사에서 미성년자 논문과 부실 학회 참석 교수가 많거나 조사 및 징계를 부실하게 한 것으로 의심된 대학 14곳, 그리고 이 교수 아들 관련 의혹이 제기됐던 강원대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실태조사를 통해 감사 대상이 된 14곳은 강릉원주대, 경북대, 국민대, 경상대, 단국대, 부산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세종대, 연세대, 전남대, 중앙대, 한국교원대 등이다. 함께 대상에 오른 전북대에 대한 결과는 지난 7월 먼저 발표됐다.
서울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지난 5월 이 교수와 다른 교수가 각각 자신의 자녀를 공저자로 등재한 논문에 대해 ‘부당한 저자 표시’ 연구부정행위로 판정하고 교육부에 보고했다. 교육부는 이 교수 아들이 부정행위로 판정된 논문을 2015학년도 강원대 수의학과 편입학에 활용한 사실을 특별감사를 통해 확인하고, 강원대에 해당 학생의 편입학을 취소할 것을 통보했다. 또한 편입학 과정에서 부정 청탁에 의한 특혜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이번 특별감사에서 총 245건의 미성년 공저자 논문이 새로 발견됐다. 감사 대상인 14개 대학에서 총 115건, 감사대상이 아닌 30개 대학에서 130건 등이다. 1∼3차 조사(549건)와 합치면 모두 794건에 달한다. 교육부는 새로 발견된 논문도 ‘부당한 저자표시’ 검증을 진행해 후속 조치를 진행할 계획이다.
◆중1까지 스펙 만들려 ‘교수 부모 찬스’
조국 전 법무부장관 파문에서 보듯 입학사정관제 시절 교수 자녀들 사이에 유행하던 ‘입시 스펙’은 논문이었다. 2008년부터 논문 기재가 금지된 2014년까지 ‘그들만의 리그’에서 교수와 자녀의 논문 공저나 문·이과 교수들 간 자녀들 품앗이 논문 공저자 게재가 횡행한다는 소문이 적잖았다.
17일 교육부가 발표한 미성년 공저자 논문 관련 특별감사 결과를 보면 이런 의혹이 일부 사실로 확인된다. 고등학생 신분으로 연구에 제대로 기여하지 않은 자녀를 논문 저자로 올린 대학교수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번 특감을 통해 이병천 수의대 교수 아들이 강원대 편입학 과정에서 아버지 논문에 부당하게 저자로 등재한 논문을 활용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고3이던 이 교수 아들이 ‘아빠 찬스’를 활용해 2011년 만든 논문이 2012년 국외 대학 입시와 2015년 강원대 편입에 활용됐다고 교육부는 판단했다. 이 때문에 이 교수는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게 됐고, 그의 아들은 강원대 편입학 취소 위기에 몰렸다.
서울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또 다른 서울대 A교수에 대해서도 자녀를 공저자로 등재한 논문을 연구부정행위로 판명했다. A교수 자녀는 2009년 국내 대학에 진학했지만 학생부에 해당 논문은 기재되지 않았고, 입학전형 자료 보존기간(4년)이 지나 대입 활용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다만 A교수 자녀가 고교 재학 때 참여한 다른 논문 1건과 학부 때 참여한 논문 5건이 추가 확인됨에 따라 서울대에서 연구부정 여부를 검증하고 있다.
경상대 교수 자녀도 2015년에 학생부종합전형으로 국내 대학에 진학한 사실이 확인됐다. 부산대 교수의 자녀는 고3 때 미성년 공저자로 논문에 등재된 후 해외 대학에 진학했다. 교육부는 경상대 교수 자녀의 공저자 논문이 대입에 활용됐는지를 조사한 후 조치할 예정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4차 교육신뢰회복추진단회의에서 미성년 공저자 논문 특별감사 결과 발표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미성년 자녀를 공저자로 논문에 등재하고도 실태조사 때는 없다고 허위보고한 경북대, 부산대 교수도 적발됐다. 교육부는 두 교수의 경징계를 대학에 요구했다.
관련 실태조사가 부실하게 진행된 사실도 드러났다. 강릉원주대·경북대·국민대·부산대·전남대·한국교원대 등 6개 학교는 학술 데이터베이스 조사를 부실하게 진행해 미성년 공저자 논문을 누락했다. 부산대·성균관대·연세대·전남대·한국교원대 5개교는 미성년 공저자 논문연구부정 검증과정에서 제대로 된 확인 없이 교수 소명에만 의존해 기관경고 및 연구윤리위원장에 대한 주의 처분을 받았다.
이번에 특별감사 대상 15개교 중 현재까지 연구부정 판정을 받은 논문이 있는 대학은 7개교다. 중1~고3 학생을 논문저자로 부당 기재한 교수 11명은 국가연구사업 참여제한 1년, 주의, 견책 등 경징계부터 직위해제, 해임까지 조치했다. 특별감사로 확인된 794건의 미성년 논문에 대한 종합적 검증 결과와 후속조치는 관련 부처와 함께 검토한 뒤 최종 발표할 계획이다.
국가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의 징계 시효는 현행 3년이나 연구부정행위에 대해서는 ‘5년 이상’으로 연장 조치하는 법령 개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교수 자녀에 대한 논문 공저자 등재, 대학입시 활용은 명백한 연구부정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교육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끝까지 검증하고 각 대학 연구자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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