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3~4배에 자녀 칭화대 보장” 중, 반도체 인재 빼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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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3~4배에 자녀 칭화대 보장” 중, 반도체 인재 빼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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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제재로 기술 자립 어려워진 중국
채용 사이트에 노골적 모집 공고 올려


노골적인 중국 반도체 인력 유출. /조선일보

‘해외 근무 가능한 D램 설계자 모집 △담당 업무: 10나노 DDR4 설계 △경력: S, H 반도체 관련 부서 근무자 우대 △연봉은 최고 조건 대우 가능, 주택은 제공 가능, 자녀 국제 학교까지 보장 가능’

최근 국내 한 채용 사이트에 올라온 구인 공고다. 중국에서 근무할 D램 반도체 기술자를 스카우트한다는 내용이다. 삼성전자(S)와 SK하이닉스(H) 근무자를 우대한다고 했다. 30나노 이하급 D램 설계 기술은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돼 있다.

지난 8월 초에는 연구⋅개발비 100억원 이상이 투입된 최신 디스플레이 공정 기술을 중국 기업에 팔아 넘기려던 일당이 검찰에 붙잡혔다. 일당 중에는 전직 삼성디스플레이 수석 연구원과 삼성디스플레이 장비 협력 업체 대표 등이 포함돼 있었다.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 등 한국의 첨단 기술과 인력을 빼가려는 중국의 시도가 점점 노골화하고 있다. 이전에는 헤드헌터 등을 통해 암암리에 인력을 채용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대놓고 채용 사이트에서 인력을 모집하고 있다. 업계에선 미국의 제재로 반도체 등 첨단 부품과 기술을 외부에서 공급받기 어려워진 중국이 기술 자립을 위해 한국의 기술과 인력 빼내기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잡코리아에 올라온 중국 근무 D램 설계자 모집 공고. /인터넷 캡처
 

연봉 3~4배, 자녀 국제 학교 보장



중국의 한국 기술 인재 빼가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 그 강도가 점점 세지고 있다. 1일 현재 채용 사이트에는 반도체 식각 공정 기술자 차·부장급을 뽑는 공고, 반도체 열처리(퍼니스) 공정 경력자 모집 공고, OLED 중간체 연구개발 임원급 모집 공고, 자동차 파워 배터리 시스템 개발 부장급 모집 공고 등이 올라와 있다. 근무처는 모두 중국이다.

중국의 배터리 업체 CATL은 작년 7월 대규모 채용을 진행하며 한국 인재들을 대상으로 기존 연봉의 3~4배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부장급 이상 직원에게는 세후 3억원에 달하는 연봉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녀 국제 학교 입학, 칭화대 등 명문대 입학을 보장해준다며 접근하는 사례도 있다.

특히 한직으로 밀려난 임원이나 퇴직 기술자들은 중국의 주요 영입 대상이다. 삼성전자에서 D램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며 산업부 장관 표창을 받았던 A씨는 삼성SDI로 발령이 나자, 2018년 중국 반도체 업체로 이직했다가 법원으로부터 전직 금지를 당했다. 장원기 전 삼성전자 사장도 지난 6월 중국 시스템 반도체 설계 생산 업체 에스윈에 부회장으로 가려다가 논란이 일자 포기했다.

중국은 기술 인력뿐만 아니라 중국 내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에 최대 10년간 법인세를 면제해주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 정책을 추진하면서 자국의 첨단 기술 기업 육성과 함께 한국 등 외국 기업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놓고 빼가기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에 따르면 작년 한국의 두뇌 유출 지수는 4.81로 세계 30위다. 미국(6.86), 독일(6.06), 이스라엘(6.22) 보다 낮다. 지수가 낮다는 건 그만큼 인재 유출이 심하다는 뜻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4~2018년 해외로 유출된 산업 기술과 영업 비밀 71건 중 중국으로 흘러간 것이 48건(전체의 68%)이었다.

중국은 여러 편법을 사용해 인력 유출 사실을 감춘다. 한 디스플레이 대기업 직원은 “퇴직한 임원이 업종이 다른 중국 회사에 취업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알고 보니 소속은 유령 회사고 실제 일하는 곳은 디스플레이 업체였다”고 했다. 김창경 한양대 과학기술정책과 교수는 “중국은 기술 내재화에 성공하기 위해 외부 인재 영입이 필수적”이라며 “대만의 TSMC가 미국에 공장을 짓는 등 대만과 미국이 가까워지면서 중국 입장으로서는 한국 인재 영입이 유일한 방법이 됐다”고 했다.
 

“핵심 기술 인력 국가가 보호해야”



노골적인 기술 인력 빼가기에 대해 업계에서는 그만큼 중국이 초조하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한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를 비롯해 중국 테크 기업 수십곳을 ‘블랙리스트’로 지정해 미국 기업과 거래를 금지했다. 중국은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를 달성하는 ‘반도체 굴기’를 꿈꾸고 있지만, 미국 등의 견제로 현재 자급률은 15.7%에 그치고 있다.

외부에서 핵심 부품 등을 공급받기 어려워지자 중국 업체들은 ‘기술 자립‘을 시도 중이다. 화웨이는 부품 자립화를 위한 ‘난니완’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양쯔메모리(YMTC)는 올해 말에 128단 낸드플래시를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는 올해 작년 매출의 2배인 67억달러(약 8조원)의 설비투자를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나서 첨단 기술 인력의 중국 유출을 막을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한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어 기술 인력의 이직을 무조건 막을 수는 없다”면서 “핵심 기술 보유자를 국가가 나서서 보호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백서인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국가 안보 기술 기준을 더 강화하는 등의 대책을 통해 첨단 기술과 인력의 유출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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