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세대 무책임에 분노…청년들 "소득 절반 보험료로 낼 판"
2000년에 태어나 현재 만 19세인 청년은 46년 뒤인 2065년부터 국민연금을 받는다. 하지만 이 청년이 탈 없이 연금을 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민연금은 2057년 기금 적립금 고갈이 예정돼 있다. 연금 미지급 사태를 막으려면 그해 보험료율을 24.6%까지 올려야 한다. 국민연금 보험료로만 소득의 4분의 1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빠른 고령화에 기금 고갈 시점은 더 빨라질지도 모른다. 2008년 추계 때만 해도 국민연금 소진 연도는 2060년이었으나 10년 새 3년이 앞당겨졌다. 미래 세대의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전에 국민연금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하지만 정부는 연금개혁을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처럼 피하기에 급급했다. 청년들이 기성세대에 분노하는 지점이다. 그동안 보험료율을 조금씩이라도 올렸으면 기금 고갈 시점이 늦춰졌을 텐데 기성세대는 ‘미래의 일은 모르겠고 당장 우리 부담이 느는 건 싫다’는 식으로 책임을 미뤄왔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1998년 이후 21년간 9%에서 단 1%포인트도 오르지 않았다.
특히 586세대(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 대학을 다닌 현재 50대)는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1950년대생이 한국 사회 리더 역할을 했던 2008년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로 내리는 개혁이 이뤄졌다. 덕분에 연금 소진 시점이 13년 미뤄졌다. 하지만 586세대가 주축인 현 정치권과 정부는 21개월 동안 연금 개혁을 논의하고도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국회에 책임을 떠넘겼다.
미래세대 어깨를 짓누르는 건 국민연금뿐만 아니다. 건강보험은 고령화로 안 그래도 지출 증가 속도가 빠른데 정부가 ‘보장성 강화 대책’으로 기름을 붓고 있다. 이런 추세면 건강보험 지출 규모는 올해 70조원에서 2055년 581조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그해 필요보험료율은 22.7%에 이른다. 조세재정연구원 추계(거시시계열 모형) 결과다. 2000년생 청년이 지금의 586세대 나이가 될 2050년대 중반엔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보험료로만 소득의 약 47%를 내야 한다는 얘기다.
각종 복지정책 확대로 나랏빚 부담도 급증할 전망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 37.1%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50년 85.6%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생 최모씨(24)는 “우리가 노인이 되면 복지 지원이 끊길까 하는 두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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