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8차 사건 '핵심' 진술 있었나…"진짜 범인 아니면 알 수 없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 이춘재(56) 씨가 과거 14건의 살인과 30여건의 성범죄를 저지르고 이 가운데 이미 범인이 검거돼 처벌까지 끝난 화성사건의 '8차 사건'까지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한 가운데 경찰은 "이 씨의 8차 사건 관련 진술에 유의미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10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의 이 사건 수사본부는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이 씨의 8차 사건 자백이 구체적인지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자백 진술 안에 의미 있는 부분이 있다"며 "진짜 범인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그런 진술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이 씨가 자신의 범죄를 자백할 당시 그림을 그려가며 부연설명을 하기도 했는데, 8차 사건에 대해 자백할 때도 마찬가지로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이 씨가 경찰 수사에 혼선을 주거나 소위 '소영웅심리'로 하지도 않은 범죄사실에 대해 허세를 부리며 자랑스레 허위자백한 것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수사본부는 이 씨 자백의 신빙성을 검증하는 한편 이 씨 자백이 사실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8차 사건 당시 범인으로 윤모(검거 당시 22세·농기계 수리공) 씨를 검거해 검찰에 송치한 형사들을 조사하는 등 투트랙으로 8차 사건의 진실을 규명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수사본부는 현재 남아있는 8차 사건 당시 증거물인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토끼풀과 다른 지역에서 발생하기는 했으나 이 사건과 유사한 수법의 미제절도사건에서 용의자 흔적이 남은 것으로 추정되는 창호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분석을 의뢰했다.
이 토끼풀과 창호지는 의미 있는 증거로 여겨지지 않아 검찰에 송치되지 않은 탓에 현재 경찰이 보관하고 있다. 이 밖에 의미 있다고 판단된 증거는 검찰에 송치됐고 검찰은 증거물 보존 기간이 만료된 2011년 이후 이를 모두 폐기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창호지는 완전히 다른 사건의 증거물이지만 수법이 비슷해 동일범이 아닐까 생각해서 분석을 의뢰한 것"이라며 "다만, 당시에도 증거로서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기에 토끼풀과 창호지에서 이 씨 자백의 신빙성을 확인할 만한 무엇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윤 씨를 수사한 형사들은 모두 퇴직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최근 경찰을 만나 "그때 국과수의 방사성동위원소 감별법 등에 따라 윤 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는데 국과수의 분석 결과를 믿고 확실하다는 생각에 윤 씨를 불러 조사했기 때문에 고문을 할 필요가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수사본부는 국과수에 당시 방사성동위원소 분석 결과에 대한 재검증을 요청했다.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모(당시 13세) 양의 집에서 박 양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당시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방사성동위원소 감별법으로 체모에 포함된 중금속 성분을 분석했고, 경찰은 국과수의 분석 결과를 토대로 윤 씨를 범인으로 검거했다.
윤 씨는 재판에 넘겨져 무기징역을 확정받아 복역하던 중 감형받아 수감 20년 만인 2009년 가석방됐다.
그는 현재 "당시 고문당해 허위자백했다"며 억울함을 주장하고 있으며 이 사건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화성사건의 진실규명과 함께 당시 경찰의 수사 과정에 대해서도 한 점 의혹이 남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할 것을 국민께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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