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 첫 날, ‘값 오르거나 1원도 안 내린’ 주유소 66%
에너지·석유시장 감시단 조사
인하분만큼 가격 내린 주유소도 약 22% 불과
기록적인 기름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26일 휘발윳값이 리터당 3000원대에 달하는 서울시내 한 주유소가 썰렁하다. 연합뉴스
유류세 인하 폭을 30%에서 37%로 늘린 첫 날인 1일 휘발유·경유 가격은 얼마나 떨어졌을까.
에너지·석유시장 감시단 ‘이(E)컨슈머’는 2일 유류세 7% 추가 인하 첫 날인 1일 전국 주유소 중 전날인 6월30일과 비교해 휘발유·경유 가격을 인상했거나 1원도 내리지 않은 주유소가 66~67%였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의 가격정보를 통해 전국 주유소 1만976곳의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분석했다. 전국의 주유소 1만976곳 중 가격변동이 없는 주유소가 6798(61.94%)곳이었고 가격을 인상한 주유소는 487곳(4.44%)이었다.
이 단체 조사 결과 이달 1일 전국 휘발유 가격은 전날보다 ℓ당 평균 16.02원 하락했다. 휘발유 유류세를 7% 추가 인하하면 57원 이상 인하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휘발유 유류세 인하를 반영해 57원 이상 인하한 주유소는 전체 1만976곳 주유소 중 2436곳으로 22%에 그쳤다.
경유도 유사했다. 6월30일과 비교해 이달 1일 전국 경유 가격은 ℓ당 9.94원 하락했다. 경유 유류세를 7% 추가 인하할 경우 ℓ당 38원이 인하되어야 한다. 38원 이상 인하한 주유소는 22.6%(2477곳)에 그쳤다.
지난 5월1일 유류세 10% 추가 인하가 적용된 첫 날 유류세 인하분을 반영한 주유소 비율이 16.5%였던 것과 비교할 때 조금 더 많은 주유소에서 유류세 인하분이 반영된 수치가 나왔다. 정부가 나서서 소비자들이 빠르게 유류세 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정유사·주유소에 협조를 요구하고 있어 이전보다는 유류세 인하분이 빨리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여전히 주유소 4곳 중 3곳은 유류세 인하가 반영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보통 정유사에서 기름을 공급받는 주유소들은 재고 소진까지 1~2주가 걸리기 때문에 유류세 인하 전 가격으로 구입한 기름을 소진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해왔다.
휘발유값을 57원 이상 인하한 주유소는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는 알뜰주유소가 97.23%로 가장 많았다. 단, 고속도로 알뜰주유소는 96.81%가 57원 이상 인하했지만 농협 알뜰 주유소는 55.2%만 57원 이상 인하했다. 서울 지역 주유소는 42.83%만이 ℓ당 57원 이상을 인하했다.
에스케이(SK)에너지, 현대오일뱅크, 지에스(GS)칼텍스, 에쓰오일 정유사 4사 중 에쓰오일은 5.38%의 주유소만 ℓ당 57원을 인하했다.
경유를 38원 이상 인하한 주유소도 알뜰주유소가 97.92%로 가장 많았다. 고속도로 알뜰주유소는 97.87%, 농협 알뜰주유소는 56.52%만 ℓ당 38원 이상 인하했다. 정유사 4사 중 지에스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38원 이상 인하한 주유소가 19.92%, 에쓰오일은 6.14%에 불과했다.
연구를 진행한 이서혜 연구실장은 “유류세 인하가 실제로 얼마나 빠르게 반영이 되는지 추가 조사를 계속 할 것”이라며 “정부의 협조 요구에 직영 주유소 등이 이런 요구에 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농협 알뜰 주유소 등은 협조하지 않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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