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연고 뇌사자 22명 뇌수술한 국립의료원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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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연고 뇌사자 22명 뇌수술한 국립의료원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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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례 의원, 국감서 A의사 수술 지적
"4년간 뇌출혈 등 수술 38건 문제 추정
뇌사 상태 많고 무의식 '지장' 동의 다수"
A의사 "환자 위급하면 무조건 수술 해야
노숙자 여부 등 안 따져, 윤리 위반 없어"
김 의원 "정 원장 미리 알았지만 조치 X"

국립중앙의료원 전경. [연합뉴스]
2016년 8월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실로 신원 미상의 뇌경색(뇌혈관이 막힘) 환자가 실려 왔다. 중앙의료원 신경외과 A의사는 수술 동의서에 환자 지장을 찍었다. 두개골 내 압력을 낮추기 위해 야간 수술에 들어갔다. A의사는 환자의 머리를 열고 혈관을 연결하는 ‘혈관문합술’이라는 수술법을 처음 시도했다. 수술 종료 4분 후 "혈관문합술 첫 사례"라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환자 뇌 사진을 올렸다. 환자는 수술 34시간 후에 숨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은 8일 국립중앙의료원 국정감사에서 "두개골 수술과 환자 사망이 유독 한 명의 의사(A의사를 지칭)에게 수십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A의사가 2015~2018년 수술한 뇌경색·뇌출혈 환자 중 38명(상당수가 뇌출혈)에게서 문제점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이 중 28명은 수술 후 3일을 넘기지 못하고 숨졌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환자 대부분은 노숙인이며 22명은 뇌사(腦死) 상태이거나 뇌사에 가까웠다. 의식이 없거나 희미한 환자의 지장을 찍은 것으로 의심되는 수술 동의서가 10건이며, 17명은 수술 후 CT(컴퓨터단층촬영)를 찍지 않았다"고 말했다.

뇌 수술은 대개 5~6시간 걸린다. 김 의원 자료에 따르면 38명 중 5명은 1시간이 채 안 걸렸다. 1~2시간은 12명, 2~3시간은 4명이었다. 한 국립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B씨는 "뇌사가 확실한 상황이라면 수술 자체가 의미가 없다"며 "뇌 수술 후엔 환자의 뇌 CT를 찍는 게 기본인데, 찍지 않은 것은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중앙의료원 사정을 잘 아는 C씨는 "A의사가 환자들을 대상으로 사실상 '수술 연습'을 한 것처럼 보인다. 다른 의사들이 말렸는데도 수술을 강행한 케이스가 있다"며 "무연고·저소득 환자가 많아 이슈화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B교수는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수술 동의서는 환자 서명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중앙의료원 A 의사가 SNS에 올린 환자 뇌 사진. [자료 김순례 의원]
이에 대해 A의사는 "중증 응급환자가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뇌사여부를 따질 여유가 없어 무조건 수술을 진행할 수 밖에 없다. 노숙자이냐, 보호자가 있냐에 따라 치료가 달라지지 않는다"면서 "환자 상태가 안 좋은데 보호자 연락 안 되면 일단 지장 찍고 수술대에 올릴 수 밖에 없다. 환자가 위급하면 수술을 빨리 하니 자연히 시간이 짧아진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수술에 있어 윤리적 문제는 없었다. 수술 차트 수백건 중 문제가 될만한 것만 추려져 38건이 공개된 걸로 안다. 다만 환자 동의 없이 뇌 사진을 올린 건 생각이 좀 부족했다"고 말했다

공익 신고자는 지난 8월 A의사의 수술 건별 기록, 수술 동의서, 사망 경과 등의 자료를 첨부해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권익위는 지난달 보건복지부에 이 사실을 통보했다. 그런데 김순례 의원에 따르면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권익위 신고 전부터 A의사 문제를 알고 있었다. 김 의원은 "지난 5월 한 의사단체가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에 사건을 제보했지만 정 원장은 '직원의 모함'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여전히 (A의사는) 진료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공익 신고자 측은 이달 초 정 원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정기현 원장은 8일 국정감사에서 "상급기관인 복지부에서 조사하라고 의뢰한 게 없다.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조사에) 한계가 있어 외부 전문가 추천을 받아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김소윤 연세대 의료법윤리학과 교수는 "개두 수술 대상인지, 수술을 제대로 했는지, 수술 후 환자 관리가 적정했는지 등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이 8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순례 의원은 지난해 국감에서 드러난 중앙의료원 직원들의 독감 백신 불법 구입ㆍ투약에 대한 징계 문제도 지적했다. 중앙의료원 건강증진예방센터 직원 103명은 독감 백신을 개당 1만5000원에 550개 구매했다. 이 중 23명은 의사 처방전 없이 병원 밖에서 백신을 불법 투약했다. 국감 후 중앙의료원 내부 감사를 거쳐 지난해 11월 피부과 소속 2급 직원이 감봉 2개월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중앙의료원은 올해 1월 이 직원이 ‘진정성 있게 반성하고 재발 방지를 다짐했다’는 이유로 징계 수위를 견책으로 낮췄다. 의료법ㆍ약사법 등을 위반했는데도 가장 낮은 징계를 받은 것이다. 다른 4급 직원도 올 6월 뒤늦게 견책 징계를 받았다. 솜방망이 징계라는 지적이 일자 정기현 원장은 "백신 불법 사용 관련 처분을 타 기관 사례와 비교해서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김순례 의원은 "정 원장의 제 식구 감싸기는 병원 기강을 세워 제대로 운영하는 데 큰 걸림돌이다. 공공 의대 신설 등의 외연 확장에만 치중하지 말고 본연의 업무를 잘 챙겨야 한다"면서 "독감 백신 관련 직원들을 재조사·징계하고 신경외과 수술 사건도 철저히 확인해 국회에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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