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직무정지된 '한기총 식물회장' 사퇴…전광훈 노림수는
사랑제일교회의 전광훈 목사가 교계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에서 사퇴했다.
22일 교계에 따르면 전 목사의 측근인 이은재 목사는 전날 자신의 유튜브 계정을 통해 전 목사의 한기총 대표회장 사퇴 입장을 전했다. 전 목사는 17일 '코로나 19' 확진 판정을 받아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미리 녹음한 음성 발표를 통해 "한기총 대표회장직을 내려놓고자 한다"며 "한국교회 부흥 운동을 위해 온 힘을 바쳐왔으나 불미스럽게도 외부 불순자들의 강력한 테러로 고난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상태로는 대표회장직을 감당하기에 너무 힘들기에 사퇴한다"고 덧붙였다.
2019년 1월 말 한기총 대표회장에 취임한 전 목사는 올해 1월 정기총회에서 반대파 입장을 막은 채 참석자 기립박수로 회장직 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불과 한 달도 안 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이후 보석으로 풀려났으나 지난 총회 시 대표회장 선출 절차에 하자를 인정한 법원 결정에 따라 대표회장 직무가 정지됐다. 대표회장 명함만 있지 아무런 권한 행사를 할 수 없는 '식물 회장'이 된 것이다. 법원은 직무대행으로 이우근 변호사를 선임해 새 대표회장 선출 때까지 업무를 관장하도록 했다.
그의 갑작스러운 사퇴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고통받는 순교자' 프레임으로 지지자 규합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사랑제일교회 신도와 15일 광화문집회 참석자 중에서 코로나 19 확진자가 대거 나오며 정부 방역과 사법당국의 수사, 여론 비판이 집중되는 상황에 흔들리는 지지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한 방책이라는 것이다.
'강력한 테러로 고난당하고 있다'는 사퇴의 변에서 이런 의도가 읽힌다.
교계에서는 전 목사가 한기총과 사랑제일교회 재정을 완전히 분리하지 않고서 운영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를 토대로 그가 대표회장에서 사퇴해 일종의 선긋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전 목사가 한기총 대표회장에 취임한 뒤로 교계 연합기관으로서 지위가 급속히 추락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그가 한기총 이름을 내세워 각종 정치집회와 행사에 뛰어드는 동안 내부적으로는 시름을 크게 앓았다. 전 목사의 반복되는 막말과 정치편향으로 대형 교단과 단체가 이탈하며 세가 크게 줄었다.
서울 종로5가 한국기독교연합회관 15층 전체를 쓰는 한기총 사무실 임대료는 체납됐고, 직원 월급마저 체불됐다. 직원들 퇴직금도 몇 달씩 뒤로 미뤄졌다 지급됐다.
1989년 보수개신교 진영에서 세운 한기총은 종교계에서 7대 종단 중 개신교를 대표하는 연합기관으로서 역할을 해 왔으나 현재는 이 자리를 2017년 만들어진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에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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