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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당 2500원 사과계의 샤인머스캣 '엔비', 먹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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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사과 보다 1.5배 비싼 가격에도 높은 당도로 인기..농가에서도 재배 원하는 목소리 이어져

충남 예산의 한 과수원에서 출하를 앞두고 있는 엔비의 모습/사진=이강준 기자

"일단 드셔보면 압니다. 일반 유통 사과(부사)와는 맛과 아삭함에서 차원이 다르다니까요."

2일 충청남도 예산군 과수원에서 만난 김태남 열매영농조합 대표는 본격적인 수확을 앞둔 사과 '엔비(Envy)에 대해 "전혀 다른 사과 맛을 느끼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30년 이상 과일 유통업을 해온 김 대표는 "엔비는 100년 동안 고정돼있던 사과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고 자신했다.

◇사과의 '샤인머스캣' 엔비…'프리미엄 과일' 열풍 따라 매출, 생산량 동반 상승

'엔비'는 사과계의 '샤인머스캣'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프리미엄 과일이다. 지난해 말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샤인머스캣은 토종 프리미엄 포도 '거봉'의 자리를 제치고 올해 추석에는 샤인머스캣 선물세트까지 나오는 등 '과일의 프리미엄화'를 이끌고 있다.

엔비 역시 뉴질랜드에서 개발된 품종으로 일반 사과에 비해 1.5배 비싼 개당 2000~2500원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사과 중 가장 높은 당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일반 사과 중 최고 당도가 14브릭스(과일의 당도를 측정하는 단위)수준인데 반해 엔비는 15~18브릭스에 달한다. 또 과육의 밀도가 높아 일반 사과와 크기가 같아도 20g 가량 더 무겁고, 산소가 들어갈 틈이 적어 갈변하는 속도도 느리다.

엔비의 매출과 생산량은 동시에 수직상승하고 있다. 국내 엔비 사과 생산량은 2017년에 900톤, 지난해 2000톤이었지만 올해는 4100톤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마트는 2013년, 홈플러스는 2017년부터 판매를 시작했으며 올해부터는 롯데마트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홈플러스는 지난해 엔비 취급 물량이 65톤으로 전년대비 매출 신장률이 97.3% 증가했다. 올해는 740톤까지 늘려 전년대비 판매량 10배, 매출 신장률은 1000%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엔비(왼쪽)와 홍로(오른쪽)의 모습. 홍로가 비교적 더 붉은 색을 띤다./사진=이강준 기자


◇'엔비 vs 홍로' 맛 비교해보니…엔비 판정승

아직 출하 전인 엔비를 미리 받아 막바지 포장 작업 중인 홍로와 맛을 비교해봤다. 우선 겉보기에는 홍로가 비교적 더 붉은 빛을 띠고 있어 더 먹음직스럽게 생겼다.

두 사과를 반으로 갈라보았다. 홍로는 무난히 과도로 잘렸지만, 엔비는 아무리 힘을 줘도 과일이 단단해 칼이 더이상 안으로 들어가질 못했다. 더 큰 칼을 갖고 와서야 반으로 자를 수 있었다.

단맛 자체는 엔비가 더 강하긴 했지만 홍로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다만 엔비에는 단맛을 해치지 않을 정도의 신맛도 있어 '청량감'이 느껴졌다. 38년 넘게 사과 농사를 지은 문현식씨(62)는 "'엔비'의 그 특유의 신맛 때문에 물리지 않아 사과를 한 개만 먹던 사람도 두 개, 세 개는 먹게 된다"고 말했다.

식감에서는 엔비가 한 수 위였다. 흔히 광고에서 사과를 한입 먹을 때 나는 아삭한 소리가 입에서 바로 전해졌다. 엔비를 먹고 홍로를 먹으니 식감이 밍밍했다.

홍로(왼쪽)와 엔비(오른쪽)를 반으로 가른 모습./사진=이강준 기자


◇계약 재배로 안정적 수입이 가능해 찾는 농가 많지만…뉴질랜드 본사의 재배지 제한 정책에 가로막혀

소비자뿐만 아니라 엔비를 찾고 있는 농가도 줄잇고 있다. 엔비 판권을 소유한 뉴질랜드 본사와 유통계약을 맺은 회사가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정해진 금액에 따라 사과를 사전에 전량 매입하는 '계약 재배' 방식을 적용하고 있어 안정적 수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반 사과보다 엔비는 1.5배 가량 비싸 농가는 올해처럼 사과 값이 폭락해도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모두가 엔비를 생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엔비 사과는 뉴질랜드 본사의 허가를 받은 국가의 재배지에서만 생산할 수 있다.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유일하며 충남 예산(약 30만평 규모)에서 대부분 생산된다.

올해부터는 한국 엔비의 유통채널도 쿠팡 등 e커머스까지 확대하고 전세계에서 엔비 수요가 가장 많은 중국과 일본에도 직수출 할 예정이다. 국제무대에서 한국 엔비의 경쟁력을 보여줘야 뉴질랜드 본사로부터 더 많은 재배 권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엔비 한국·아시아 판권을 갖고 있는 ST아시아의 박성종 이사는 "국내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엔비 사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며 "해외 직수출로 한국 엔비의 품질을 증명해 본사로부터 더 많은 생산 권한을 받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이강준 기자 Gjlee10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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