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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 도덕성 보다 능력’…국민 69%는 동의 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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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는 갈등이 많은 곳이다. 한국의 사회갈등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3위(2016년 기준)로 멕시코, 터키 다음으로 높다. 물론 갈등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접점을 찾아낸다면 우리 사회 민주주의는 한층 성숙할 수 있다. 하지만 과도한 갈등은 사회 통합을 저해하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켜 국가 경제 전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하려면 수많은 갈등을 피해갈 수 없다. 환경위기와 불평등, 복지 등 대부분 입장 차이가 나뉜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주요 쟁점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여론을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맡겨 전국 성인 1000명을 상대로 패널을 이용한 온라인 방식으로 9월25~27일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여러 갈등에 대해 국민들의 의견을 물었다.

우선 최근 한달 이상 우리 사회의 가장 뜨거운 쟁점을 꼽으라면 단연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문제다. 보수·진보의 갈등을 넘어 진보 세력 안에서도 입장 차이가 커 사회적 피로도가 극에 달한 상태다. 검찰개혁을 위해 조국 장관만큼 능력 있는 고위공직자가 없다는 의견부터 사모펀드 투자, 자녀 대학 입시 과정의 불공정 행위 의혹, 횡령·배임한 태광그룹 회장 탄원서 등 법 위반 여부 이전에 도덕성에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도 있다.

어느 정권이든 고위공직자 임명 과정에서 도덕성과 업무능력 문제는 늘 쟁점이 돼왔다.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를 임명할 때 도덕성이 다소 약하더라도 능력이 받쳐주면 괜찮다’는 항목에 69.5%가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즉, 국민 10명 중 7명은 도덕성을 고위공직자의 핵심 요소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2000년 김대중 정부 때 도입된 인사청문회는 여러 논란에도 고위공직자 도덕성의 기준으로 높여왔다. 우리 사회에선 아직 기득권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부정적이다. ‘사회·경제적 상위 계층은 그 자리를 차지할 자격이 충분하다’에 72.1%가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한-일 관계 회복’ 대 ‘역사 청산’, 무엇이 우선?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한일 갈등과 남북관계 개선도 우리에겐 큰 과제다.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의 무역 보복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까지 최근 한일 관계가 역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중심에는 언제나 역사문제가 있다. 한일 관계와 관련 응답자의 75.6%는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서라도 역사 문제 해결이 선행 돼야 한다’고 답했다. 24.4%만 ‘일단 한일 관계 개선 뒤 역사 문제 해결’을 선택했다. ‘과거사 선해결’이 3배 이상 많은 셈이다. 과거사 해결을 원하지만, 앞으로 한일간 역사문제가 잘 해결될 것이라고 보냐는 질문에 75.9%가 비관적이라고 전망했다. 아베 총리 등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 자민당이 장기집권 하면서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의 핵심인 통일을 두고는 입장이 팽팽했다. ‘남북한 격차가 크고, 비용이 들지만 통일이 필요하다’는 항목에 57.8%가 긍정적, 42.2%는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대부분의 연령대에서 긍정 의견이 많았지만, 20대만 절반이 넘는 52.9%가 부정적이라고 했다. 통일이란 의제가 청년 세대에겐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반드시 이뤄내야 할 목표는 아닌 셈이다. 북미 정상회담까지 이뤄지지 등 어느 때보다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기대가 높은데도 남북관계 전망을 묻는 질문에 불투명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앞으로 10년 뒤 남북한 관계의 전망을 묻는 질문에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응답이 46%로 가장 높았고, 좋아질 것 43.3%,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은 10.7%에 그쳤다.



기울어진 운동장, 특목고·자사고는 어떻게?

사회분야는 복지와 증세, 특수목적고·자산고 등 찬반이 가장 뜨거운 분야다. 먼저 ‘복지 수준을 높이기 위해 세금을 더 낼 의향이 있다’는 항목에 절반 이상인 58.3%가 동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부정적 답변은 20대(60%)와 50대(66.9%)와 세금을 많이 내야 하는 중산층 이상(63.2%)이 높았다. 복지가 확대되면서 몇년 전까지만 해도 “복지 위해 세금을 더 낼 수 있다”는 의견이 절반을 넘어 우세했는데, 조금 주춤한 분위기다.

교육 문제와 관련해 ‘여러 논란에도 특수목적고나 자율형사립고가 필요하다’에는 동감하지 않는다는 부정적 답변이 57.4%로 동감한다(42.6%)보다 14.8%포인트 높았다. 특목고에 대한 부정적 답변은 20대(59.5%), 50대(63.4%), 계층별로는 중하층 이하(64.5%)에서 많았다. 특목고, 자사고는 일반고에 견줘 비싼 등록금에 명문대 진학률이 높아 ‘기울러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제·환경 분야에서는 최저임금, 분양가 상한제, 친환경 에너지 등의 쟁점을 살폈다.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다소 힘들어도 최저임금은 지금보다 더 많이 올라야 한다’는 항목에 ‘동감하지 않는다’가 52.4%로 동감한다(47.6%)보다 4.8%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정책인 최저임금이 문재인 정부 들어 16.4%, 10.9% 등 두 자릿수 인상이 되면서 사회적 논란이 커졌다.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은 임금 격차 축소라는 긍정적인 영향과 함께 고용 불안이라는 과제도 남긴 탓이다. 가뜩이나 경영상황이 좋지 않은 영세·중소업체들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등의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 상한제는 다소 부작용이 있다고 해도 집값 안정화를 위해 필요하다’에는 66.5%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정부는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과열 분위기를 억제한다며 충분한 검토를 거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판단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분양가 상한제 찬성은 주택 실구매 연령인 30대(70.7%), 40대(71.8%)에서 찬성이 높았다. 국민 대토론회까지 열었던 원전 문제와 관련해서는 ‘전기요금이 다소 올라가더라도 원전을 줄이고,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에 긍정이 65.2%로 부정적 의견(34.8%)을 큰 폭으로 앞섰다.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에 오른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서도 찬성이 많았다. ‘국민의 대표성 확대 등을 위해 국회의원 지역구 의석을 줄이고,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는 방식으로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에 동감한다가 54.5%로 동감하지 않는다(45.5%)보다 10%포인트 높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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