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준 목걸이에"..美입양인 자매 친가족과 상봉
아동권리보장원 사이트 '가족찾기'에 글 올린지 4년만에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미국 입양인 자매 김진희(미국명 진희 김 샤피로·57)·진숙(미국명 수키 김 웰시·54) 씨가 50년 전 할머니가 걸어준 목걸이를 증표로 가족을 찾고, 최근 상봉하는 기쁨을 누렸다.
25일 가족을 찾고 만남을 주선한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김 씨 자매는 지난 16일 친아버지(88)와 오빠(60)를 인천공항에서 48만년 만에 만났다.
가난 때문에 딸들을 미국에 보낸 아버지는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극적으로 결합한 이들 형제자매는 "더 빨리 만나지 못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버지 살아생전에 생사를 알 수 있어 다행"이라고 안도하며 손을 잡았다.
특히 진희 씨는 "입양 당시 오빠가 공항에서 나를 껴안은 채 눈물을 펑펑 흘려 머리 정수리가 젖었던 기억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말해 아버지와 오빠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진희 씨는 "개구리를 잡고, 냇가에서 물장난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아직도 머리에 생생하게 남아있다"는 기억도 전했다.
김 씨 자매의 친가족 상봉 사연은 이렇다.
이들은 그동안 가족을 그리워만 했지 어디서부터 시작해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방법을 알 수가 없었다고 한다.
한국의 행정 절차도 모르고 사는 것 또한 힘들었다. 진희 씨는 남편과 이혼해 아이들 양육을 책임져야 했다.
그러던 중 미국 내 한인 입양인들로부터 찾는 방법에 대해 들었고, 2015년 아동권리보장원(구 중앙입양원) 홈페이지 '가족찾기' 게시판에 할머니가 입양을 보내면서 자신에게 걸어준 목걸이 사진과 함께 사연을 올렸다.
그리고 4년이 지난 최근 진희 씨는 아동권리보장원으로부터 친오빠가 자신을 찾고 있다는 음성메시지를 받았다.
진희 씨가 올린 게시글을 발견한 것은 조카(25)였다. 아버지로부터 '어릴 적 입양간 여동생들이 있고 살아생전 꼭 만나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란 아들은 무작정 인터넷으로 고모의 이름을 검색하다 사연을 찾아냈다.
특히 할머니가 준 목걸이 사진이 가족을 찾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한다. 목걸이에는 고향의 주소와 형제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하지만 진희 씨는 그동안은 주소와 이름 정보를 갖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고 한다.
가족을 찾는데 증표가 된 목걸이 [아동권리보장원 제공]입양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1971년 진희 씨는 이 목걸이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지금까지 애지중지 간직해왔다.
아동권리보장원은 유전자 검사를 통해 친형제임을 확인하고는 상봉을 주선했다.
이 기관 '가족찾기' 게시판에는 현재 2천여명의 입양인과 친가족의 프로파일이 등록돼 있다.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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