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학종카드' 꺼낸 당정… ‘자동봉진’ '자소설' 사라질까
주요 내용·문제점 / 교육부, 비교과 영역 폐지 초강수 검토 / 여권 핵심 지원… 11월 최종안 포함될 듯 / 서울대 등 ‘금수저’ 전형 주도 13곳 타깃 / 특목·자사고 학생 독식 비판에 우선 선정 / 4년간 입시자료 조사… 비위 땐 특감 전환 / 정시확대 논의 대상서 빠져 논란 불가피 / 고교서열화·학벌주의 해소 방안도 없어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개혁 지시 이후 3주 만에 당정이 26일 빼든 카드는 예상대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개선안이었다. 학종의 주요 비교과영역이던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 등 소위 ‘자동봉진’과 자기소개서를 폐지하는 방안까지 검토 대상에 올라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정시확대는 아예 논의대상에서 빠지고, 고교서열화를 없애기 위한 고교체제 개편 작업은 미뤄졌다.
◆여권, ‘자동봉진·자소설’ 폐지로 가닥잡았나
11월에 나올 학종 개선안에 금수저 전형의 빌미를 준 ‘자동봉진’과 ‘자소설’이라는 비아냥거림을 사는 자기소개서를 폐지하는 방안은 담길 가능성이 크다.
교육당국의 수장인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강한 의지’를 실었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태년 교육공정성강화특별위원회 위원장 등 여권 핵심들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교육시설공제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자동봉진 등 비교과영역이 (학종에서) 주로 문제가 된다”면서 “(대학 실태조사 때) 비교과영역에 부당한 평가가 있었는지, 논문처럼 이미 금지한 항목이 포함돼 있는지 등을 조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우선 ‘자동봉진’이 대학입시 전형에서 정당하게 운영됐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실태조사 과정에서 심각한 불법사례가 나오면 감사로 전환할 수도 있다. 학생부 기재사항에 남아있는 대표적인 비교과영역인 교내상 수상경력 항목도 폐지 가능성이 점쳐진다.
정부가 ‘자동봉진’과 자소서를 전면 폐지하면 학종은 내신 성적과 세특(세부능력과 특기사항), 대학의 면접만으로 평가가 진행된다. 면접은 2단계 전형이어서 1단계 전형에서는 세특과 내신만 남게 된다. 학생부교과전형의 비중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금수저·깜깜이’ 학종 본산, 13개 대학 정조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포항공대, 건국대, 광운대, 경희대, 동국대, 서강대, 성균관대, 춘천교대, 한국교원대, 홍익대 등 13개 대학이 이날 발표의 타깃이었다. 학종 선발 비율이 높고, 고교 서열화의 주범인 특수목적고·자율형사립고 등의 학생 선발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교육부가 이날 공개한 13개 대학의 특목고·자사고 출신 학생 비율을 보면 포항공대의 경우 2019학년도 신입생 중 특목고·자사고 출신 비율이 56.8%에 달했다. 다음으로 특목고·자사고 출신 신입생 비율이 높은 학교는 서울대(41.3%)였다. 3위는 서강대(35.6%)로 조사됐다. 고려대(34.7%)와 연세대(34.2%)는 비슷했다. 성균관대는 32.4%로 뒤를 이었다.
학종 비율 1위는 모든 신입생을 학종으로 뽑는 포항공대였다. 다음으로 학종 비중이 큰 학교는 서울대다. 서울대 학종 비중은 2020학년도에는 79.6%, 2021학년도에는 78.1%다. 다른 학교들은 대체로 학종이 전체 전형의 30∼50%를 차지했다.
교육부는 각 대학이 보관하고 있는 최근 4년간(2016~2019학년도) 입시자료를 조사할 방침이다. 조사·감사결과는 11월 중 발표될 예정인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마련하는 데 활용된다.
‘학생부종합전형 조사단’도 꾸려 10월 말까지 입시자료에 대한 조사, 분석 등을 완료하고, 조사 결과는 조사 완료 즉시 발표할 계획이다. 이날 교육부 누리집에 ‘대학입시비리신고센터’를 신설해 학종 등 입시 전반에 걸친 비리에 대해 집중 신고를 받는다. 조사 과정에서 대입 기본사항 및 관계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되면 특별감사로 전환한다.
◆정시 확대 빠지고, 고교서열화 해소방안 발표 미뤄져
정시 확대는 이번 논의대상에서 빠져 논란이 불가피하다. 박 차관은 정시 확대와 관련, “적어도 현재 교육부 생각은 정시를 확대한다고 해서 대입 공정성이 강화된다고 판단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정시 확대를 요구해온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은 입장문을 내고 “정시 확대 빼고 다 하겠다는 것은 개선 의지가 없다는 방증이고, 정시 확대 없이 어떤 개선책을 제시하더라도 국민들은 동의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교서열화를 해소하기 위한 자사고·특목고 폐지 등과 관련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도 논란이다.
교육부는 자사고·특목고 일괄폐지 여부 및 중·장기 대입제도 개편과 관련해서 교육공정성특위와 시도교육청, 대학 등과의 협의를 거쳐 발표하겠다고 미뤘다.
정의당 여영국 원내대변인은 “고교·대학 서열체제 해소와 학벌주의 문제에 대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자사고·특목고 죽이기 의도”
교육 당국이 26일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의 첫 단계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자율형사립고와 특수목적고 출신 학생 비율이 높은 전국 13개 대학의 입시 실태조사를 벌이고,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비교과영역 폐지를 적극 검토한다고 예고했다.
교육계는 “오는 11월 발표될 구체적인 대입 개편 최종안을 봐야 한다”며 판단을 보류하면서도, 일각에서는 이번 방침이 ‘자율형사립고·특수목적고 죽이기’, ‘사교육 부활’ 등의 효과를 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이날 “조사 대상 대학 선발 방식에서 ‘자사고·특목고 죽이기’ 의도를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태조사 발표 시점이 대학들이 수시 1차 합격자를 발표하는 시점”이라며 “대학들은 당장 자사고, 특목고 학생을 뽑기 부담스러워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학 실태조사에 이어 학생부 비교과영역 폐지가 현실화한다면, 자사고·특목고 죽이기 의도는 확연한 것”이라며 “비교과영역 폐지는 곧 내신 비중 증가를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우수한 학생이 몰려 내신이 불리한 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 학생들이 대학 입시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또 다른 교총 관계자는 정부 정책이 오히려 사교육을 증폭시킬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학종 비교과영역이 폐지되면, 내신으로 학생을 평가하는 학생부교과전형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교육 당국이 조국 법무부 장관 자녀의 ‘황제스펙’ 논란을 해결하겠다는 것은 ‘스펙 품앗이’ 등 일부 특권층의 부정 사례를 차단하는 데 방점이 찍혀야 하는데, 비교과영역 폐지로 학생들은 오히려 피 튀기는 내신 경쟁을 벌이며 학원이 창궐하고 사교육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수많은 논의와 공론화를 통해 입학사정관제부터 지금껏 비교과영역을 축소해놨으면 그 취지를 살려 학종을 시행해야 하는데, 또다시 학종에 손을 대는 것은 교육 현장의 혼란만 가중될 뿐”이라고 질타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논평을 통해 정부의 방침을 긍정 평가하면서도 전교조의 실태조사단 참여 보장을 촉구했다.
전교조는 “이번 교육부의 13개교 실태조사 발표는 대입 공정성 강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제안해온 전교조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했다는 점에서 긍정 평가한다”면서도 “실태조사가 실효성 있는 점검이 되려면 인적 구성부터 철저히 해야 한다. 학교 현장과 교육·시민단체의 현장교사, 입시전문가 등 인력풀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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