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 생각나" 주저앉아 오열…참사 일주일,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토요일인 5일 경기 안산에 사는 70대 김모씨 부부의 하루는 오전 6시쯤 시작됐다. 서울에 반드시 가야 할 이유가 있었다. 서울 곳곳에 설치된 합동분향소는 이날 밤 10시를 끝으로 운영을 중단한다. 김씨는 "그 전에 꼭 분향하고 싶었다"고 했다.
지난달 29일 본 뉴스 화면을 잊을 수가 없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골목에서 압사사고가 났다고 했다. 영상 속 "살려달라"는 음성이 귀에 맴돌았다. 김씨 부부는 사고 후 며칠이 지나도 자려고 누웠지만 잠이 안 와 일어난다고 했다. 그러면 부부는 거실로 가 TV를 틀고 '혹여나 사람이 더 죽었나' 뉴스를 찾아본다고 한다.
이들은 이날 오전 9시쯤 서울시청 앞 합동분향소에서 조문했다. 김씨는 "그동안 어린 생명들이 죽었던 참사를 떠올리게 된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으면 좋겠다"고 했다.
참사가 난 지 벌써 일주일을 맞았지만 조문객 발길은 끊길 줄을 몰랐다. 이날은 정부가 정한 '이태원 참사 국가애도기간' 마지막 날이다. 분향소는 지난달 31일 설치돼 그동안 평일 조문객들을 받았다.
이날은 주말을 맞아 먼 곳에서 온 조문객들이 유독 많았다. 56세 김모씨는 이날 강원도 동해시에서 KTX를 타고 조문을 왔다. 가까이 강릉 출신 대학생 한명이 이번 참사로 숨졌다. 김씨는 그 소식을 듣고 "가슴이 아프다"며 "평소에도 뉴스 보며 눈물을 많이 흘리지만 오늘 직접 조문해보니 생각보다 더 울었다"고 했다.
오전 10시쯤 분향소에서 한 고령 여성이 "아이고" 울음을 터뜨린 뒤 주저앉았다. 아들로 보이는 인물이 옆에서 부축했지만 여성은 이내 비틀거렸다. 서울 강북구에 사는 최순례씨(77)였다. '주변에 돌아가신 분이 있는 거예요'라고 묻자 최씨는 울음을 그치지 못하고 "없어요, 없어요"라며 "우리 손녀딸 생각해서 그려"라고 했다. 최씨의 손녀딸은 올해 23세다.
최씨는 "애기들 꽃 피우지도 못하고 죽으니 어떡하면 좋아, 억울해서"라며 "그 부모들은 얼마나 마음이 아플 거야"라고 했다.
분향소에는 조문객들이 놓고 간 편지와 선물이 쌓였다. 외국 젤리와 바나나우유 등 20~30대가 좋아하는 간식이 많다. 오는 11일 빼빼로데이를 앞두고 빼빼로 상자도 많았다.
열두 살 초등학생 김모군이 남긴 편지도 있었다. 김군은 희생자들 가족을 향해 "너무 슬퍼 마세요"라며 "자녀분들 모두 물 위로 떠 오르는 별이 됐을 거예요"라고 썼다. 이어 "이태원 참사 꼭 기억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태원 참사 현장과 가장 가까운 녹사평역 합동분향소에도 조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곳은 주말을 맞은 가족 단위 조문객이 많았다.
5일 오전 10시쯤 서울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는 가족 단위 조문객이 눈에 띄게 많았다. /사진=김미루 기자최정민씨(36)는 초등학생 1·2학년 딸 둘을 데리고 경기도 의왕시에서 분향소를 찾아왔다. 두 딸은 한 명씩 도마뱀 장난감, 판다 인형을 손에 들고 폴짝폴짝 뛰다가 최씨 손 붙들고 분향소에 들어서자 차분해졌다. 최씨는 "참사 후 학교에서 선생님이 '계단에서 밀지 마라' '복도에서 뛰지 마라' 같은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며 "아이들이 나중에 크면서 이번 참사를 기억하지 않을까 생각해서 분향소에 왔다"고 했다.
최진호씨(45)도 두 딸 최진예양(18), 최지안양(16)과 분향소를 찾았다. 국가애도기간 마지막 날인 만큼 반드시 조문해야겠다고 평일 내내 다짐했다고 한다. 최씨는 "자녀들에게 이런 사태가 다시는 일어나면 안 된다는 경각심을 주고 싶었다"며 "희생자에 공감하고 마음을 같이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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