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지방경찰청 전경.

미국 연방검찰이 지난달 대규모 ‘로맨스 스캠(Romance Scam)’ 사기단을 적발한 가운데 국내에서도 피해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연애를 뜻하는 영어 단어 ‘로맨스’와 신용 사기를 의미하는 ‘스캠’의 합성어인 ‘로맨스 스캠’은 온라인에서 친분을 쌓은 뒤 연애 등을 미끼로 돈을 요구하는 신종 금융사기다.

40대 여성인 ㄱ씨(강원도)는 약 4개월 전쯤 인스타그램을 통해 모르는 외국 남성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자신을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선박 기술사라고 소개한 이 남성은 꾸준히 연락하며 ㄱ씨와 친분을 쌓았다.

이후 이 남성은 “한국에서 집을 구할 돈 70만 달러를 항공화물로 보낼 테니 통관 비용을 보내 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항공화물로 보낸 돈이 적발됐다. 벌금을 내야 하는데 돈이 필요하다”고 재촉했다.

이 남성에게 9000여만원을 송금했던 ㄱ씨는 돈 얘기가 반복되자 사기를 당한 것으로 판단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른바 ‘로맨스 스캠’으로 불리는 신종 금융사기를 당한 것이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지난 7일과 11일 서울 용산과 경기 양주지역에서 ㄱ씨의 피해금을 찾으려던 인출책 ㄴ씨(37·라이베리아)와 ㄷ씨(49·나이지리아) 등 2명을 검거해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모르는 외국인이 말을 걸고, 돈을 요구하는 경우 사기일 가능성이 크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지난해 홍콩에서는 60대 여성 사업가가 온라인 연인에게 속아 4년 동안 260억원을 보낸 사실이 알려져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국 수사당국은 지난달 나이 든 여성 등으로부터 최소 600만 달러(약 72억원)를 가로챈 혐의로 ‘로맨스 스캠’ 사기 용의자 80명을 기소했다.

용의자 대부분은 나이지리아인이었다.

이들은 사기·자금세탁 공모, 신분 도용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